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이 합법적 도박장이 되지 않으려면
창작 진흥이냐, 투기 조장이냐, 게임 경품의 고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국회의원이 지난 9월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에 관한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은 여러 면에서 진전된 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기존 법명에서 ‘게임산업’을 ‘게임문화 및 산업’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사뿐 아니라 게이머의 권익까지도 주목하겠다는 점과 국가 정책이 게임을 죄악시하거나 질병화하는 관점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서 “범죄, 폭력, 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모방범죄 우려가 있을 경우 게임을 제작 및 반입을 하면 안 됨”을 명시한 조항에서 ‘모방범죄 우려’ 부분이 삭제되어 게이머를 사실상 예비범죄자로 간주하던 장치가 사라진 점도 고무적이다. 이 외에도 게이머 입장에서 여러 진전된 점을 체감할 내용들이 이번 개정안에 담겼다.
가상화폐가 온라인 게임 경품과 직결될 수 있게 된 개정안
그러나 개정안에는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게임법 28조 3항에 있던 경품금지 내용이 조정되어 오프라인 오락실을 의미하는 특정장소형 게임만 경품 제공이 안 되도록 개정된 내용이 그것이다. 즉, 이제 온라인 게임에서는 경품 지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바꾼 것은 표면적으로 게임 이용자의 참여에 대한 보상 구조를 인정하며 게임 시장을 확장하려는 취지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P2E(Play to Earn) 구조를 합법화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까 이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가 온라인 게임 경품과 대대적으로 직결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비대화로 P2W(Play to Win) 경향이 강해지며 게임문화의 저변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P2E의 문까지 제도적으로 열린다면 어떤 상황이 도래할까?
2000년대 중반,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경품 금지 조항을 통해 게임의 보상이 현금으로 전환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웠다. 이 조항은 게임이 사행성에 잠식되어 도박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러나 이번 게임법 개정안에서 경품 규제가 오프라인 오락실로 한정되면서, 온라인 게임은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상자산과 직결되는 경품이 허용된 온라인 환경에서 게임의 성격은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게임에서 얻는 보상이 게임 내 코인 형태로 제공되고, 그것이 외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될 수 있다면, 게임 플레이는 곧 경제 행위가 된다. 이때 게임의 재미는 뒷전으로 밀리고, 그 자리를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가라는 욕망이 점령한다. 게임사는 자연스레 현금화가 빠른 수익 구조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설계한다. 결국 창작 기반의 산업이 투기 기반의 산업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23년 성명에서 환금성을 가진 P2E 게임과 그 가상자산 거래는 불법 사행행위로 규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기도 하다. 확률형 아이템과 P2E 기반 게임 코인, 그리고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연계가 게임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문화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경고였다.
경품의 무조건적 금지나 방임 아닌 명확한 관리 기준 필요
실제로 몇 년 전에 일부 게임사는 P2E를 혁신으로 간주하며 자체 코인을 발행하고 거래소에 상장했다. 대표적으로 위메이드사는 P2E 게임 열풍이 불던 2021년 전후에 ‘미르4’와 같은 자사 온라인 게임들의 재화를 해외 서버에 한해서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WEMIX)로 전환될 수 있게 했다. 즉 위메이드 게임 플레이를 통해 확보한 코인은 디지털 자산 거래소에서 매매될 수 있었다. 덕분에 위믹스 그리고 위메이드 주가는 폭등했다. 이쯤 되면 위메이드 같은 게임사는 게임을 만드는 곳일까, 아니면 게임이라는 외피를 쓴 금융사일까. 그리고 게임이 금융과 직접 연결되는 상황에서, 경품 규제의 완화는 투기적 자본이 게임 산업에 대거 유입되는 상황을 부채질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우려 지점이 있음에도 이번 게임법 개정안은 온라인 게임 경품 지급 허용이 촉발할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
물론 모든 P2E 게임을 불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적절한 경제적 보상은 게이머의 몰입도를 높이고, 게임 산업의 규모를 크게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더 필요한 것은 게임 경품의 무조건적인 금지나 방임이 아니라 명확한 관리 기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예를 들자면 현금화 통로에 대한 제도적 관리를 고민할 수 있겠다. 게임이 가상자산 거래소 등 외부 금융 플랫폼과 연계될 수 있을 경우, 그 사실을 의무적으로 신고하고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는 게임·금융 당국의 교차적 감시를 제도화하여 시세 조정, 내부자 거래 등을 억제해 게이머의 권익을 위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개정은 게임문화를 강조했지만, 온라인 경품 허용은 그 명칭에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돈의 논리에 완전히 압도되는 순간, 게임은 문화가 아닌 합법적 도박장으로 바뀐다. 그렇다고 시대의 조류를 역행하며 문을 아예 닫을 수도 없다. 이제는 금지냐 허용이냐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문을 열어 두되, 게임문화를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경계를 세우는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경품 지급과 P2E 구조를 둘러싼 논의는 산업 진흥과 이용자 보호의 균형 속에서 다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