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뒤덮은 '탄핵 반대' 글, '매크로' 여론 조작이었다
3월 9·10일 단 이틀에 58명이 23만 건 올려
헌재 홈피 자유게시판 마비시키며 여론 왜곡
윤석열 탄핵심판 국민 관심 최고조 치닫던 때
불법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단시간 대량 생산
디시 '국힘 갤러리' 보수·극우 성향 이용자들
대개 20~30대…30대 30명 최다, 20대 16명
윤석열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 헌법재판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온통 도배질했던 수십만 건의 '탄핵 반대' 글은 결국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 조작 시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매크로는 쉽게 말해 컴퓨터 작업에서 반복적인 키보드 및 마우스 입력을 자동화해주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이용하면 동일한 인터넷 게시글을 단시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3월 9∼10일 단 이틀간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 탄핵 반대 게시글 총 23만 건을 올려 홈페이지 접속 장애를 일으킨 A(38) 씨 등 58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달 31일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그간 수많은 게시글을 추적해 최초 작성자 A 씨를 특정했고, 주거지 압수수색을 통해 매크로 소스코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A 씨가 악성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집중 유포한 시기는 윤석열 탄핵심판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를 두고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로 치닫던 때다. 당시 국민의힘과 극우 개신교계를 비롯한 내란 옹호 세력 측은 어떻게든 헌재를 압박해 윤석열 파면 결정을 무산시키려고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각종 협박을 포함해 필사적인 여론전을 벌인 바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에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탄핵 반대 딸깍으로 끝내기>라는 글과 함께 매크로 링크를 게시해 보수·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유도했다. 그는 매크로를 이용해 직접 4만 4000여 건의 글을 자동으로 등록했으며, A 씨가 올린 매크로 링크를 따라 접속한 57명이 추가로 약 19만 건의 탄핵 반대 글을 반복 게시했다. 이 때문에 헌재 홈페이지는 정보처리에 장애를 일으켜 접속이 안 되는 등 마비 사태를 빚었다.
이번에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 58명이 대부분 20~30대라는 점은 청년층의 극우화 현상과 맞물려 또 다시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남성 41명, 여성 17명인데 30대가 3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20대 16명, 40대 9명, 50대 3명 순이다. 직업별로는 무직이 21명이며 회사원 19명, 자영업 7명, 전문직 5명, 학생 4명, 기타 2명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크로 같은 불법 자동화 프로그램을 악용한 부정행위 전반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선거나 정책과 관련한 여론을 조작하거나 티켓 예매, 상품 거래 등에서 불법 행위를 한 유포자, 사용자에 대한 형사 책임을 철저히 묻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갈등 사안이나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매크로를 이용해 시스템을 교란하거나 정보 처리에 장애를 발생하는 행위는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