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구속 갈림길…"나는 결백" 끝까지 혐의 부인
오후 2시부터 권성동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열려
"문재인 때도 지금도 나는 결백" 끝까지 혐의 부인
특검 "진술, 다이어리, 사진 등 권성동 혐의 입증돼"
"휴대전화 교체 증거 인멸…중대범죄 도주 우려"
구속된다면 대북송금 로비 등 각종 의혹수사 탄력
윤석열 내란 정권의 실세로 군림했던 검사 출신 '윤핵관'의 말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통일교 쪽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6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를 열고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역 국회의원인 권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가결한 바 있다.
권 의원은 법원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참담한 심정이다. 문재인 정권 때 검찰 탄압 수사가 생각난다. 무리한 수사, 부실한 구속영장 청구, 정치권력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검찰이나 이재명 특검은 동일하다. 저는 그때도 결백했고 이번에도 결백하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문재인 검찰의 수사가 거짓이었듯이 이재명 특검의 수사도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오늘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그대로 밝히면서 잘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통일교 측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는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알려준 적이 있나"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권 의원은 지난 2022년 1월 5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구속기소)으로부터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되면 통일교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정부 예산 및 조직 인사 등을 통해 통일교의 대규모 프로젝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식당에서 현금 1억 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서 ▲윤영호의 진술 ▲윤영호 다이어리 기재 내역 ▲현금 교부 직후 윤영호가 피의자에게 발송한 메시지 ▲1억 원 현금 촬영 사진 ▲권성동-윤영호 만남에 동석했던 사람에게 발송한 메시지 내역 등을 종합했을 때 권 의원이 1억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는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중대 기준 중 하나인 증거 인멸과 관련, "피의자는 공범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을 때부터,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차명폰으로 수사관계자들과 연락한 것들을 비롯해 각종 증거 인멸을 했다"며 "게다가 자신의 하급자인 비서관을 통해 수사 중인 공범과 몰래 접촉해 진술 등을 비롯해 수사 상황을 확인, 공유받으려고 시도한 사실까지 확인됐다"고 적시했다.
앞서 권 의원 비서관은 권 의원과 공범 관계인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를 하려다 택배기사에 잘못 전화했다. 비서관과 택배기사의 통화 녹취에서는 권 의원 비서관이 택배기사를 윤 전 본부장으로 착각해 "조사받고 나오면 (권성동) 의원님이 통화 좀 하셨으면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권 의원이 하급자 비서관을 통해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등 수사 상황을 확인하려고 했던 정황이다.
또 특검은 "현직 국회의원인 피의자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일교 총재의 지시로 피의자에 대한 정치자금을 공여한 사실을 진술한 윤영호에 대해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을 갖춘 통일교 및 현직 국회의원인 피의자의 지속적인 회유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신속히 차단하지 못할 경우 윤영호의 진술 번복을 비롯한 증거 인멸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청렴의무 등을 위배하며 국가이익보다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공여한 종교단체를 위해 직무를 수행하는 등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받을 시, 수사와 재판의 진행에 따라 중형 선고를 예상하고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나아가 "피의자는 본건 정치자금 외 추가로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통일교 쪽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 외에도 2022년 2~3월 통일교 총재 한학자 씨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두 차례 받아 갔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22년 대선 전후로 통일교 신도들이 권 의원을 비롯해 윤한홍 의원, 장제원·박성중·권명호 전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들에게 쪼개기 후원으로 법정 최고 한도까지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한학자 씨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 경찰 수사 정보를 통일교 쪽에 흘려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있다.
권 의원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늦은 오후나 이튿날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권 의원이 구속된다면 통일교 관련 불법 정치자금 사건 외에도 각종 지역 관련 이권 개입 의혹 사건, 대북송금 사건 조작 로비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통일교 총재 한학자 씨는 <연합뉴스> 쪽에 "17일 오전 10시에 출석해 성실히 조사에 응할 것"이라며 "비록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진 못했지만 특검팀 앞에 약속한 바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과의 사전 협의는 따로 없었다고 한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 총재의 자진 출석과 관련해 "피의자 측에서 알아서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필요한 조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만큼 (실제로 출석한다면) 조사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 씨는 권 의원 불법 정치자금 관련 혐의 외에도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윤석열 부인 김건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과 전 씨, 김건희 등의 공소장에는 한 씨가 본인의 목표였던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석열 부부에게 접근했다고 적시됐다. 윤 전 본부장 공소장에는 윤씨의 청탁과 금품 전달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