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맘대로? 러시아 재벌 동결자산 우크라 첫 이전
법무장관, 푸틴 측근 자산 540만불 우크라 지원 결정
EU‧우크라 “유럽내 러 정부 동결자산 우크라 지원”
중국 관영지 “일방적 조치…미국에 대한 신뢰 훼손”
미국이 한 러시아 재벌의 미국 내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이 최초 사례다.
그 대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미디어 재벌인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다. 그는 푸틴을 지지하는 방송사 차르그라드TV를 소유한 미디어계 거물로 알려져 있다.
말로페예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해 4월 미 재무부에 의해 제재 회피와 사이버범죄 혐의로 기소됐으며, 두 달 후인 6월에 540만 달러가 예치된 그의 미국 은행 계좌가 동결됐다. 기소 당시 미 재무부는 말로페예프가 러시아 정부를 “위해서 또는 대신해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행동했거나 행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혐의를 내세웠다.
법무장관, 푸틴 측근 자산 540만불 우크라 지원 결정
이번 결정은 3일(현지시간)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과 미국을 방문 중이던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 검찰총장과의 회동 자리에서 공개됐다. 갈런드 장관은 “오늘 나는 사상 최초로 압류된 러시아 자산의 우크라이나 사용을 승인한다”고 말했다고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갈런드 장관은 “오늘 내가 승인함으로써 압류된 돈은 국무부로 이전되어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 전범들은 미국에서 피난처를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스틴 우크라 검찰총장은 “540만 달러의 압류자산이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를 재건을 위해 이전된다”며 “미국의 단호한 노력과 지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EU‧우크라 “유럽내 러시아 동결자산 우크라 지원”
유럽연합(EU)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EU는 3일 우크라이나와 키이우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100억 유로(약 13조 5000억 원) 규모의 제10차 대러 제재 패키지 추진, 서방의 무기 지원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이 참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EU가 유럽 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겠다는 점을 명시한 대목이다. 양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EU는 EU 및 국제법에 따라 러시아의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및 배상 용도로 쓸 수 있는 작업을 서두를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중국 관영지 “일방적 조치…미국에 대한 신뢰 훼손”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미국의 결정은 미국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는 제목의 5일자 기고문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적 결정을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는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적이고 일방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심지어 미국은 이제 러시아 개인들의 사적인 자산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문은 “미국은 지원 차원에서 주지만, 우크라이나는 그것으로 미국 무기를 사고 결국 미국 군산복합체의 배를 불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 개인이 국제관계로 인해 미국 내의 자산을 빼앗긴다면 미국의 신뢰도는 엄청나게 깎이게 될 것”이라 말하고, 미국이 동결한 러시아 국가자산까지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