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딸 ‘김주애’, 아직 후계자 단정 이르다

김주애 이름조차 불확실하며 자녀 수도 불분명

‘백두혈통’ 상징성, 체제안정 발신의 정치도구일 뿐

후계구도는 ‘수령제 민주주의’ 제도화로 완성될 듯

비핵화 원칙 포기하며 대화 재개 서두를 필요 없어

2025-09-23     조성렬 전략노트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중국전승절에 김정은 위원장의 딸인 김주애가 참석하면서 또다시 북한 후계자문제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언론은 김 위원장이 이번 베이징 방문 때 김주애를 데려간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후계자로서 신고식을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사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해도, 주체를 국시로 내세운 김 위원장이 왜 시진핑이나 푸틴에게 그녀를 소개해야 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김주애의 후계자설은 일부 국내 언론이 먼저 제기했고, 통일부와 국정원이 이를 뒷받침하는 듯이 발표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9월 5일 통일부는 정례브리핑에서 김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의주시하겠다”고 논평한 데 이어, 9월 11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주애가 유력 후계자 입지를 다졌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2일 전용열차편으로 중국 베이징역에 도착해 영접나온 중국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 뒤편으로 이번 순방에 동행한 딸 김주애의 모습이 보인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사회주의국가 세습 문제의 예외 북한

사회주의국가의 세습정권으로는 시리아와 쿠바가 있다. 시리아는 아랍사회주의를 표방한 아사드 가문이 부자(父子) 세습하며 통치했다가 2024년 12월에 붕괴했다. 쿠바는 형 피델 카스트로에서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이 이양됐지만, 라울 카스트로는 동생이기 이전에 쿠바 혁명의 핵심 동지였다. 그나마 그는 혁명 후 세대인 현 대통령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군주제 국가가 아닌 사회주의국가에서 3대 세습에 성공한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북한의 3대 권력 세습과 관련해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이 대두됐을 때의 일이다. 대북 인도지원단체 책임자가 중국에서 북측 고위관계자를 만나 3대 세습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때 북측 관계자는 ‘자신은 누가 다음 지도자가 될지 모르지만, 정권 세습은 사회주의의 이념과 원칙상 있을 수 없다’며 그 가능성을 부인했다.

북측 관계자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최고지도자가 된 것은 김일성 주석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주체사상 체계를 세우고 당 조직 내에서 유일지도체계를 구축했으며 ’3대 혁명소조운동‘을 주도하며 실무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 사후 김정은 3대 세습이 이뤄지고 나서, 중국에서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북측 관계자는 3대 세습문제에 대한 논의를 아예 회피했다고 한다.

세습 왕정도 아닌 사회주의국가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4대 세습 문제가 나오는 것은 그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이뤄진 마당에, 4대 세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의 자녀 중 한 명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4대 세습설이 나오는 이유다.

김여정에서 김주애로, 후계자설의 변화

한때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후계자설이 나돌았다. 2023년 1월 CIA 분석관 출신인 수미 테리 윌슨센터 국장은 김여정이 김정은의 유일한 가족이고 2014년 이후 실질적인 권력을 가졌다는 점을 근거로 김 위원장 유고시 김여정을 ‘논리적으로 가장 합당한 후계자’로 언급했다. 2023년 3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캐트린 카츠 한국 석좌도 공동보고서를 통해 김여정을 후계자 1순위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로 김여정 후계자설은 자취를 감추었다. 김여정을 대신해서 후계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사람은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이다. 2022년 11월 북한 매체에 김주애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주애 후계자설이 힘을 얻고 있다. 2023년 2월 인터뷰에서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에 대해서는 김주애의 후계구도를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 7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유성옥 이사장은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김정은 유고시 김여정과 김주애를 따르는 세력 간에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김여정 건재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2024년 8월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여정과 김주애가 고모와 조카가 아닌 상하관계로 보여지는 모습은 이미 초기부터 정해진 거다. 후계수업의 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다”며 김주애 후계설을 기정사실화했다.

김주애 후계자설의 유력한 근거 중 하나는 그녀에 대한 북한매체들의 호칭 변화이다. 지금까지 조선중앙통신이나 조선중앙TV에 등장하는 김정은의 딸 김주애에 대한 호칭은 조금씩 변화해 왔다. 2022년 11월 첫 등장한 김주애를 가리켜 “사랑하는 자제분”, 2023년 3월에는 “존경하는 자제분”, 2023년 11월 김정은-김주애 두 사람을 통칭해 “향도의 위대한 분들”로 불렀고, 2025년 5월에는 “가장 사랑하는 따님”이라고 표현했다.

 

조선중앙TV는 2023년 2월 8일 개최된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군마등정'을 한 백마와 딸 ‘김주애의 백마’를 공개했다.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연합뉴스

2023년 11월 미국 선전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을 비롯한 국내외 언론은, 당 조직지도부 강연회에서 “우주강국시대의 미래는 조선의 샛별여장군에 의해 더 빛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고 보도해, 그녀의 후계구도가 공식화 단계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보도는 북한매체나 정보당국의 정보판단이 아니라 단지 출처가 불명확한 ‘평양 소식통’을 인용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근거가 불명확하다.

이름조차 불확실한 ‘김주애’, 아들의 존재 가능성

먼저, 김정은 위원장의 딸 이름이 ‘김주애’가 맞나? ‘김주애’라는 이름은 2013년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 방문 뒤 가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게 ‘주애(Ju-ae)’라는 딸이 있다고 말하면서 비롯됐다. 그 뒤 2022년 11월 국정원이 ‘김주애’가 김정은의 둘째 딸이라는 정보판단을 내놓으면서 재등장했고, 2023년 2월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이 '주애'라는 이름으로 주민등록이 된 여성들에게 이름을 고치도록 했다고 보도하면서 사실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북한매체에서는 한 번도 김 위원장의 ‘딸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다. 전직 정보당국자는 김정은이 자기 딸을 지칭하며 ‘저 애’(that girl)이라고 부른 것을 로드먼이 이름으로 오해한 것이며 실제 이름은 ‘은주’(Eun-ju)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가 김정은(金正恩)의 이름을 ‘김정운(金正雲)’이라고 잘못 발음한 전례도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딸 이름이 ‘김주애’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 ‘김주애’가 김 위원장의 둘째인가 하는 점이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둘째라는 정보판단을 처음 내놓은 것은 앞서 언급한 2022년 11월 국정원이다. 그 뒤 국정원은 2023년 3월 첫째 자녀가 ‘아들이라는 첩보’, 둘째가 딸 김주애, 셋째가 성명미상이라고 밝혔으며, 2025년 9월 김주애의 중국전승절 동행을 놓고 ‘후계자에 필요한 혁명서사’를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으며, 다른 자녀(아들)의 장애설, 유학설은 부정했다.

국정원의 ‘김주애 후계자’ 평가는 ‘단순한 추측’ 단계에서 점차 ‘실질적인 가능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김주애의 중국전승절 동행을 놓고 내놓은 국정원의 정보판단은 ‘후계자 확정’의 전 단계인 ‘유력’이다. 한국의 최고 정보기관이 이름조차 불분명하고 자녀 수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거의 단정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다소 의외이다.

하지만 다른 정보소식통은 국정원 분석과 달리 김 위원장에게 1남 2녀의 자녀가 있으며. 첫째는 딸로서 2013년생인 김주애이며, 둘째가 2018년생 아들, 셋째가 2020년생 딸로 추정하고 있다. 이 첩보는 국정원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자녀들의 나이와 셋째 자녀를 딸로 단정한 점이 특징적이다. 이 첩보도 아직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김주애가 '백두혈통'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이미 결정된 후계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주애’는 ‘제2의 김여정’이 될지도

국정원이 ‘김주애 유력설’ 발표를 서두른 배경에 혹시 ‘김정은 후계자 지명’ 특종을 언론에 빼앗겼던 트라우마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2009년 1월 연합뉴스 두 기자는 “북한 김정일, 후계자 삼남 김정은 지명”이라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2010년 10월이 되어서야 ‘김정은 후계자’를 공식 확인했다. 결국 2011년 3월 연합뉴스 두 기자는 ‘2010년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김정은 정권 초기엔 부인 이설주를 동행시키다가 최근 들어 딸 ‘김주애’를 공식석상에 자주 노출시키는 것일까? 이는 외척의 득세를 견제하고, 김씨 직계혈족인 ‘백두혈통’의 영속성을 과시하는 한편, 이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세계에 대해 북한의 안정된 권력승계 의지를 보여주려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한때 후계자로도 거론됐던 여동생 김여정이다. 김여정은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국무위원회 국무위원이다. 그녀는 평상시 보고체계의 중간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당정 간부들 간의 소통창구 또는 김 위원장의 대리인 역할을 통해 리스크를 분담하면서 국정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김여정은 또한 김정은 유고시 후임이 결정되고 안정화될 때까지 섭정을 맡는 임무를 담당한다. 김여정 자체가 북한의 위기관리체계인 셈이다.

북한과 같은 유일영도체계에서는 정부나 당의 간부들이 최고지도자에게 직언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지도자는 독단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오판으로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02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고이즈미 일본총리에게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바람에 북한 당국이 아직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김정은 위원장의 오판으로 인한 체제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통해 김여정 국무위원의 권한과 위상이 확고해졌다는 점은 분명하나, 김여정이 후계자가 아닌 것 또한 분명하다. 그렇다고 ‘김주애’를 후계자라고 평가하는 것도 섣부른 판단이다. 김주애 외에 아들이 있다면, 과거 김정은의 존재를 숨겼던 것처럼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노출을 피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김주애’는 장차 후계자가 될 남동생을 도와 국정운영을 옆에서 돕는 '제2의 김여정'이 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체제 안정화의 실험, ‘수령제 민주주의’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의 후계자 문제는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유일영도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유고는 체제 존립의 최대 위기요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면서 북한당국은 최고지도자의 유고에 대비해 김씨 후계구도의 제도화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조선 왕조가 왕권의 안정화를 위해 국본(國本) 세우기라 하여 세자 책봉 문제를 중요시했던 것과 유사하다.

북한 후계체계의 제도화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정치체제로는 입헌군주제와 이원집정부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입헌군주제를 취하고 있는 주요 나라는 아시아에서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유럽에서 영국 스웨덴 등이 있다. 싱가포르는 이원집정부적 의원내각제 공화국으로, 상징적 지위의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실질적인 정치 및 행정 권한을 가진 총리가 있다. 다만 6년 임기의 대통령도 직선제로 선출된다.

독특한 방식으론 이슬람 원리에 기반한 신정주의와 민주주의 요소를 결합한 신정(神政) 민주주의(Theocracy-Democracy Hybrid)가 있다. 이 정치체제는 외교·국방 등 대외업무는 대통령이 맡고 내치는 총리가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제와 비슷한 형태이다. 즉, 군사·사법·외교 및 대통령·의회 감독은 이슬람 율법학자(아야톨라) 중에서 간접선거로 뽑히는 종신제 국가원수가 맡고, 일상적인 국가통치와 법제정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과 의회가 담당한다.

북한의 경우는 ‘백두혈통’ 중에서 종신제 최고지도자가 나와 헌법적 권한과 군 통수권, 총리 임명권, 의회 해산권을 갖고 있고, 내치는 북한 주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대의원들이 간접선거로 내각 총리를 선출하여 담당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본, 영국, 스페인의 상징적 입헌군주제보다는 태국과 같은 실권형 입헌군주제에 가깝다.

2023년 11월 대의원선거에서 경쟁투표제를 도입했으며, 그 의미에 대해 같은 해 12월 28일 김정은 위원장은 당 전원회의 연설에서 “공화국의 인민적 성격을 부각시키고 민주주의적으로 개선”했다고 천명했다. 이는 ‘백두혈통’을 중심으로 한 수령의 절대적 권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수령의 통치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주민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대의원선거 등 일부 경쟁투표제를 도입해 간접선거로 내치를 담당할 내각총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2023년 11월 26일에 실시된 북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과거 1명의 단일후보에 대한 찬반투표 방식에서 벗어나 후보자 2명을 내세워 1명을 뽑는 새로운 선거방식을 도입했다.

이렇게 제도화된 정치체제는 가칭 ‘수령제 민주주의’(Monolithic leadership Democracy), 또는 ‘수령제 민주주의 인민공화정’이라는 독특하고 모순된 체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북한 헌법 상으로 최고지도자인 국무위원장의 임기는 제한이 없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주기인 5년에 맞춰 ‘재추대’ 절차만 형식적으로 거친다. 이는 제도화된 수령제 하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수령제 민주주의’의 공고화 과정에서 ‘김주애’는 상징적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에 열린 제8기 12차 당 전원회의에서 제9차 당대회의 소집을 결정했다. 따라서 ‘수령제 민주주의’의 제도화는 빠르면 2026년 상반기 중에 열릴 제9차 당대회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자녀의 나이, 그리고 사실상의 핵보유국화, 주변국 관계 안정화, 남북간 2국가관계 합의, 대의원 경쟁제 정착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2031년 제10차 당대회가 될 수도 있다.

4대 권력세습 북한, 통일의 걸림돌 되나

북한의 ‘김주애’ 후계자설은 아직 확정적이지 않고, 정보기관이나 언론이 앞서 나가면서 증폭된 측면이 크다. 김정은의 딸 이름조차 공식 확인되지 않았고 자녀 수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김주애 후계자’ 단정은 섣부르다. 오히려 김주애는 현재 단계에서 ‘백두혈통’의 상징성과 체제 안정의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도구에 가깝다.

우리는 북한의 권력승계 동향을 섣부르게 단정하기보다 다각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특정 정보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소식통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유동적인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실제 후계 구도는 △아들 존재 여부, △김여정의 섭정 역할, △북한 내부의 권력 엘리트 간 합의, △체제 제도화 과정 등 복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장기적으로 ‘수령제 민주주의’라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체제 안정화를 위한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두 국가관계’를 고집하는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북한 내부의 권력구조와 주민들의 의식변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의 두 국가관계가 고착되고 북한 4대 세습이 제도화된다면, 이는 남북통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9월 22일 최고인민회의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포기를 조건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한국을 ‘불가침의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통일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체제 안정화에 주력하면서 핵보유를 고집하고 남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거부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비핵화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남북대화 재개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우리 정부는 남북 화해와 평화공존의 조건을 만들어 나가면서도 제9차 노동당대회 이후 남북관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두 국가관계’ 주장에 따른 우리의 입장 정리와 함께 북한의 후계자 정보판단을 체계화하고 후계체제 제도화 방향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그에 대응한 대북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민관 협동의 중장기 TF팀을 꾸려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