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上低”는 맞는데 “下高”는 글쎄…
마이너스 성장률 하반기 회복 놓고 전망 크게 엇갈려
정부·한은 “점차 회복세” vs LG硏·노무라 “침체 가속”
금리ㆍ물가 등 변수에 중국 등 글로벌 수요 회복 관건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 침체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데는 전문 기관들의 견해가 일치하지만, 하반기에 대해서조차 회복과 본격 침체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가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하반기에 더 나빠져 본격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기관마다 전망이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소비에 큰 영향을 주는 금리·물가·부동산 등에 대한 전망과 중국 등 글로벌 수요의 회복 강도나 속도에 대한 예측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한은 '上低下高'…"하반기 세계 경기 회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하면서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렵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등 세계 경제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 추정치(2% 안팎)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반기의 경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0.8%포인트(p)나 높은 2.1%에 이르면서, 연간 성장률을 1.7%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한은의 예상이다.
한은은 '상저하고' 예측의 근거에 대해 "하반기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상품 수출 증가세도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다가, 하반기 이후 중국과 IT(정보기술) 경기 부진이 완화하면서 반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이창용 한은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가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11월 전망치(1.7%)를 밑돌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상저하고' 시나리오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6일 작년 4분기 역성장(-0.4%)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우리 경제는 주요국 경기둔화 정도, 방역 완화 이후 중국경제 회복 속도 등에 영향을 받을 텐데, 종합적으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19일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크게 낮추면서도 '상저하고'(상반기 1.6%·하반기 2.0%)를 점쳤다.
◇ LGㆍ노무라 '上高下低'…"하반기 더 급격한 소비위축"
하지만 이런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1.4%로 전망해 정부(1.6%)너 한은(1.7%)보다 낮게 전망하면서 하반기에 더욱 낮아지는 '상고하저'를 예상했다.
하반기 성장률(1.3%)이 상반기(1.6%)보다 0.3%포인트나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데, 우리나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글로벌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데다 높은 물가와 금리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를 억누르면서 내수 반등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LG경영연구원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2.2%로 떨어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5년 2.7%까지 높아지는데 그칠 전망"이라며 "가계의 구매력이 위축되고 있지만, 고물가 부담이 여전해 각국 중앙은행이 큰 폭의 금리 인하 등 적극적 통화정책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앞으로 수년간 세계 경제의 저성장·고물가가 불가피하고, 침체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강도는 과거 오일쇼크 당시보다 약한 '준(準) 스태그플레이션(Quasi-stagflation)'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올해 중반,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은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가 아예 –0.6%의 역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개선되기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 위축이 뚜렷해지는 하반기 성장률(-0.7%)이 상반기(-0.5%)보다 0.2%포인트나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상반기 1.7%(전년동기비)에서 하반기 -2.1%로 추락하면서, 하반기 수출이 다소 좋은 수치가 나오더라도 상고하저 경기 흐름을 막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를 기점으로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며 "특히 고금리·고물가와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국내 소비의 냉각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 침체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은이나 정부의 경제 전망이 지나치게 해외 요인에만 집중돼있다"며 "국내 소비 침체에 따른 경기 둔화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기 흐름을 너무 낙관하지 말고 정책 대응을 서둘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