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개막…온난화 1.5도 10년 안에 넘는다

이번 세기 대기온도 상승폭 2.6~3.3도 예상

기후공약 지키면 2.1~2.9도, ‘넷 제로’ 땐 1.8~2.3도

지구 온난화 열 때문에 사망한 사람 23% 늘어

모기 증가로 전염병 등 질병 확산

더 빈번해지고 거세진 산불 연기 피해 증가

중국 배출 내년부터 줄지만, 미국 증가분이 상쇄

2025-11-11     한승동 에디터
11월 9일, 브라질 파라 주 벨렘의 관광 항구 지역인 에스타카우 다스 도카스에서 사람들이 COP30(유엔 기후변화협약 30차 당사국 총회) 배너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COP30 유엔 기후 변화 협약은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벨렘에서 개최된다.2025.11.9. AFP 연합뉴스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30차 당사국 총회(COP30)가 10부터 21일까지 브라질의 열대우림 도시 벨렘에서 열린다. COP30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실질적 합의가 이뤄질까?

유엔환경계획(UNEP)의 최신 온난화가스 배출량 격차(Emissions Gap)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배출량이 끊임없이 증가하면서, 대기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온도보다 섭씨 1.5도 이내로 그 상승폭을 제한하려는 목표는 이론적 경로(theoretical routes)로도 이미 불가능해졌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4일 전한 UNEP의 최신 보고서는 향후 10년 안에 대기온도가 목표치인 1.5도보다 적어도 0.1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온실가스 배출 예상 경로. 오른쪽 수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단위: 기가톤) 맨 위 빨간색 선은 현재의 각국 정책대로 갈 경우로, 2035년에 배출 이산화탄소가 50기가 톤을 훨씬 넘게 된다. 그 다음 위에서부터 아래로 배출감축목표(NDC) 약속을 무조건 이행할 경우, 조건부로 이행할 경우, 온난화 상승폭 목표치 2도 이하를 달성할 때, 맨 아래는 목표치 1.5도 이하를 달성할 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이코노미스트 11월 4일

이에 따라 폭염과 가뭄, 산불이 더욱 빈번하게 그리고 점점 더 거세게 찾아 올 것이며, 전염병도 더욱 창궐하게 될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열 때문에 사망한 사람 23% 증가

말라리아 사망자와 비슷한 54만여명 열로 사망

그 5일 전인 10월 30일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지속적인 대기온도 상승으로, 1990년대와 2010년 사이에 열(heat)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세계 평균 23% 증가했고, 2012년과 2021년 사이에 같은 이유로 사망한 사람이 54만 6000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와 비슷하다. 그리고 2020년과 2024년 사이에 지구인들은 매년 평균 19일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열파[폭염]일(life-threatening heatwave days)”에 노출됐는데, 이 가운데 80% 이상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26개국,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국가들에서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3% 이상을 차지하며, 적도 기니에서는 사망자의 7.4%가 고온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자나라 아랍에미리트 연합(UAE)도 6.7%를 기록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열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의 전체 사망자 대비 국가별 사망율. 왼쪽은 1990-1999년 평균, 오른쪽은 2012-21년 평균. 2012-2021년에 지역과 사망자 수 모두 늘었다.  이코노미스트 10월 30일

 

더위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온난화 때문에 줄고 있는 추위로 인한 사망자 수의 약 10% 정도지만, 대다수 기후 모델링은 그 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른 대기의 수분 함유량 변화로 극심한 가뭄과 폭우가 더욱 흔해지는 쪽으로 강우 패턴이 변화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육지면적의 60% 이상이 적어도 한 달 동안 심각한 가뭄을 경험했고, 64%에서는 1961~1990년보다 더 심한 강우량을 기록했다.

 

​2003-2024년 기간의 국가별 산불 연기2003-2024년 기간의 국가별 산불 연기로 인한 연간 평균사망자와 사망자 증감. 왼쪽 지도는 국가별 연간 평균 사망자. 1k는 1000명. 검은색은 1만 5000명. 오른쪽은 국가별 사망자 증감. 푸른색은 줄어든 나라.   이코노미스트 10월 30일

더 빈번해지고 거세진 산불 연기 입자 피해 증대

산불은 전 세계적으로 더 빈번해지고 더 극심해졌다.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은 화재로 인한 오염물질 가득한 연기에 노출돼 심각한 건강상의 피해를 입고 있다. 화재 때 발생한 2.5마이크론(μm. 1마이크론은 100만 분의 1미터) 이하의 입자(PM2.5)는 폐를 통과해 혈류로 유입돼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고, 특정 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중국 피해 줄고 있으나 미국 피해는 늘어

2024년에 산불로 인한 PM2.5에 노출돼 사망한 사람이 약 15만 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03~2012년 10년간의 평균치보다 36% 증가한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이런 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전 세계 국가의 92%에서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2004년부터 2024년까지 각각 연평균 약 1만 5000명, 1만 명이 사망했다. 중국에서는 그 기간에 그런 유형의 사망자 수가 서서히 줄었으나 미국에서는 매년 약 460명씩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지낸 빌 게이츠의 성명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기후변화 사기극(the Climate Change Hoax)과의 전쟁에서 이겼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빌 게이츠가 SNS에 올린 글을 두고 “빌 게이츠가 마침내 이 문제에 대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앞서 10월 28일 빌 게이츠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설정한 대기온도 상승폭 1.5도~2도 이내 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구 온난화가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인류문명의 멸망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라며, 가스 배출량과 온도 상승 규제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사람들 특히 취약계층의 삶의 질과 건강 증진을 우선하는 쪽으로 접근법을 전환하자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완전한 사기극”이라 주장해 온 자신이 이겼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증거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트럼프가 해외원조를 삭감해 삶의 질과 건강 증진에 대한 무관심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게이츠가 비판한 것은 트럼프가 올해 재집권한 뒤 국무부 산하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폐쇄해, 2023년의 경우 한 해 예산 500억 달러에 달했던 대외원조를 전액 삭감해 버린 것이다. USAID 자금은 결국 친미적 세계를 확장하기 위한 방편이긴 했으나 저개발국들의 가난과 질병, 범죄를 퇴치하고, 교육을 증진시키는 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결국 게이츠의 성명을 기후온난화가 사기극임을 보여 준 증거라고 주장한 트럼프야말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를 <이코노미스트>는 하고 있는 셈이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의 증감 추이. 빨간색은 뎅기열, 그 아래 갈색은 지카, 맨 아래는 웨스트 나일 비이러스. 이코노미스트 10월 30일

온난화 전염병 확산에도 영향

온난화는 전염병 확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온도와 습도, 강우량에 생존이 크게 좌우되는 모기는 날씨가 따뜻하고 습할수록 더 빨리 번식하고 성숙해져 흡혈활동도 왕성해진다. 1951~1960년과 2015~2024년 사이에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 mosquito)가 뎅기열(모기가 전파하는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병으로, 강한 통증과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 열 질환)을 전파할 가능성이 50% 가까이 증가했다. 2024년에 뎅기열 감염 사례는 1400만 건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머리가 작아지는 소두증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들이 떠도는 지카(Zika) 바이러스와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의 전파 가능성은 같은 기간에 10% 이상 증가했다. 모래파리(sand fly)가 옮기는 리슈만 편모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걸리는 열대 및 아열대 풍토병인 리슈마니아증에 걸릴 위험도 거의 30% 증가했다.

 

극한의 폭우와 연간 한 달 이상의 극한의 가뭄을 경험한 육지면적 비율 추이. 푸른색은 극한의 폭우 경험 육지면적, 아래 빨간색은 연간 한 달 이상의 극한의 한발을 경험한 육지면적의 증가 추이. 이코노미스트 10월 30일

이번 세기 대기온도 상승폭 2;6~3.3도 예상

UNEP는 각국이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제로(net-zero emissions of carbon dioxide.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아지게 해서 온난화가스 추가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를 달성하더라도 세계는 섭씨 2도에서 3도 사이의 상승폭을 보이는 온난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신 계산에 따르면, 상승폭 1.5도를 넘기지 않기 위한 이산화탄소 추가 배출량 한계선은 800억~1300억 톤인데, 지금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400억 톤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10년 안에 그 한계선에 도달할 것이다. 지금의 기후정책 아래에서는 이번 세기에 지구 대기 평균기온은 2.6도에서 3.3도 사이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공약 지키면 2.1~2.9도, 넷 제로 달성 땐 1.8~2.3도

각국이 기후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경우 상승폭은 2.1도에서 2.9도로 좀 낮아지고, 이번 세기 중반에 약속한 대로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면 상승폭을 1.8도에서 2.3로 낮출 수 있다.

전 세계 온난화가스 배출량의 77%를 차지하는 주요20개국(G20) 경제강국들의 경우 이번 세기 중반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나라는 EU(27개 회원국 전체를 한 나라로 간주)와 영국, 호주 등 7개국 정도다.

중국 온실가스 배출 올해를 정점으로 줄기 시작

중국의 배출량은 예전에 예상했던 2020년대 말이 아닌 올해에 그 정점에 도달한 뒤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변화는 재생에너지 사용이 대폭 늘어난 덕이 크다. 중국은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지만,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2060년 무렵에는 넷 제로(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위 인도와 6위 인니는 계속 늘듯

반면에 세계 3위, 6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배출량을 억제하고 줄이는데 필요한 정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온난화 대책별 이행에 따라 각 상승폭 목표치가 달성될 확율.  왼쪽 그래프부터 1.5도 목표가 달성될 확율, 그리고 2도 이하, 3도 이하가 달성될 확율. 맨 왼쪽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현재의 대책으로 갈경우, NDC(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를 무조건 이행할 경우, NDC를 조건부로 이행할 경우, 조건부 NDC 이행과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이코노미스트 11월 4일

미국 온실가스 증가분 중국의 감소분 상쇄

미국은 트럼프 재집권 뒤 다시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그럴 경우 지구 대기온도가 0.1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기후 모델 창안자이자 UNEP 보고서의 또 다른 주 저자인 조에리 로겔리는 중국을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국들의 낮은 배출 전망치는 미국의 높은 전망치로 상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관심은 이미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 1.5도 초과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그 대응책에 쏠리고 있다. 대응책의 핵심은 대기중에 방출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포집해서 숲이나 지하 저장소 등에 저장하는 것이다. 2021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상승폭을 0.1도 낮추려면 2200억 톤의 온실가스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는 지금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년분에 해당한다. 그러나 세계가 지금 포집, 흡수하고 있는 온실가스량은 연간 약 20억 톤에 지나지 않는다.

박사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뿐만 아니라 그것을 촉진하기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와 온실가스를 제거하기 위한 구조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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