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울려 퍼진 "조선일보 특검 수사하라"

조선일보폐간 시민실천단·언론개혁 시민행진단 촉구

부수 조작 등 각종 범법 행위에도 수사·처벌은 미지근

신학림 "친일 행각에다 현재 행태만으로도 처벌 충분"

2025-08-20     이향림 시민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은 8월 15일, 서울 도심에서는 '조선일보 처벌 시민걷기대회'의 행진이 진행됐다. 행렬이 거리를 지나자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로 응원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4월 19일부터 격주로 진행한 '조선일보처벌 퇴근길 걷기'의 피날레였다. '조선일보폐간 시민실천단'과 '언론개혁 시민행진단'이 공동 주최했다. 주관을 맡은 이원영 단장(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행진을 거듭하며 시민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날은 그 염원이 피부로 와 닿았다"고 말했다. 행진단은 독립문에서 기념식을 가진 뒤 인사동을 거쳐 삼일문에 도착했고, 이후 문화공간온에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강연을 이어갔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3.1만세운동의 발상지인 탑골공원 앞에서 격주로 조선일보처벌 시민걷기대회를 진행해온 시민들이 언론 개혁을 외쳤다. 2025.8.15. 이향림 시민기자

"언론 위의 언론"… 특검이 필요한 이유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조선일보의 친일 보도 행적과 각종 특혜 의혹을 지적했다. 그는 "뉴스타파 다큐멘터리 〈족벌, 두 신문 이야기〉에서 보듯 조선일보는 스스로 '민족 언론'이라 주장할 자격이 없다"며 "과거 친일 행각뿐 아니라 현재의 행태만으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이 제시한 특검 도입의 필요성은 크게 세 가지다.

1. 부수 조작과 사법부의 면죄부

2021년 공익제보를 통해 드러난 '신문 부수 조작 사건'은 조선일보가 실제보다 부수를 부풀려 보고한 사건이다. 조선일보는 조작된 부수를 근거로 정부의 신문지원금과 광고비를 부당 수령했다는 의혹을 낳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법부는 솜방망이 처벌과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이는 공공기금 배분 구조 자체를 뒤흔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못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긴 했지만 형사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학림 전 위원장은 "일반 기업이 같은 행위를 했다면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며 "조선일보에 유리한 '사법적 이중잣대'가 작동했다"고 비판했다.

2. 경영진 범법 행위 수사 무력화

조선일보 주주와 임원들의 각종 범법 혐의가 수사기관에서 반복적으로 없던 일로 처리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탈세, 횡령, 정경유착 등 심각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은 수사를 지연하거나 무혐의로 종결짓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조선일보 고위 임원 일부는 기업 비리와 정경유착 혐의로 고발됐으나, 유야무야 처리된 전례가 있다. 언론 권력에 대한 '봐주기'가 사실상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3. 해외 재산 도피와 내부 거래 의혹

조선일보 계열사 및 관련 인사들의 해외 재산 은닉, 역외 탈세 의혹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시민단체는 조선일보 관계자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부동산 투자와 해외 법인 간 내부 거래를 통해 자산 세탁을 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국세청이나 검찰의 조사는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고,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다. 관련 보도마저 차단되거나 묵살되는 경우가 많아, 정보 접근의 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신 전 위원장은 이밖에도 방용훈의 전 부인 사망 사건, 고문·마약·도박·음주운전·부동산 투기 등 조선일보 일가와 관련된 수많은 의혹이 여전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광복절 80주년 특별 강연을 맡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광복절 80주년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신 전 위원장은 미디어오늘 대표, 뉴스타파 전문위원을 역임한 40여년간 축적된 정보와 열정을 2시간 강연 내내 쏟아냈다. 2025.8.15. 이향림 시민기자

"조선일보는 성역이 아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눈치를 보는 한 진실은 드러나기 어렵다"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특검이야말로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일보가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이롭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이원영 단장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는 나치에 부역한 언론인과 언론사가 응분의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조선일보가 오히려 독재 시절을 거치며 세를 불렸다"며 "역사적 공소시효는 없다. 지금이라도 조선일보를 응징하지 않으면 또 다른 국기문란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 특검 도입 요구는 단지 한 언론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한국 언론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을 묻는 시민적 요청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지만, 그것이 곧 무한한 특권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제 공은 정치권과 사법부, 그리고 언론의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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