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구호선단 탑승 한국인, 가혹한 사막 교도소 구금 중"

이재명 대통령 "석방에 외교역량 최대 투입"

이스라엘 군, 나포 뒤 항구서 교도소로 이송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조속한 석방 촉구해야"

"집단학살, 기아학살 종식도 강력 촉구하라"

이스라엘 쪽 "한국인 최대한 신속 석방 협조"

이-팔 1단계 휴전에도 가자지구 폭격 이어져

2025-10-09     김성진 기자
평화 활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 씨. 2025.10.9.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제공

한국인 1명을 포함한 평화 활동가들을 태운 선박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긴급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항해하던 중 이스라엘에 의해 나포됐다. 활동가들은 팔레스타인 출신 등을 수용하는 사막 교도소에 구금된 상태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 신속 석방, 조기 귀국을 위해 국가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9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 등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 11시 40분쯤 '천 개의 매들린 선단'(Thousand Madleens To Gaza) 소속 선박 11척이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나포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활동가 김아현 씨(활동명 '해초')를 포함한 활동가 60명이 구금됐다.

자유선단연합(Freedom Flotilla Coalition, 이하 FFC)도 홈페이지를 통해 '천 개의 매들린 선단'이 가자지구로부터 220㎞(120해리) 떨어진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군의 헬리콥터로부터 공격을 받고 나포됐으며, 활동가들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이스라엘 아슈도드 항구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새벽 '천 개의 매들린호 선단' 소속 선버드호가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나포 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 2025.10.9. 자유선단연합 제공

김 씨 등 활동가들은 아슈도드 항구에서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의 이집트 접경지에 위치한 케치오트교도소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긴급행동과 강정친구들, 개척자들 등 시민단체 관계자은 "해초 활동가가 이스라에 남부 사막에 있는 케치오트교도소로 옮겨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FFC 쪽도 팔레스타인 지원 인권단체 '아달라'를 통해 이같은 구금 사실을 확인했다. 아달라는 케치오트교도소에 대해 "가혹하고 학대적인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통상 팔레스타인 출신 테러리스트 등을 수용하는 데에 쓰이는 시설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활동가 조속한 석방 나서야"

긴급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스라엘의 민간인 선박 불법 나포 중단과 활동가들의 조기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추진 중이다. (☞서명 링크)

이들은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불법 행위에 즉각 항의하고 해초를 비롯해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할 것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집단학살과 기아학살 종식을 강력히 촉구할 것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가자 봉쇄를 즉각 해제하고 가자 전역에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것 등을 요구하는 시민 5000명의 서명을 한국 외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구호선단 활동가들. 2025.10.9.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앞서 긴급행동과 강정친구들, 개척자들 등 시민단체들은 전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은 즉각 민간 선박나포를 중단하고, 활동가에 대한 구금을 해제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영구적인 감옥에 갇힌 채 포격과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에 가자 주민들에게 긴급 보호 물품을 전달하려는 선박들이 가자로 항해를 하고 있다"면서, 가자를 봉쇄하는 비인도적인 이스라엘군의 나포·구금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1일 44척의 선박이 나포된 '글로벌 수무드(Global Sumud) 선단'과 관련해 "이스라엘은 (나포 과정에서) 일부 선박에 물대포를 사용했다"면서 "(항해 등과 관련해) 훈련한 활동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이스라엘에 심한 모욕을 당하고 기본적인 필요 물품들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스페인,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등 각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강력한 항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튀르키예 경찰은 튀르키예 국민 20여 명 체포 시 국제법상 자유박탈죄, 운송수단 억류죄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민간 선박 나포 중단·활동가 구금 해제' 기자회견. 2025.10.9. 연합뉴스

또 "말레이시아 총리는 타국 정상들과 대화를 가지며 말레이시아 자원 활동가들의 즉각 석방에 지지를 요청하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잔혹 행위와 강탈 종식을 단호히 요구했다"면서 "자국 국민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 역시 즉각 행동에 나서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은 구금자를 즉시 면담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은 구금된 활동가들이 필요한 물품을 제공받도록 조치할 것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과 인권 침해에 강력히 항의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 "석방에 외교역량 최대 투입"

대통령실과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조속한 귀국 등을 위해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저녁 이스라엘군의 나포·구금 관련 상황과 조치 계획을 보고 받은 뒤,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 신속 석방, 조기 귀국을 위해 국가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7.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외교부도 이스라엘 쪽에 우리 국민의 안전과 조속한 귀국 등을 당부했다.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바락 샤인 주한 이스라엘 대사대리를 만나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와 조속한 석방을 위한 이스라엘 쪽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샤인 대사대리는 관련 절차를 거쳐 한국 국민이 최대한 신속하게 석방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으며, 그의 안전 확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특히 우리 국민의 안전과 신속한 석방, 귀국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전달하며, 이스라엘 쪽의 관심과 협조를 재차 당부했다. 또 현재 해외 체류 중인 라파엘 하르파즈(Rafael Harpaz) 주한이스라엘 대사에게도 연락해 한국 정부의 요청을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스라엘 현지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서도 이스라엘 관계당국과 적극 접촉하는 한편, 관련 우방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나가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 및 신속한 석방을 위해 총력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김 씨 등 이스라엘 항구에 구금돼 있는 활동가들은 전례에 따라 추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선박과 탑승자들은 안전하며 이스라엘 항구로 이송됐고 곧 추방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긴급행동 소속 한 활동가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열악한 교도소에서 폭력이나 괴롭힘 등이 우려된다"면서도 "이전에 구금됐던 활동가들도 48시간 또는 72시간 지나면서 풀려난 예가 있고,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석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히 석방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인질석방과 이스라엘군 1단계 철수를 포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트럼프 가장 평화계획의 1단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8일 전해지자 기뻐하고 있다. 2025. 10. 08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1단계 휴전 발표 직후에도 가자 폭격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이른바 트럼프의 '가자 평화 계획' 1단계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같은 합의 내용을 전 세계에 알렸다. 전쟁 2년 만이다. ☞ 관련기사 : 가자 전쟁 2년 만에 '휴전 합의'…트럼프 "영구 평화 1단계"

지난 2년간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하고 무차별적 살육 작전으로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는 최소 6만 7183명에 이르고, 부상자도 16만 9841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추가로 수천 명이 건물 잔해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선 1139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납치돼 억류됐다. 현재 생존 인질은 20명이며, 이번 합의를 통해 풀려날 인질은 생존자와 유해 포함해 모두 48명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전쟁 2년 만에 1단계 휴전에 합의한 직후인 9일(현지시간)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민방위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1단계 휴전 발표 이후에도 이날 가자지구 북부를 포함한 곳곳에서 폭발음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트럼프가 가자 평화 계획 1단계에 모두 동의했다고 밝힌 이후 이어진 것이다.

 

공습으로 연기 피어오르는 가자지구. [AP=연합뉴스]

일단 1단계 휴전 계획에 따르면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의 석방 절차가 곧 시작되고 이스라엘군도 단계적 철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첫 단추는 끼워졌지만 암초는 곳곳에 남아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요구하는 하마스 무장해제와 전후 가자 통치 배제, 하마스가 요구하는 이스라엘군의 가자 완전 철수 등 민감한 이슈들이 적지 않아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