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절에서 한치도 못 나간 '법무부 탈검찰화'

일개 '외청'에 속한 검사들이 주요 보직 장악

꼬리가 몸통 흔들며 기득권 강화, 기형적 현상

법무행정 전문성도 떨어져 개방직 확대 필요

법무부 파견 박근혜 때 73명→문재인 때 33명

윤석열 정부 들어 '재검찰화', 58명으로 늘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57명…내용상 오히려 증가

정책기획단 등 비직제, 업무지원 합하면 75명

정성호 장관, '불가역적 탈검찰' 실제 의지 있나

2025-09-17     김호경의 안티테제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편집이사

검찰개혁을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화두 중 하나가 '법무부의 탈검찰화'다. 익히 알려진 대로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의 일개 외청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하급 기관 종사자인 검사들이 거꾸로 법무부의 주요 보직을 장악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강화해왔기 때문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행정안전부의 외청인 경찰청을 비롯해 그 어떤 부처 외청에서도 볼 수 없는 기형적 현상이다. 그래서 대선 직후인 지난 6월 18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절박하게 발표한 '검찰개혁 5대 핵심 과제'에도 법무부 탈검찰화가 포함됐다.

법무부는 소속·산하 기관 68개에 1년 예산이 4조 원대에 달하는 거대 부처다. 검찰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 외에도 인권 옹호와 법률 구조, 행정 각 부처에 대한 법령 자문, 국가 송무 수행, 범법자 교정과 교화, 출입국 관리 및 외국인 정책, 국적에 관한 사무 등 광범위한 법무행정을 총괄하고 있다. 법무부의 전체 직무에서 검찰 관련 업무는 일부분임에도 자기 분야 외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칼잡이'들이 법무부를 쥐락펴락함으로써 인권 옹호는 물론 국민에 대한 사법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무엇보다 법무부가 징계 등을 통해 검찰권 오·남용을 견제하고 검사들을 엄격하게 통제하기는커녕 도리어 한 몸처럼 유착함으로써 정치검찰의 온상이자 뒷배 역할을 지속하자 '탈검찰화' '문민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파견 검사들은 법무부에서 1~2년 근무하다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 검찰청으로 복귀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축적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반드시 필요한 자리에 국한해 최소화하고, 대신 개방직 임용을 늘려 인권·정책·행정·인사·홍보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을 채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수없이 되풀이됐다.

 

2018년 3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국무위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2018.3.13. 연합뉴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초대 박상기 장관 취임 때부터 법무부 실·국·본부장 7명 중 6명이나 되던 검사장 수를 2명까지 축소하고, 감찰관을 위시한 국·과장급 10개 직위와 평검사 21개 직위에 외부 변호사 등을 임용해 총 35개 직위를 탈검찰화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법무부령인 '시행규칙'의 개정을 통해 종전까지 '검사만' 맡을 수 있었던 직책(단수직제)을 '검사도' 맡을 수 있는 직책(복수직제)으로 개편하고, 복수직제에 비검사 인사들을 임명함으로써 파견 검사 숫자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이 같은 직제 개편 결과 검사만 임용할 수 있는 직책은 검찰국장, 검찰과장, 형사기획과장, 공공형사과장 등 4개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3명이나 됐던 법무부 파견 검사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 70명, 2018년 38명, 2019년 34명, 2020년 32명, 2021년 33명으로 크게 줄었다(장·차관, 정책기획단·TF 등 비직제 파견, 업무지원 형식의 파견 등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역대 정부 최초로 법무장관 4명 모두가 검사 출신이 아니었으며, 특히 이용구 차관은 60여 년 만에 나온 비검사 출신 법무차관이었다. 이 차관에 이어 후임 강성국 차관도 전직 판사로서 발탁됐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장관 한동훈-박성재, 차관 이노공-심우정-김석우로 이어지는 법무부 장·차관 전원이 전·현직 검사로 채워졌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등장하자 문재인 정부 때 외부 개방직 공모로 들어온 비검사 간부들은 돌변한 분위기 속에 강한 압박감을 느끼며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022년 법무장관 재임 때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일부 직위에 외부 인사를 영입했으나 우수 인재 유입 어려움, 업무 실적 저조 등 전문성 부족을 겪었다"는 적반하장격 주장까지 내놨다.

그렇게 과장급 이상 보직에서 '탈탈검찰' '재검찰화'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하위 직급에서도 박범계 장관 재임 때까지 검사를 배치하지 않았던 인권국 인권정책과·여성아동인권과, 법무실 상사법무과·행정소송과·국가소송과 등에 변호사 출신 사무관 대신 평검사들이 기용됐다. 검찰이 법무부 '장악'을 넘어 '지배'를 하는 꼴로 급격히 퇴행한 것은 '검찰독재정권'의 필연적 귀결이었다. 2021년 33명이던 법무부 파견 검사 숫자는 2022년 37명, 2023년 45명, 2024년 56명으로 다시 팽창해 윤석열 정부 말기인 2025년 5월까지 58명으로 치솟았다.

 

2023년 7월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7.26.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에서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부 때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장관 한 사람만 국회의원(변호사) 출신으로 바뀌었을 뿐, 새 정부 첫 검찰 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는데도 2025년 8월 기준 법무부에 파견된 전체 검사의 수는 57명으로 불과 1명이 줄었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때 신설된 인사정보관리단을 폐지하면서 생긴 감소분(3명)과 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생긴 감소분(1명)을 고려하면 파견 검사가 오히려 더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법무차관도 도로 검사 몫이 됐다. 신임 정성호 장관,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탈검찰화에 대한 기본적인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참여연대가 지난 11일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발행한 이슈 리포트 <지금 당장 이행해야 할 검찰개혁 과제 : 법무부 탈검찰화> 자료에 따르면 장·차관을 제외한 법무부 과장급 이상 직책 총 77개 중 검사가 맡을 수 있는 직책은 37개다. 이 가운데 33개는 검사와 검사 아닌 공무원도 맡을 수 있는 직책(복수직제)이지만, 그 3분의 2에 달하는 21개 직책에 검사가 보임돼 있다. 검찰국장과 검찰과장 등 검사만이 맡을 수 있는 직책(단수직제) 4개까지 더하면 총 25개의 과장급 이상 간부 자리를 검사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간 비검사 출신이 임명돼 온 국가소송과장직을 처음으로 현직 검사가 맡는 등 검사 파견이 늘어난 부서까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견 검사가 줄어든 부서는 통일법무과(1명)가 유일하며, 2025년 5월 기준 공석이었던 법무실장(1명)에도 검사를 임용해 윤석열 정부 때의 관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 때 탈검찰 조치로 파견 검사가 2명으로 줄었으나 윤석열 정부 때 5명으로 역진한 인권국조차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 들어 변함이 없다는 것 역시 놀라운 대목이다.

이처럼 무감각한 인사로 인해 현재 법무부를 장악하고 있는 검사(차관 포함 58명)의 규모는 의정부지검 정원(57명)과 비슷하고, 서울고검 정원(50명)을 훌쩍 넘어선다. 정식 직제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장관 직속 부서로 법무·검찰 개혁 과제를 연구하는 정책기획단을 비롯해 검찰개혁지원TF, 법령제도개선TF, 기타 업무지원을 위해 파견된 검사들(17명)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75명으로 훨씬 늘어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8.29.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일 검찰청 폐지와 함께 법무부 산하 공소청, 행안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조직법 개정 이후 1년이라는 긴 유예기간 동안 검찰개혁의 각종 세부 쟁점을 논의·입법화하는 한편, 많은 국민이 우려하듯 검찰이 조직 부활을 노리고 준동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데, '법무부 탈검찰화'가 바로 그 역행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다. 그래서 참여연대도 ▲윤석열 정권의 '법무부 재검찰화' 타파 ▲즉각적 탈검찰화 추진 ▲역진 불가능한 탈검찰화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급히 이행해야 한다고 지목한 사안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 정부에서 '재검찰화'한 감찰관, 법무실장, 법무심의관, 송무심의관, 행정소송과장, 상사법무과장, 인권구조과장, 여성아동인권과장, 국제법무정책과장, 국제투자분쟁과장,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서조차 비검사 임명이 지속돼 왔음에도 오히려 이재명 정부에서 검사가 임명된 국가소송과장 등 11개 주요 직책은 즉시 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
-법무행정의 핵심에 해당하는 검찰국장,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등은 반드시 탈검찰화 해야 한다.
-나아가 검사만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된 '단수직제'를 일반직 공무원도 임명할 수 있도록 '복수직제'로 개정하고, 복수직제는 개방형 직위 등으로 개정해야 한다.
-검찰국은 형사법제과를 법무실로 이관하는 등 역할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법무부 탈검찰화는 수사-기소 분리, 중수청 설치와 같은 고난도 법률 정비 작업이 필요한 검찰개혁 과제와 달리 대통령령 개정과 인사를 통해 바로 착수 가능하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의지만 충분하다면 비교적 신속하게 달성할 수 있다. 한발 더 들어가자면 현직 검사의 법무부 겸직과 숫자 제한 없는 파견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거인 검찰청법 제44조('법무부와 그 소속 기관의 직원으로서 검사로 임명될 자격이 있는 사람은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 이 경우 그중 보수가 더 많은 직위의 보수를 받으며, 그 겸직 검사의 수는 검사 정원에 포함하지 아니한다.')를 삭제 또는 개정함으로써 입법적 차원에서도 단단하게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작성한 '123대 국정 과제' 중 법무부 탈검찰화 관련 부분

국정기획위원회가 작성한 '123대 국정 과제' 중 법무부 탈검찰화 관련 부분

이미 국정기획위원회는 한 달여 전인 지난달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진행하며 "법무부의 탈검찰화로 법무행정을 정상화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 16일, 정부는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정기획위가 제안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과 '123대 국정 과제'를 확정했다. 여기에도 '법무부 불가역적 탈검찰화'가 명시돼 있다. 이토록 명확한 과제를 왜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법무부 인사 때부터 실행에 옮기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 시기 수준으로는 빨리 복원해야 한다.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에서조차 "정성호 장관이 검찰에 포획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 '검찰독재정권'의 부역자와 방관자만 즐비한 검사 집단에서 거의 유일하게 '호루라기' 소리를 일관되게 내왔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 장관의 검찰·법무부 인사가 참사 수준이라며 대통령실 봉욱 민정수석, 대검찰청 노만석 차장(검찰총장 직무대행), 그리고 법무부 이진수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김수홍 검찰과장을 '검찰개혁 5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정 장관과 이들 5인은 수많은 국민이 불안한 심정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선 안 된다.

 

법무부 본부 조직 검사-비검사 임용 현황. 참여연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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