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송인 오윤혜 "한덕수 씨가 저를 고소했어요"

한씨, "대통령놀이 취해있다"는 말에 발끈

'법카로 결제했다' 부분 문제 삼아 명훼고소

오씨 "호텔서 법카 결제했다는 말 한 적 없어"

"고소장을 받고도 내 눈을 의심했어요"

"법적으로 공인 누구나 비판 할 수 있어"

2025-07-25     정숙 시민기자
지난 23일 서울 상암MBC 근처에서 인터뷰 중인 방송인 오윤혜 씨.사진촬영 정숙 시민기자.2025.07.23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덕분에 제가 더 유명해지고 있습니다. 결과도 꼭 기사로 많이 실어 주세요."

방송인 오윤혜 씨는 지난 4월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한 전 권한대행 부부가 모 호텔에서 자주 식사를 즐겼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전에도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호텔에서 일하는 지인에게서 들었다" "부인과 함께 때만 되면 와서 밥을 먹는다. 나라가 망하든 관심 없고 법인카드 쓰고 좋은 밥 먹고 지금 완전히 대통령 놀이에 취해 있다"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고소 당했다.  일각에서는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평범한 일반인에 대해 고소로 대응하는 것은 권력 남용이며 과민 반응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시민언론 민들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인근에서 오 씨를 만나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고소 당했을 때의 심경 그리고 사건 조사 진행 과정, 방송 활동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호텔서 법카 결제했다 말 한 적 없어"
"고소장 받고도 내 눈을 의심했어요"

-고소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은 어땠나요?

"저를 고소한 상대가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씨라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고소장을 받고 제 눈을 의심했어요."

-해당 발언을 듣게 된 경위가 궁금합니다.

"그 시기가 계엄이 일어난 뒤 국민들의 일상은 사라졌는데 그들의 일상은 변함이 없고 윤석열 탄핵은 늦어지고 정권이 바뀌어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는 있는건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과 넋두리를 하다가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어떤 발언을 문제 삼아 고소를 했나요?

"제가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한덕수 전 권한대행 부부가 모 호텔에서 자주 식사를 즐겼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전에도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호텔에서 일하는 지인에게서 들었다' '부인과 함께 때만 되면 와서 밥을 먹는다. 나라가 망하든 관심 없고 법인카드 쓰고 좋은 밥 먹고 지금 완전히 대통령 놀이에 취해 있다'는 말을 했다는데, 다른 내용이 아닌 제가 밥 값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말한 부분을 문제삼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습니다." 

-한 전 대행 측의 고소 이유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서요?

"저는 법인카드로 밥값을 결제했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당시는 시민단체들이 연일 고발을 하던 시기였고 국민은 고통 받고 있었는데 고위직이 호화로운 식사를 했다는 제보를 받아 비판을 했을 뿐입니다. 수사를 받으러 가서 지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을 다 제출했고 당시 이 사건이 실린 신문 기사들을 다 복사해서 증거로 가지고 갔습니다."

 

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 출연 모습. 사진출처 오윤혜 씨 페이스북.2025.07.23

"법적으로 공인 누구나 비판 할 수 있어"
"개인 SNS 올린 글 기사 제목으로 나가"
"억울한 고소 고발 남용 되어선 안 돼"

-발언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은 안 했나요?

"저는 정치 평론가가 아닙니다. 윤 정부 이전에는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뉴스도 거의 안 봤습니다. 저는 제 역할이 정치 고관여자층이 아닌 일반 분들을 대변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대변해서 한 말인데 고소를 당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것도 상대가 대통령 권한대행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입니다. 당시 한 전 권한대행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출마 입장도 밝히지 않았고 '대선의 디귿자'도 꺼내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본인이 어느 정도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는데 제 발언이 거슬렸을 수 있었겠다고 개인적으로 추측할 뿐입니다."

-억울한 면이 많을 것 같아요.

"한 전 권한대행은 당시 공인이었고 법적으로 공인에 대해서는 누구나 비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분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대통령에 출마하려던 사람을 끌어내리려는 의도도 없었고 단지 제 생각을 얘기한 거라 많이 당황스러워요. 고소 이후 방송할 때는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니까 예전보다는 많이 불편합니다."

-의도치 않게 발언의 파장이 커졌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던 사람이 저 같은 방송인을 고소했다는 것 자체도 놀랄 일인데 기자님들이 제 에스엔에스(SNS,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봤는지 심지어 제가 SNS에 올린 내용이 기사 제목으로 나가더라고요. 아직 고소 결과도 안 나왔기 때문에 고소인 측을 자극할 필요도 없고 이런 일로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기 때문에 고소를 당한 이후에는 아예 사건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고소 사건으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진짜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해서 고소 고발을 하는 게 아니라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서 고소 고발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주 평범한 분들이 힘있는 누군가에게 고소를 당하면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이런 고소 고발을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 저는 운이 좋아서 방송에 나가서 억울한 얘기도 할 수 있고 가까운 법조인들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억울한 고소 고발이 남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연한 계기에 가수서 시사 방송인으로"
"어떤 분위기라도 유쾌하게 만들 수 있어"

-가수였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던 회사에 들어가 앨범도 냈습니다. 10년 동안 열심히 했지만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없었고 노래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구나를 뼈저리게 느낀 뒤 공부를 해서 실용 음악과 관련된 강의를 했습니다. 아버지도 여동생도 선생님인데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재밌더라고요. 아버지 권유로 석사를 마치고 여러 대학에서 겸임 교수나 외래 강사로 강의를 하며 지냈습니다."

-시사 방송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매불쇼 진행자인 최욱 씨를 노래를 가르쳐 주면서 인연이 됐는데 불금쇼를 팟방에서 할 때 저를 대타로 불렀어요. 그런데 그 방송이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어요. 제가 거침없이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방송에만 나오면 너무 반응이 좋더라고요. 알엔비(R&B) 발라드 가수 이미지 때문에 방송에서 못 풀었던 것을 거기에서는 마음껏 풀 수 있어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방송 출연을 못했는데 시청자분들이 제가 궁금하다고 계속 말씀을 하셔서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을 했는데 그 방송도 반응이 너무 좋아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8년 동안 고정으로 출연을 하게 됐습니다. 최강시사, 홍사훈의 경제쇼 등 경제 프로그램도 3년 정도 했고 주말 경제 플러스 라디오를 최경영 기자님 등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인으로 자리를 잡게 돼서 학교 강의를 접었습니다."

-음악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저는 모르는 건 모른다고 잘 표현합니다. 모르는데 아는 척 하는 게 더 안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방송에서 만나는 분들이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서 마음 놓고 물어볼 수가 있어서 좋아요. 몰라도 저처럼 당당하게 알아 가는 게 중요하니까 저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으신 것 같습니다."

-다른 방송인들과 자신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다들 저를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라고 얘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굳이 차별점을 얘기하자면 솔직하고 어떤 분위기라도 굉장히 유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방송에 정말 지루하고 무겁고 진중한 분들이 나오셔도 그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 6월2일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 출연한 매불쇼 사진.사진출처 오윤혜 씨 페이스북.2025.07.23

"계엄령 이후 삶은 희망 없는 지옥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이재명 대통령"

-윤석열 탄핵 발표 당시 매불쇼에서 오열하던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그날은 진짜 방송을 안 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계엄령 이후에는 삶이 희망없는 지옥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매일 마음이 무겁고 속상하니까 방송을 하기에 나라는 사람이 너무 감정에 취약한 건 아닌가 회의감도 들었어요. 탄핵이 발표되는 순간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눈물이 막 쏟아졌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이 화제가 돼서 쇼츠(짧은 영상)가 몇백 개가 나왔는데 저는 민망해서 못 보겠어요. 계엄령 이후 사태를 아프게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저와 같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에서 만난 사람들 중 기억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던 사람은 이낙연 전 총리님였어요. 방송 전에 서로 가벼운 대화나 농담을 주고 받으며 어색함을 깨버리는 시간이 있는데 어느 누가 질문을 해도 대답을 안 하고 아예 입을 닫고 계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고 약자에겐 약하고 강자에겐 강한 제 성격이 발동해서 방송에서 이낙연 총리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아무래도 이재명 대통령입니다. 방송에서 두 번 정도 뵀는데 정말 소탈하고 장난기도 많으시고 인간미가 넘치는 분이셨어요. 너무 대단하신 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악마화가 돼있다보니 보호해 드리고 싶다는 그런 마음도 들었어요. 그리고 유시민 작가님 같은 경우는 방송과 현실이 정말 똑같으신 분이세요. 각 분야에 통찰력이 뛰어나신 데다가 인간적인 면도 갖춘 분이라  정말 좋아합니다."

 

2024.12.19일 성유보상을 받고 발언 중인 오윤혜 씨. 사진출처 오윤혜 씨 페이스북.2025.07.23

2024.12.19. 성유보상 상패. 사진 출처 오윤혜 씨 페이스북.2025.07.23

"상식적인 세상 원해 목소리 낼 뿐"
"성유보특별상, 더 잘하라 주신 것" 

-시사 방송일을 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저에게 정치색을 입히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국민의힘이 너무 비상식적이라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더 큽니다. 제 성향 자체도 진보와 보수가 섞여 있어요. 상식적인 세상을 원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건데 정치색을 입히는 건 좀 부당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일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있어서 저를 응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가 활동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극우들의 공격을 많이 받습니다. 나에게 피해가 왔을 때 누구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내 자신은 내가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항상 발언에 신중을 기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민주언론 시민연합 40주년 성유보특별상을 받았는데 어떤 상인가요?

"성유보특별상은 고 성유보 선생의 뜻을 이어 언론 민주화와 평화, 통일 발전에 기여한 단체나 개인의 활동을 기리기 위해 2015년 제정된 상입니다. 언론인이 아닌 저에게 말도 안 되는 과분한 상이죠. 정말 훌륭하신 언론인 분들이 많은데 저에게 상을 주신 이유는 앞으로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주신 것 같아요. 굉장히 영광스럽지만 과분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방송에서 얘기를 거의 안 했습니다."

"아이들이 덜 우울하고 행복한 세상 오길"
"뉴스를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

-방송인과 엄마로서의 역할 균형을 잡기가 여려울 것 같아요.

"바쁘다보니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2~3시간 정도밖에 안 됩니다. 집에 가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주말에는 무조건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너무 감사한 건 본인도 힘들고 일에 대한 욕심도 있을 텐데 저보다 훨씬 육아를 잘해서 제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다니다보면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행동을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공개적인 행사나 학부모 단체 카카오톡방에는 일체 들어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일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것만은 꼭 지키려고 합니다."  

-교육 정책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요?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냅니다. 지금처럼 입시나 암기 위주의 교육과 점수에 찌들어 지내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이나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돈으로 아이들의 성적을 만들어내는 상위 5% 이내의 사람들까지는 막을 수 없더라도 나머지 학생들이 희생되면 안 됩니다. 공교육이 강화되어 부모들은 일에 집중하고 아이들은 학교만 다니더라도 충분히 그 안에서 만족감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에이아이(AI, 인공지능)와 경쟁해야 되는 시기에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인성 교육과 부모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지금보다 덜 우울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방송인 정미녀씨와 함께 운영하는 채널 오정TV 방송모습. 사진출처 오윤혜 씨 페이스북.2025.07.23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정권이 바뀌어서 마음이 너무 편해지고 뉴스를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저는 이재명 정부 다음 정부가 어떤 정부가 될지 벌써 걱정돼요. 지금 정부가 아무리 잘해도 다음 정부가 잘 해줘야 지금 정부에서 한 일이 더 빛날 거니까요. 우선은 내란 종식을 확실하게 시켜야 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교육 정책 개혁과 주거 문제 해결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응원해 주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 씨는 "저의 진정성을 알아봐 주시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민들께서 방송에서 제가 순수하게 표현한 마음이나 감정에 많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시사 방송 외에도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방송도 하고 싶습니다"라며, 앞으로의 세상은 정치문제든 사회문제든 쉬쉬하며 편을 가르지 않고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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