'대통령실 집회 봉쇄' 군불 때는 경찰…촛불대행진 금지
집시법 시행령 개정도 안했는데…벌써 봉쇄 움직임
올해 극우수구단체와 동시 허가 해주더니 갑자기 왜
이태원로 '용산 대통령실 에워싸기' 행진 사전 차단?
경찰 "집회 자유 제한되진 않을 것"…시민사회는 우려
참여연대 "대통령실 집회 봉쇄 목적…시행령 철회하라"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하반기 시행을 앞둔 가운데,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원천 봉쇄하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을 호위하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경찰이 나서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나온다.
13일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촛불행동이 삼각지역 1번 출구와 6번 출구 앞에 신고한 18일 '27차 촛불대행진'(5차 전국집중촛불)에 대해 집시법 제8조 3항을 근거로 들어 금지 통고를 했다.
집시법 제8조 3항에 따르면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는 경우 목적이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면 시간을 나누거나 장소를 분할해 개최하도록 권유하고, 그 권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신고 접수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
관할서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선순위 집회(극우수구단체) 신고가 있다"며 "집시법에 근거해 금지 통고했다"고 밝혔지만, 올해 삼각지역에서 촛불행동의 '촛불대행진'과 극우수구단체(자유통일당·신자유연대)의 '촛불행동 맞대응집회'가 거의 매주 동시에 열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구심이 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촛불행동이 이번 촛불대행진에서 '용산 집무실 에워싸기'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경찰이 사전에 금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촛불행동은 오는 18일 이태원로, 녹사평로, 이촌로 등 대통령실 일대를 둘러싸듯이 행진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원천 봉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19일 전국집중촛불로 열린 15차 촛불대행진에 대해서도 '용산 집무실 에워싸기' 행진을 막기 위해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서울행정법원이 촛불행동 측에서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경찰의 봉쇄 시도가 무산됐었다.
아울러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경찰이 사전에 정지 작업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경찰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의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내용의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특히 현행 집시법 제12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주요 도로'에서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 개정안은 이 '주요 도로'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이태원로 등 11개 도로를 추가해 사실상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도록 우회로를 열어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집시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지금보다 국민들의 집회·시위 자유가 제한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했지만, 이번 촛불대행진 금지 통고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촛불행동은 지난 6일 법원에 경찰의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결론을 예단하기 어렵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집시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이태원로를 주요도로에 추가하는 것은 대통령집무실 인근 도로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목적이 내포된 것으로 추단할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정부와 경찰은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주요 도로를 규정한 집시법 12조에 대해 "경찰은 대통령 관저가 있던 청와대, 법원 및 국회의사당 등 주요기관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하여 불법화하고 진압하기 위해 이를 남용해 왔다"면서 "대통령에게 불편한 집회 및 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헌법의 기본 가치인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후에 이태원로 등을 주요 도로에 새로 포함시킨 것은 주요도로라는 명목을 만들어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를 막기 위한 무리수에 가깝고, 이는 기본권 제한의 비례원칙에도 위반된다"며 "국민의 기본권이자 표현의 자유의 핵심인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해 가능한 모든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촛불행동은 경찰의 금지 통고에 관계 없이 예정대로 집회를 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8일 열리는 27차 촛불대행진은 오후 3시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집결해 행진을 시작하며, 오후 5시 숭례문~시청역 앞 대로에서 본행사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