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법원 독립인가 '국민 상식으로부터 독립'인가

하계 휴정기 윤석열 재판 중단하고 휴가 들어가

공평 내세우지만 오히려 불공평한 재판 진행

'신속 재판'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독한 이중잣대

2025-08-01     이명재 에디터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내란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일 수의를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운 상태로 김건희 특검팀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했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이자 검찰총장이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대해 기상천외의 ‘속옷’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같이 윤석열 측이 보이고 있는 비협조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지귀연 내란 사건 재판부는 윤석열 측에 매우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판부의 '공평을 내세운 불공평한' 재판 진행이 윤석열 측의 막무가내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란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는 법원 하계 휴정기 동안 윤석열 재판을 중단하고 휴가에 들어갔다. 내란 특검이 신속한 재판을 위해 휴정기에도 공판을 열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변호인 반대를 들어 거부한 것이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조은석 특검팀이 윤석열과 김용현 재판을 법원 휴정기(7월 28~8월 8일)에도 진행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은 구속기간인 6개월 안에 1심 재판을 마치려면 재판에 속도를 내야 하는 사정 때문이었다. 사안의 긴급성 중대성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내란 재판의 1심 재판은 오는 12월까지로 잡혀 있다. 다른 특검 수사에서 추가 기소 여지가 크기는 하지만 일정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귀연 재판부의 느린 재판 진행에 대한 우려가 특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로부터 나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지귀연 재판부는 결국 휴정키로 한 것이다.

구속 피고인의 형사재판은 휴정기에도 열 수 있지만 재판부는 윤석열 측이 “변호인 일정이 다른 재판으로 가득 차 있다”며 “휴정기 재판은 불가능하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을 이유로 휴정기 동안 재판을 쉬기로 했다. 양측 중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는 공평한 자세를 취하려 하는 모양새지만 재판을 최대한 길게 끌어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을 노리는 윤석열 측의 의도나 이번 사건 처리의 급한 사정, 국민적 관심도 등을 생각하면 재판부가 공평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오히려 의문이다.

윤석열 변호인 측의 반대를 들어 휴정키로 한 것도 재판부가 스스로 결정할 사안을 윤석열 측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여름 휴정기라 하더라도 긴급한 사정이 있는 사건 등은 예외적으로 재판이 진행되곤 했던 전례나 특검 최대 시한 150일 중 휴정 기간 2주는 거의 10분의 1이나 된다는 상황 등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의 휴정은 지귀연 재판부에 대해 처음부터 제기됐던 의구심의 연장선에 있다. 지귀연 재판부는 재판을 시작하면서 한 달에 3~4회꼴로 공판 기일을 잡아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뜻이 없음을 드러냈다. 이는 유사한 사건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주 4회 공판으로 1년 안에 1심을 끝낸 것과 대비된다. 당시 박근혜 측 변호인들이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재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윤석열 재판은 1심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중적인 잣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취임 때부터 신속한 재판 진행을 강조했다. 2023년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심기일전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한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균형 있는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자신이 천명했던 ‘신속 재판’ 방침에 비춰 본다면 재판 지연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나타낼 만하지만 그같은 모습은 전혀 없다.

특히 이재명 대표 상고심은 거의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고속 재판 일정을 강행했던 조 대법원장이기에 윤석열 재판에 대해 보이는 조 대법원장 자신이나 법원의 태도는 지독한 이중잣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을 시간 단위로 구속기간을 계산해 풀어주는 ‘전례 없는’ 발상을 보였던 지귀연 판사의 재판 진행의 ‘비정상’적 행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재구속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윤 전 대통령의 구인영장도 발부하지 않고 있다. 내란 세력에 대한 신속한 단죄를 바라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선 법원 밖에서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귀연 판사를 내란 법정에서 끌어내리겠다”고 한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자 박찬대 의원도 그 중 하나다.

법원에 대해 이렇듯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법원 내부로부터의 반응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귀연 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이 터져 나와 진상조사와 징계 요구가 제기되고 대법원이 이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사는 지지부진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내란특별법'에서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이런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비판과 규탄이 들끓는 듯했고 결국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두 차례 열렸지만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오히려 법관대표회의는 당초 문제가 된 초고속 재판 대선 개입 논란 문제 대신 그에 대해 제기된 비판을 ‘사법권 독립 침해’ 사안으로 문제 삼으려 했다. 사법부의 정치 개입을 오히려 정치권의 사법부 독립 침해로 전도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법관대표회의가 채택을 논의했던 입장문은 "대법원 판결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법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면서도 "정당한 비판을 넘어선 과도한 책임 추궁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수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지만 이 결의안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짚지 못하는 법원의 상황을 드러냈다.

다수 국민들의 상식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내란에 대한 법적 심판을 지연시키고 있는 지귀연 재판부의 행태는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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