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끝까지 '깽판' …"특검 검사들 집단 항명 징계해야"

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 40명 전원 복귀 요구

어느 공무원 집단에서도 볼 수 없는 오만방자

검찰이 수사 뭉개 특검 발족한 것인데 파렴치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검찰 개혁 조치에 반기

민중기 특검에 "검찰 존치 표명" 황당 요구까지

특검팀은 일단 달래기…"진행 중 수사 차질 없어"

그러나 "검찰청 복귀 원하면 강제로 막진 못해"

'더 센 특검법' 따른 수사 확대, 인력 확보 난망

내란·순직해병 특검팀으로 '사보타주' 확산 우려

"있을 수 없는 항명, 철저히 감찰하고 처벌해야"

2025-09-30     김호경 에디터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사에 도착한 특검팀이 당사에 진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9.18. 연합뉴스

김건희 관련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해온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파견 검사 전원이 돌연 검찰청으로 '원대 복귀'시켜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집단 항명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인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명품 가방 수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등 16개 의혹 전부가 검찰이 수사를 뭉갰거나 아예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준 탓에 뒤늦게 특검이 발족했다는 점에서 검사들이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파렴치한 집단인지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건희 특검 소속 검사 40명은 30일 오전 '파견 검사 일동' 명의로 민중기 특검에게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요지의 입장문을 전달하고 언론에도 의도적으로 흘려 대대적인 보도를 유도했다. 검찰 복귀 요구에는 검사뿐 아니라 파견 수사관 40여 명 중 대다수도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특검에는 부장검사급 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 8개가 있는데 1~6팀 수사관들이 각 팀 검사에게 검찰청 복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검사들은 입장문에서 "특검 파견 검사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파견 기간 동안 사회적 현안 사건 수사에 매진하여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일념으로 불철주야 노력했다"며 "최근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명분 하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검찰청이 해체되고, 검사의 중대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 기능이 상실됐다. 수사검사의 공소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이와 모순되게 파견검사들이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검찰청 해체 및 수사·기소 분리는 정치검찰 자신이 자초한 업보임에도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검찰 개혁 조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모습이다. 이들은 나아가 민 특검을 향해 "특별검사께서 직접 언론 공보 등을 통해 그간의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중대범죄 수사에 있어서 검사들의 역할, 검사의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해달라"고 했다.

검사 출신도 아닌 민 특검(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전면에 나서 검찰의 현재 조직과 기능을 그대로 존치시켜야 한다고 정부와 국민에게 홍보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파견 검사들이 일선으로 복귀해 폭증하고 있는 민생사건 미제 처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복귀 조치를 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일단 파견 검사들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중단하고 당장 복귀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파견 검사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진화에 주력했다. 수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특검 수사가 종료돼 주요 피의자들이 재판으로 넘어가면 공소 유지를 맡지 않고 소속 청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민 특검과 특검보들은 수사 검사가 기소와 공소 유지까지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어떻게든 달래는 중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인 김형근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파견 검사를 비롯한 특검 구성원들이 불철주야 열과 성을 다해 업무에 임해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검사들이 이에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인 건 사실"이라며 "심정적으로 이해할 만하다"고 일정 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진행 중인 수사가 한 치도 흔들림 없이 마무리되도록 파견 검사 등 특검 구성원의 뜻과 역량을 한데 모아 잘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검법 취지와 내용,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수사·기소뿐 아니라 공소 유지도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수사한 검사들이 기소, 공소 유지에 관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인다. 그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방침은 특검보들과 각 수사팀장이 조직 운영 방향을 놓고 논의한 끝에 도출된 것이라고 김 특검보는 설명했다.

다만 복귀를 희망하면 돌려보내 주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당사자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존중해 억지로 복귀를 막진 않겠다는 얘기다. 김 특검보는 "기본적으로 파견 검사뿐만 아니라 파견 공무원, 특별수사관 모두 본인이 복귀를 원하거나 사직 의사를 밝히면 당연히 그 의사가 먼저 존중돼야 한다"면서 "강제적으로 복귀를 안 시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복귀를 희망하면 적절하게 조치할 것이고 강제적인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파견 검사 및 수사관들이 당장 복귀를 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하겠다고 못박은 만큼 향후 수사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 기간을 늘리고 파견 검사도 늘리는 이른바 '더 센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를 앞두고 있는데 검사와 수사관들이 더 이상의 수사는 안 하겠다고 저항하면 수사를 확대하기 어렵고 추가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민중기·조은석·이명현 특검.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건희 특검팀과는 달리 내란 특검팀은 아직까진 별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내란 특검 내부에서는 파견 검사들이 복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없는지' 묻자 "직접 전달받은 건 없었다"며 "파견 검사를 비롯해 내란 특검의 구성원들은 모두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업무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직 이기주의가 유별난 같은 검사 집단이니만큼 김건희 특검팀에서 시작된 '사보타주' 움직임이 내란 특검팀과 순직해병 특검팀으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들의 조직적 반발과는 상관없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4대 쟁점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10월 1일 공포되며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1년의 유예 기간을 둬 내년 10월 1일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 2일 중수청, 공소청이 각각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산하로 신설된다. 이에 따라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검찰청은 내년 10월이면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는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검사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인데, 검찰은 그 반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랜 세월 정치검찰의 표적 수사와 조작 기소에 시달린 본인과 민주당 측 경험이 녹아있는 언급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억울하게 기소가 돼 몇 년을 돈을 들여 재판받아서 무죄가 나왔는데도 검찰은 아무 이유 없이 항소한다"면서 "무죄를 받아도 (검찰이) 상고를 하면 대법원 재판까지 가야하고, 그 과정에서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집안이 망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현재의 항소 제도를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특검 파견 검사들을 필요 이상 자극하거나 검찰에 도발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듯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지만 개별 의원들은 부글부글 끓는 상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건희 특검 파견검사 40여 명이 원대 복귀 요청? 전쟁 중에 돌아가는 장수?"라며 "내란과의 전쟁, 수사 중에 항명이고 기강을 해치는 범법 위법"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은 철저한 감찰을 통해 해당 검사들을 의법 조치하고 법사위는 징계 요구 결의를 제안한다"면서 "검찰 당신들의 그러한 행태가 검찰청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한 자업자득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검찰청은 이미 사라졌다"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중대한 공무원의 항명 행위"라며 "자기들 잘못을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고, 지금 한창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항명을 하느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기획재정부가 쪼개진다고 기재부 공무원들이 이렇게 하는가? 검찰의 뼛속까지 자리 잡은 특권의식, 우월의식의 발로"라며 "저런 방식으로 파견 공무원들이 '나 돌아갈래요' 하는 것은 대한민국 공무원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특권의식, 우월의식에 찌들어 있기 때문에 쉽게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직무유기고 집단행동 금지에 위반되는 처벌 대상"이라며 "엄중한 징계 사유"라고 단언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법사회 전체회의에서 "특검 파견 나간 검사들이 복귀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법사위 차원의 조처가 필요하다. 저 검사들은 행정공무원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파견 명령에 대해 집단적으로 항명하고 있다"며 "특검은 제한된 기간, 제한된 죄명과 범죄에 대해서 제한된 대상을 상대로 특별하게 수사 권한과 기소 권한을 행사하지만 검찰은 모든 국민, 모든 범죄에 대해 언제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것이 문제가 돼서 '내란 정권'을 만들었고 그래서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