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의 걸림돌

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2025-10-22     홍순구 시민기자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방력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세계 5위에 올라있다. 군사 강국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이는 지속적인 예산 투입과 첨단 무기 체계의 구축, 그리고 끊임없는 전력 증강이 만들어낸 결과다. K-방산은 세계 각지로 수출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사일·방공·해군 전력 또한 이제는 주변국과 단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수치에도 불구하고, '자주국방'이라는 말 앞에서 국민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왜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총과 미사일은 믿을 수 있지만, 그것을 쥔 손과 머리를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문제는 전력(戰力) 그 자체가 아니다. 진짜 위기는 그것을 운용하는 군 수뇌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붕괴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무기라도, 그 무기를 다루는 사람의 의지와 판단이 무너지면 쇳덩이에 불과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국방력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장병들의 사기, 그리고 지휘부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에 있다.

지난해 벌어진 '내란 사태'는 이런 불안을 현실로 확인한 사건이다. 국가의 안보를 지켜야 할 군 장성들은 위기의 순간에도 확고한 판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부는 오히려 권력의 향배를 살피며 진급과 자리보전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군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특정 세력의 친위 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심을 자초했다. 이 사건은 군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만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아직도 국가 안보를 외부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 것도, 어쩌면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이나 주변국의 군사력 때문만이 아니다. 정작 두려운 것은 군 내부의 도덕적 해이와 기회주의, 그리고 국가의 안보를 안에서부터 갉아먹는 일이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미국이나 우방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문제 이전에, 우리 군 스스로의 자정 능력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국민과 국가만을 위해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군.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강한 군대'의 진짜 모습이다.

정부와 군 수뇌부는 세계 5위라는 숫자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기보다 사람이고, 기술보다 신뢰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방력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총과 미사일이 아니라, 그것을 쥔 사람의 양심과 책임감이 진짜 안보를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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