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에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
시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 이야기 전하는데 도움되려
글 한 토막이 새 길 낸다면 보람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두 달 전부터 여러 시민언론 매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오마이뉴스, 에큐메니안, 인저리타임, 당당뉴스, 가톨릭일꾼 등 이름만 들어도 그 결이 느껴지는 매체들이다. 매체마다 정치적 성향도, 다루는 주제도 조금씩 다르지만 '시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게된 이유다.
내가 목사라는 수식품말고 그래도 명색이 시인인데 시민언론에 글을 올리는 일이 쑥스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세상과의 접촉, 호흡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진실은 자주 왜곡된다. 대형 언론들이 권력의 시선에서 뉴스를 다룰 때, 그 틈새에서 사라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다. 나는 바로 그 '틈'을 보았다. 그 틈은 작지만, 그 속에 이 시대의 진실과 희망이 숨어 있다. 내 글을 그 틈새에 실어 보내고자 한다.
정치나 사회, 문화, 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려고 한다. 그러나 그 중심은 언제나 '사람'이다. 권력의 언어와 숫자의 논리로는 결코 포착되지 않는, 한 인간의 얼굴과 숨결, 그들의 희로애락이 내 글의 출발점이다. 나는 첨예한 사회적 문제로 인한 광장 아스팔트 위에서도, 골목길의 낡은 간판에서도,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노인의 표정에서도, 예배당 안의 침묵에서도 우리 시대의 진실을 읽으려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연대, 신앙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글을 쓴다는 일은 세상과의 대화다. 때로는 분노를 가다듬어 정의의 언어로 바꾸는 일이고, 때로는 잊히기 쉬운 따뜻함을 다시 길어 올리는 일이다. 시민언론을 통해 그 대화를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기성 미디어가 외면한 현실의 그늘, 권력의 언어에 가려진 시민의 목소리, 그리고 신앙이 정치와 맞닿을 때 흔들리는 양심의 문제들… 그런 이야기들이야말로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목소리라고 믿는다.
시민언론의 가장 큰 힘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자증이 없어도 진실을 목격한 사람이 직접 증언할 수 있다. 그 자유와 용기가 모여 세상의 불의와 거짓을 흔든다. 그 자리에 조용히 나의 목소리를 더하고 싶다. 거대한 메아리가 되지 않더라도, 한 줄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 글은 화려한 문장보다 진심이 먼저이고, 이론보다 경험이 앞선다. 나는 유력한 언론인도, 정치권의 인사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 눈으로 본 것을 솔직하게, 가감 없이 써 내려간다.
가끔은 인물평을 쓰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시대의 방향을 비추기도 하고, 때로는 가려진 어둠을 드러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물을 쓴다는 것은 결국 시대를 쓰는 일이고, 시대를 쓴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성찰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대를 이해할 수 없고, 시대를 외면하면 자신을 잃게 된다.
물론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꾸며진 것인지 분별하는 일은 고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작더라도 진심을 담은 한 줄의 글이 세상의 공기를 조금은 바꿀 수 있다고. 누군가 그 글을 읽고 "그래, 나도 그렇게 느꼈다"고 공감하는 순간, 세상은 이미 조금이라도 달라져 있으니.
가끔은 글을 올리고 나서 독자들의 댓글을 읽는다. '속이 다 시원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그 한 줄의 반응이 나를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만든다. 나의 작은 글이 누군가의 삶 속에 파문 하나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글을 쓰는 이유이자 보람이다.
돌아보면, 글을 쓰는 일은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상의 부조리와 불의를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무력감, 인간의 이기심 앞에서 오는 좌절감-그 모든 감정을 글 속에서 녹여내며 나는 다시 일어난다. 글은 나에게 믿음이고, 기도이며, 행동이다. 내가 쓰는 문장마다 '다시 희망을 말해야 한다'는 신앙의 명령이 깃들어 있다.
시민언론의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행동하는 양심의 실천이며, 동시에 한 인간이 세상 앞에 설 때의 고백이다. 나는 그 고백의 자리에 서 있다. 세상이 어둡다고 말하는 대신, 그 어둠 속에 작은 등불 하나를 켜고 싶다.
내 나이 칠십, 앞으로도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자 한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포부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니다. 다만 내가 보고 느낀 진실을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그 진실이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고, 상처 입은 사람들 사이에 조그만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연결'의 행위다.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낯선 이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일. 시민언론은 내게 그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제 글쓰기는 내 일상의 기도이자, 세상을 향한 나의 작은 응답이 되었다. 누군가는 화려한 강단이나 방송에서 말하지만, 나는 모니터의 조용한 창 속에서 세상과 대화한다. 글이 실리는 순간, 비록 그것이 화면 한 구석의 짧은 칸이라 해도, 그 안에는 나의 하루와 생각, 그리고 신앙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 듯 고요하지만, 나는 믿는다. 한 줄의 글이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마음이 또 다른 행동을 낳을 때, 거기서 변화는 시작된다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펜을 든다. 시민의 눈으로, 신앙인의 양심으로, 그리고 한 인간의 진심으로. 작은 글 한 줄이 세상 속에서 길을 내기를 바라며, 나는 계속 써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