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과 광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저자가 소개하는 '신극우, 쿠데타, 빛의 혁명'

윤건희 처벌 넘어 우리 삶 바꿀 미래 만들어야

검찰-언론-사법 통치체제와 권력 카르텔에 주목

그동안 진보 언론, 지식인들과는 차별화된 관점

기계적 중립, 허구적 양비론에 대한 철저한 거부

사회 변혁, '연속적' 수행과 '교차적' 해결 필요해

2025-08-05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 응원봉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4.12.14 연합뉴스

"혁명이란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내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죠. 혁명은 부모가 어떻게 아이들을 기를 것인지, 학교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우리가 세상에 어떤 동화를 만들어놓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 저에게 희망이란, 미래가 굉장히 불확실하고 알 수 없고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거예요. 나아가 현재 우리가 하는 행동이 다른 미래를 써나가고, 그래서 우리는 결과를 바꿀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최선의 결과를 위해서 뭔가 시도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다는 걸 아는 거죠." - 리베카 솔닛

보통 '혁명'에 대한 전통적이고 진보적인 담론은 "혁명은 대중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역사 무대의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이라는 <러시아 혁명사> 속 레온 트로츠키의 설명에 많이 의존해 왔다. 여기서 트로츠키는 "억압받는 계급이 기존의 사회적·정치적 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려는 의식적이고 조직적인 행동"으로 혁명을 설명한다.

하지만 위의 리베카 솔닛의 설명과 주장은 오늘날 윤석열의 12.3 쿠데타를 진압하며 '빛의 혁명'을 거쳐 온 우리에게 트로츠키의 교과서적인 설명보다 더 와닿는 측면이 있다. '혁명'은 단순히 윤석열과 김건희 같은 인물들을 처벌하고 감옥에 가둔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과 관계를 바꾸는 문제라는 말이다. 무엇보다 아직 그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내란과 광장,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신극우, 쿠테타, 빛의 혁명', 전지윤, 산현글방

내가 이번에 쓴 책 <내란과 광장,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신극우, 쿠데타, 빛의 혁명>은 그 과정과 작업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내놓게 됐다. 그래서 윤석열 정권이 어떻게 등장했고,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그것은 왜 쿠데타라는 파국을 향해 나아갔는지를 하나하나 돌아보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발전을 박근혜 탄핵 이후에 재구성된 기득권 우파가 한국형 신극우와 혐오 정치로 나아간 과정 속에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서 그 중심에는 '검찰-언론-사법' 통치체제와 권력의 카르텔이 존재하고 작동해 왔다는 것에 주목한다. 따라서 12.3 쿠데타는 결코 우연이나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기획된 반동이면서 피하기 어려웠던 구조적 필연의 파국으로 자리매김되고, 그것에 맞선 '빛의 혁명'이 얼마나 위대하면서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물론 이런 내용들은 이미 12.3 쿠데타와 '빛의 혁명'에 대한 많은 글과 책에서 다루는 내용과 겹친다고 느껴질 수 있다. 특히 급진적 시각에서 역사와 사회를 해석하는 시각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기존의 급진적 접근이나 분석들과 차이점이 있다. 먼저 나는 이 책에서 많은 급진적 좌파 평론들이 흔히 빠지는 '보수 양당'에 대한 양비론과 기계적 중립을 거부하려고 했다.

이것은 2019년의 소위 '조국 사태'에 대한 진보 언론이나 지식인들의 해석과 태도와는 다른 접근과도 연결돼 있다. 이 책은 그것을 검찰-언론의 연성쿠데타로 평가하며 12.3 쿠데타의 뿌리를 거기서 찾고 분석한다. 또, 지난 몇 년간 강력하게 존재하고 작동하며 큰 영향을 미친 '이재명포비아'에 대한 무관심이나 회피, 동조적 태도와도 선을 긋고 있다. 

 

윤미향 전 의원과 조국 전 장관 - 검찰,언론,사법 통치체제 형성 과정에서 마녀사냥의 희생양들.

이것은 12.3 쿠데타의 진압과 빛의 혁명 이후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기존의 민주당 정부의 개혁이 실패한 이유를 민주당의 무능과 배신으로 설명하는 대개의 좌파적 논평가들과 달리, 진보·좌파 진영의 실책을 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빛의 혁명으로 세워진 정부가 직면할 개혁의 성패도 진보·좌파 진영이 지난 오류를 얼마나 성찰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느냐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진보정당의 미래에 대해서도 진보당을 깎아내리고 정의당만 주목하는 접근 방식을 거부하고 둘 모두의 장단점을 공평하게 평가하면서 진보정당들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조국혁신당(더불어서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의 존재와 구실도 빼놓지 않고 있다. 또 차별금지법 같은 반차별과 평등의 과제를 검찰 개혁이나 언론 개혁의 과제와 대립시키거나, 경중과 선후를 나누는 태도와도 구분되는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나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자본주의 국가의 핵심에는 억압적 국가기구들이 있다는 관점에서 비롯한다. 자본주의에서 국가기구는 중립적인 것이 아니며, 강제와 폭력으로 지배권력의 이해를 관철하는 구실을 한다. 특히 누군가를 체포, 구속, 수사, 기소, 처벌할 수 있는 국가형벌권은 그중에서 핵심이다. 한국에서 검찰은 특수한 역사적 과정 속에서 바로 그 국가형벌권을 독점한 가장 위험한 국가기구의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이들은 거대 언론과 유착할 뿐 아니라 전관 변호사, 보수 정치인, 장관, 재벌 사외이사까지 회전문처럼 들락거리며 독자적 정당처럼 움직여 왔다. 그래서 국가 권력(공권력)의 힘으로 시민의 삶을 짓밟은 정치 검사들은 그야말로 “괴물이 된 국가 권력의 손발”(김두식 교수, <헌법의 풍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검찰 권력은 언론 권력, 사법 권력, 정치권력과 융합해서 한국 사회 기득권 카르텔의 중핵을 형성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인근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긴급 수요 촛불문화제에 수많은 시민이 참석했다. 2025. 05. 07 이호 작가

결국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이 대통령까지 되면서 '검찰 공화국'은 정점으로 향했고 12.3쿠데타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 셈이다. 이런 관점에 따라서 이 책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검찰과 언론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하고,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검찰의 공정한 수사와 언론의 투명한 감시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작동하게 한다’라는 상식적 프레임을 철저하게 배척하고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와 국가에서 모든 적대와 모순은 분리되거나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결된 총체를 구성한다는 관점과도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복합적으로 구성되고 작동하는 사회적 문제와 모순들을 연속적이고 교차적인 관점에서 분석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투쟁의 과제와 방식에서도 연속적이고 교차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과제와 사회변혁의 과제를 ‘연속적’으로 수행해 나가야 하고, 착취와 억압의 다층적 모순도 '교차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문제의식을 2016년 촛불혁명에서 2025년 빛의 혁명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짧고 구체적인 역사와 정치 상황에 대한 분석과 비평 속에서 녹아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기간 동안에 내가 각종 언론에 기고하고 쟁점과 국면에 따라서 SNS에 올렸던 글들이 이 책의 기본 재료가 됐다. 특히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고했던 시사적 정치 평론의 글들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 글들을 바탕으로 해서 전체적인 뼈대를 세우고, 그동안의 상황 변화와 지금의 상황에 비추어서 고쳐 쓰고 다듬는 작업을 통해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따라서 먼저 그동안 나의 부족한 글들에 지면을 제공하며 실어준 <시민언론 민들레>와 김호경 에디터를 비롯한 여러분에게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12.3 쿠데타와 빛의 혁명이 우리의 마음에 일으킨 물결이 다 가라앉기 전에 이 책을 내기 위해서 올해 봄부터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뒤로 미루고 나름 애를 썼는데 그것이 헛되지 않았기를 기대한다.

내란과 광장,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신극우, 쿠테타, 빛의 혁명
☞ 알라딘    ☞ 예스24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