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미 기업인들 탈진…"시간·비용 부담 막대"

"기업들, 높은 불확실성에 결정 매우 어려워"

"한 사람 기분에 따라 관세 부과 바뀌어"

"제품 혁신‧신규 채용‧성장에 투자 못해"

PwC "관세 대화에 시간 30~60% 할애"

"철강‧알루미늄 제품 생산 기업 아닌데도

수입 제품에 포함 여부 추적‧보고 요구"

2025-11-17     이유 에디터

"올해는 이 나라(미국)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지치게 만든 한 해였다. 여기(트럼프 관세)에 경영진이 투입한 시간의 수준은 막대했다. 그런데, 그들은 혁신이 아닌, 관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CEO이자 부회장인 개리 샤피로는 16일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미로와 같고 들쑥날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초래하는 부작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CTA는 아마존, 월마트, AMD 같은 메이저 브랜드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 스타트업도 포함하는 1300개 회원사를 가진 이익 단체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주말을 보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매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5. 11. 16 [AP=연합뉴스]

'트럼프 관세'에 미 기업인들 대부분 탈진
"혁신 아닌, 관세 대처에 시간과 돈 투입"

폴리티코는 "올 한 해 트럼프는 몇몇 국가를 빼고 모든 수입품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했던 수십 년 된 시스템을 수입품의 원산지에 따라 아주 다른 관세율을 적용하는 훨씬 더 복잡한 시스템으로 대체함으로써 미국의 관세 규정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예전엔 대부분 동일한 5% 관세율을 적용받던 산업 제품이지만, 이제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에서 온 경우 15%, 노르웨이와 많은 아프리카 지역 국가에서 온 경우 20%, 동남아 국가에서 온 경우 24~25%, 인도, 브라질, 중국에서 온 경우 50% 이상 과세하는 등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금융중심지 월가에서부터 일반 지역 경제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처럼 극히 복잡한 관세 체제를 준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그 결과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일부 기업엔 올해 백악관이 주도해 통과시킨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따라 향후 10년간 받게 될 수백억 달러의 법인세 인하 혜택이 상쇄되는 일을 겪고 있다.

특히 관세 사기 기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미 법무부의 경고는 많은 기업이 트럼프의 요구 사항들에 위배되지 않도록 직원들을 보강하고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폴리티코는 "상품 수입을 위해 매월 지불하는, 수백억 달러 더 높아진 관세를 포함해 기업들의 들이는 시간과 비용은 전통적으로 수입 제품에 의존하는 산업을 짓누르는 막대한 부담이다"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4월 12일 닷새 뒤인 17일 제작된 이미지 그림. 미국 국기와 "관세"라는 단어가 그려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했다. 2025.4.17. 로이터 연합뉴스

KPMG "CEO 89%, 관세가 최대 문제"
PwC "관세 대화에 시간 30~60% 할애"

CEO 설문조사에서도 관세가 최대 문제라는 인식이 뚜렷했다. 컨설팅 전문 KPMG가 최근 미국 CEO 1350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9%가 향후 3년 비즈니스 성과와 운영에 관세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걸로 봤으며, 86%는 필요하다면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인상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PwC도 유사한 추세를 확인했다. PwC의 관세‧국제 무역 담당 상무이사인 메이티 페레이라는 "우리 고객 중 다수가 조직 전체적으로 '관세 대화'에 30~60%의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CEO들은 어쩔 수 없이 유례가 없을 만큼 수입 조달 결정에 관여하게 됐으며, 관세 문제에 숙련된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또한 그 영향은 무역과 관세 전문 인력의 부족을 넘어서, 기업들이 장기적 성장 촉진을 위해 새로운 자본 설비 구매나 다른 투자에 지출해야 할 자금 규모를 축소하는 데까지 미치고 있다.

트럼프가 두려워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사람들은 R&D에 투자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미국에 새 공장을 건설하는 데 돈을 투자할 수 없다. 결정할 때 필요한 확실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트럼프 관세는 "믿기 힘들 만큼 복잡하다. 거기에 계속 바뀌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멕시코와 유럽연합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뒤인 7월 14일 독일 뒤스부르크 항구의 자동차 터미널에 미국으로 갈 새 차들이 잔쯕 적체돼 있다. 2025.7.14.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트럼프 관세 따른 '높은 불확실성'
"기업들, 결정 내리기 매우 어려워졌다"

트럼프의 새 관세 체제 준수에 드는 미 기업들의 돈과 시간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될 뿐, 아직 정확한 규모는 모른다. 미 밀컨 연구소의 지경학 담당인 매튜 앨리샤이어는 "일부 기업과 투자자엔 코로나 초기 단계에서 겪은 어려움과 비슷한 수준일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잡아먹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달 '의도치 않은 결과: 무역과 공급망 리더들, 최근의 격변에 대응'이란 보고서를 냈다. 앨리샤이어는 이 보고서의 주요 발견 중 하나는 트럼프 관세 정책을 둘러싼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환적 조항'도 기업들엔 보통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여름 행정 명령을 통해 일부 수입품이 관세를 회피하고자 제3국을 경유(환적)했다고 판단되면 이를 적발해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환적이 확인된 수입품에는 해당 국가별 상호관세율에 추가로 4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세부 방침이 나오지 않아 기업들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빈탄에 위치한 산둥 난산 알루미늄의 통합 알루미늄 공장 내 알루미나 제련 시설 모습. 2023. 05. 05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철강‧알루미늄 제품 생산 기업 아닌데도
수입 제품에 포함 여부 추적‧보고 요구"

폴리티코에 따르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트럼프의 관세 체제에는 별도의 무역법에 따라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 부품, 구리, 목재, 가구 및 대형 트럭에 부과한 '국가 안보' 관세도 포함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부과한 25% 관세에 부분 면제를 제공했으며, EU, 일본 및 한국과 협상을 통해 이들의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었다. 하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 면제 문제엔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화학 물질, 플라스틱, 가구 등 철강과 알루미늄이 일부 포함됐거나 철강이나 알루미늄 용기에 담겨 운송되는 400개 이상의 '파생' 제품까지 관세 적용을 확대했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추가할 항목을 더 찾기 위한 요청도 내놓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는 심지어 철강이나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기업들에도 수입하는 제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추적, 보고토록 요구하고 있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기업들이 50% 미만의 관세율을 적용받으려면 제품에 사용된 철강 또는 알루미늄의 양을 정확하게 명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잘못된 조치, 예를 들어 잘못된 정보나 정보 제공 지연조차도 해당 금속은 물론 제품 전체에 50% 관세가 부과될 위험이 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그 후과는 정말 크다"고 말했다.

행정부는 또한 구리 같은 다른 제품에도 유사한 관세 확대 계획을 내비쳤다. 그리고 의약품, 반도체, 핵심 광물, 상업용 항공기, 폴리실리콘, 무인 항공기 시스템, 풍력 터빈, 의료 제품, 로보틱스, 산업용 기계 등 추가 관세로 이어질 수 있는 미 행정부의 무역 조사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탓에 많은 기업이 미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 할리스코주 틀라케파케에 위치한 차량 디스플레이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 조립 공장의 대시보드 부품들. 멕시코에서 조립되는 차량에 탑재되는 이 현대적인 중국산 스크린은 Google 지도를 이용해 쉽게 내비게이션을 하거나 Spotify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 스크린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배경으로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2025. 11. 04 [AFP=연합뉴스]

"제품 혁신‧신규 채용‧성장에 투자 못해"
"한 사람 기분에 따라 관세 부과 바뀌어"

중소기업 오너들은 이런 다양한 모든 관세 규칙과 세율을 따라가는데 특히 압도된다고 말하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여성용 아웃도어 의류 판매 업체 '와일드 라이' CEO인 캐시 에이블은 "우리는 더 이상 제품 혁신에, 신규 채용에, 성장에 투자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저 버티기 위해 돈을 쓰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직원들이 "수백에, 수백에, 수백 시간을 제품 재조달, 생산 중단, 생산 재개, 긴급 생산, 가격 분석, 비용 분석, 배송 분석을 수행하는 데 보냈다"며 "이 행정부 이전엔 나는 관세에 단 1분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미 중소기업들이 트럼프가 1977년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천방지축 관세 정책을 펴는 것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대법원에 제소한 가운데,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크러치필드는 의견서를 통해 "한 사람의 바뀌는 기분에 따라 관세가 부과되고, 증가 또는 감소하거나, 유예 또는 변경될 수 있다면, 크러치필드는 장기적 계획은 말할 것도 없고, 단기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며 "대법원이 이 혼란을 진압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