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에게 금거북…이배용, 임기 한달 남기고 사퇴

당선 축하 선물…국가교육위원장 매관 논란

특검 수사 시작되자 일주일 휴가 내고 잠적

이 위원장 대신 예결위 대리 출석한 김태준

"국가교육위 소집해서 이 문제 논의하겠다"

강경숙 "매관매직 의혹 국민에게 사과하라"

2025-09-01     김민주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2기 국가교육과정 전문위원회 위촉식 및 1차 회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5.6.30. 연합뉴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1일 사퇴를 결심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국가교육위원장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의 임기가 이달 말일이었는데 일찍 사퇴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은 지난달 '양평 공흥 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요양병원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10돈짜리 '순금 거북이'와 이 위원장의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함께 발견했다고 알렸다. 지난달 28일 김건희 특검은 이 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의 수사가 시작되자, 이 위원장은 사무실에도 국무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일주일간의 휴가를 낸 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휴가는) 비서실장을 통해 결재가 이뤄진다"라며 "원장이 휴가를 가겠다고 (휴가원을) 제출했지만 결재를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상부의 결재도 받지 않고 무단 휴가를 간 것이다. 이 위원장의 무단 휴가는 이날 예정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준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이 위원장 대신 참석해 "국가교육위 관련해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조만간 국가교육위를 소집해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이 위원장이 국민 앞에 나와 직접 입장을 얘기해야 하지 않냐'고 질의하자 김 상임위원은 "위원장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말씀하신 것을 제가 논의해서 (이 위원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금거북이로 국가교육위원장을 사고파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안 할 일"이라며 "위원회 차원의 입장문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아니냐"고 질의하자, 김 상임위원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이른 시일 내에 국가교육위 회의를 해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김태준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김 상임위원은 이날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대신해 예결위에 출석했다. 2025.9.1.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한병도 예결위원장은 "이 위원장은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오늘 심사에 무단으로 불출석했다"며 "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여야 간사에게 이 위원장의 예결소위 출석 조치 등을 협의해달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 위원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강 의원은 "왕조시대나 군부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관직 매매 의혹이 윤석열 정부와 국가 교육위원회 수장에게 터졌다"며 "국민과 교육주체는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특검팀이 금고에서 금거북이와 이 위원장의 친필 편지를 발견한 사실을 언급하며 "교육 정책 결정의 공정성과 국가교육위원회의 명예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0년대 국정교과서 논란과 뉴라이트 친일 역사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교육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이 위원장"이라며 "이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전임 원장으로 논란이 컸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가교육위원회의 측근들을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로 선임해 사유화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어렵게 출발한 국가교육위원회에서도 3년간 무능한 모습 그 자체였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사실상 '식물 기관'으로 전락시켰다"며 "이 모든 행태의 배경에 천인공노할 불법적인 뇌물과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국민에게 공식 사과와 금거북이와 편지를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는 "(이 위원장은)매관매직 의혹에 대해 국민과 교육주체에게 사죄해야 한다"며 "뇌물을 주고 자리를 얻었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무력화시킨 것에 대해 석고대죄 하라"고 했다.

강 의원은 또한 "김건희 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고, 어떤 대가를 바라고 했는지 국민과 교육주체에게 소상히 공개하라"며 "특검 조사와 국회 출석을 통해 진실을 자백하라"고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이화여자대학교 13대 총장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 학계 주요 인사로 국정교과서편찬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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