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영화 ‘기생충’처럼 위조”…검찰 허위 포렌식 결과

조중동 필두 언론들 합창, ‘기생충처럼 위조했다’?

자극적 ‘기생충처럼’ 비유까지 ‘검찰 작문’ 인용

당일 나왔던 포렌식 결과, ‘표창장 파일들 발견’

표창장 2013년 작성, ‘PC 사용자’ 근거는 2014년

‘표창장 파일 작성자’ 근거 없는 포렌식 허위 결론

2025-07-16     박지훈 IT 전문가 편집위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조국 사태의 재구성] 67. 정경심 ‘기생충처럼 위조’ 보도 내막은 검찰의 거짓 포렌식 결과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많은 언론보도 중에서도 여론을 특별히 악화시켰던 두 번의 검찰발 허위 언론플레이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잘 알려진 9월 7일 SBS의 ‘총장님 직인 파일 보도’였다. 이 보도는 ‘조국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다수 국민에게 조국 부부에 대한 ‘유죄 심증’을 심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보도가 기막힌 허위 보도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그로부터 7개월이나 지난 2020년 4월 재판에서였고, 그나마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9월 3일에 검찰이 압수한 정 교수의 연구실PC에 파일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어처구니 없게도 그 ‘총장 직인 파일’은 SBS 보도보다 며칠 후에 우연히 압수되는 ‘강사휴게실PC’에서 발견됨으로써 검찰이 미래를 예언해 미리 언플을 하는 ‘예언 보도’가 됐다.

하지만 2019년 9월 당시 조국 장관에 대한 여론 향방에 쐐기를 박았던 보도는 따로 있다. 바로 ‘SBS 예언 보도’로부터 열흘 후 9월 17일부터 수많은 언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기생충처럼 위조’ 보도들이다. 하지만 검찰이 해를 넘기고서야 공개한 증거들을 되돌아보면, 이 ‘기생충’ 보도들 역시도 거짓 보도였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포스터..

조중동 필두 언론들 일제히 합창, ‘기생충처럼 위조했다’?

조국이 장관으로 임명된 지 일주일 가량이 지난 2019년 9월 17일 오후, 조중동을 시작으로 여러 언론의 헤드라인이 난데없이 영화 ‘영화 기생충’을 거론하는 타이틀로 장식됐다.

그 시작은 조선일보로, 이날 오후 4시 10분에 첫 기사가 게재됐다. 이어 동아일보가 저녁 8시58분에, 중앙일보는 자정 무렵인 18일 0시2분에 같은 내용의 기사를 송고했다. 기사 제목들에서 보다시피 이들 기사는 공통적으로 아예 제목에서부터 ‘영화 기생충’을 내세웠다.
☞ [단독] "조국 가족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수법, 영화 기생충과 닮았다" (조선일보)
☞ [단독]“영화 ‘기생충’처럼 표창장 위조했다” (동아일보)
☞ '기생충'같은 위조 정황···정경심, 아들 표창장 잘라 만들었다 (중앙일보)

이들 조중동 신문사들과 별개로 KBS도 당일 저녁 9시7분에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 [단독] “정경심, 아들 표창장 스캔해 딸 표창장 만들어”…동양대 컴퓨터서 물증

다음날인 18일에는 아침부터 머니투데이, YTN, 한국경제, SBS, 한국일보, 채널A, MBN 등 수많은 언론에서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보도들 대부분도 기사 제목을 ‘기생충처럼 위조’라고 뽑았다. 겨우 만 하루 사이에 수많은 주류 언론이 일제히 ‘기생충’을 합창한 것이다.

 

2019년 9월 17일 영화 '기생충'을 처음 거론한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 홈페이지 기사 캡처.

이 보도들의 내용은 정경심 교수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과 비슷한 방식으로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가 아들이 받았던 상장의 ‘총장 직인’ 부분을 잘라내 딸 표창장에 붙여 넣는 방식으로 위조했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조국 사태’ 발발보다 겨우 두어 달 전인 2019년 5월 말에 개봉됐고, 이후 폭발적인 흥행 성적을 내며 불과 두어 달 만에 1천만 흥행을 찍었다. 사회적 이슈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둠으로써 9월 당시엔 국내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또 순차 개봉된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기생충’ 열풍이 전혀 식지 않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 영화에서 미대 지망생인 ‘기정’이 능숙한 포토샵 실력으로 문서에 대학교 로고와 직인 이미지를 붙여 넣어 대학교 ‘재학증명서’를 위조하는 장면은 이미 많은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새긴 터였다. ‘기생충처럼 위조’ 보도들은 이렇게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된 장면을 ‘조국 사태’에 직접 대입시켰고, 그렇게 국민 다수에게 정 교수의 표창장 혐의에 대한 유죄 심증을 심어준 것이다.

자극적 ‘기생충처럼 위조’ 비유까지 ‘검찰 작문’ 인용

그러면, 이렇게 수많은 언론이 일제히 영화 ‘기생충’에 빗댄 이 보도들의 출처는 어디일까.

일단, 가장 먼저 조선일보가 보도한 ‘단독’ 기사에서는 그 본문에서 ‘동양대 관계자’가 등장해 마치 ‘기생충’ 언급이 익명의 동양대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것인 양 서술했다.

동양대 관계자는 "정씨가 딸과 아들에게 준 표창장 등은 똑같은 모양의 직인이 찍힐 가능성이 극히 낮다"며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장면처럼 대학 로고와 직인, 글씨체 등을 일일이 짜깁기해 만든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조선일보의 이 ‘동양대 관계자 피셜’은 아예 거짓이다. 이후 검찰의 포렌식 분석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실제 출처는 동양대 쪽이 전혀 아니라 검찰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표창장 파일’이나 ‘총장 직인 파일’ 등은 모두 ‘강사휴게실PC’에서 발견됐고, 동양대에서 대학 관계자의 입회 하에 현장 선별압수를 한 것이 아니라 검찰 수사팀끼리 PC들을 켜서 살펴보다가 압수해 통째로 서울의 대검찰청으로 가져간 것이다. 즉 검찰 관계자들 외에 동양대 관계자 누구도 이 파일들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조선일보의 ‘관계자 피셜’의 내용과 달리 아들 상장과 딸 표창장의 직인은 실제로는 똑같지도 않다. 딸 표창장 파일의 직인 부분은 위아래로 약간 눌려져 있어 똑같은 모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일이 짜깁기해 만든 것으로 보였다’라고까지 주장한 것도, 실제 파일들을 육안으로 봤다고 가정하더라도 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 파일들을 기술적으로 분석한 검찰 관계자들만이 가타부타 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조선일보의 최초 ‘기생충’ 보도에 등장한 이 익명의 ‘동양대 관계자’는 다음날까지 줄줄이 이어진 다른 모든 ‘기생충’ 언급 언론 보도들에서는 아예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모든 언론 보도에서는 모두 ‘검찰’을 출처로 하고 있다.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의 연구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해 문서 위조 과정을 복원해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위조 과정이 영화와 똑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정 교수가 동양대 사무실에서 쓰던 컴퓨터에서, 아들이 실제로 받은 동양대 표창장의 스캔 파일과 이를 일부 자른 그림 파일·딸 표창장 내용이 적힌 한글 파일·표창장 완성본 등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KBS)

결국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 당시에는 검찰과 조선 기자가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동양대 관계자를 창조하고 그 입을 빌려 ‘기생충’을 운운했다가,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흐른 후 동아일보 보도부터는 대놓고 검찰 출처임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조중동 이하 수많은 언론이 똑같은 ‘영화 기생충’ 비유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과연 기자들의 창의적 발상이 일치해서라든가 혹은 타 언론사의 앞선 보도의 표현을 빌려다 쓴 것이었을까. 아니, 그 표현까지도 검찰이 언론 기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던져준 사실까지 확인된다.

그런 사실은 바로 다음날인 9월 18일 아침 채널A 방송에서 드러난다. 채널A 역시 이 사안 보도에서 ‘기생충’ 비유를 내세웠는데, 그 출처에 대해 앵커가 발제 브리핑에서 직접 언급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위조 과정이 ‘기생충’ 영화와 똑같다고 했다”고 발언한 것이다.
☞ 정경심, 영화 ‘기생충’처럼…공소장에 “표창장 위조” | 김진의 돌직구쇼 (채널A)

 

2019년 9월 검찰은 언론들에 '기생충처럼 위조'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퍼뜨렸다. 채널A 방송 화면 캡처.

즉 검찰은 단순히 수사중인 사건 관련의 피의사실을 언론들에 흘린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기생충처럼 위조’라는 ‘보도 포인트’까지 제공한 것이다. 대다수 언론은 검찰의 이런 의도에 충성스러울 정도로 부응해서 검찰의 ‘유죄 증거 발견’ 주장뿐만이 아니라 기생충 운운하는 표현도 그대로 그대로 받아썼다. 나아가서 채널A, SBS, MBN 등의 보수 방송 매체들은 시청자들의 실감과 이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영화 ‘기생충’의 수십 초 영상을 편집 없이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렇게 검찰이 여론을 엿가락처럼 주물러댔던 이런 ‘기생충처럼 위조’ 보도들은, 과연 진실에 부합한 내용이었을까?

‘기생충’ 당일 나왔던 포렌식 결과, ‘표창장 파일들 발견’

검찰이 ‘기생충’이라는 구체적 표현을 가이드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펼쳤던 ‘기생충처럼 위조’ 주장을 내놓은 근거는 바로 그날 나온 포렌식 분석보고서였다.

해당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대검 포렌식 분석보고서 2019지원12467’(이하 ‘12467 보고서’)로서, 이 문건은 소위 ‘강사휴게실PC’(증거번호 ‘2019지원12424’)에 대한 ‘첫’ 포렌식 분석 결과였다. (검찰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후로도 이 PC를 20차례 이상 반복해 포렌식 분석을 진행했다.)

강사휴게실PC는 검찰이 9월 10일 동양대 교양학부 건물의 강사휴게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2대의 PC들로, 검찰이 동양대 교양학부의 조교 김 모씨를 위협과 기망을 동원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것이다. 압수 직후 검찰은 밤 10시가 넘은 심야임에도 이 PC들을 즉시 영주에서 서울의 대검까지 보냈고, 다음날인 11일 아침부터 지체 없이 포렌식 분석을 시작했다.

그 분석 작업의 결과가 6일 후인 17일에 ‘12467 보고서’로 나온 것이다. 즉 검찰이 이 보고서가 나온 당일에 즉시 그 내용을 대대적으로 언론플레이에 활용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대검 포렌식 분석보고서 ‘2019지원12467호’의 표지. 보고일자가 2019년 9월 17일임이 확인된다.

그러면, 이 포렌식 결과는 과연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기생충처럼 위조’라고 호언장담할 정도의 증거를 담고 있었을까? 아니, 오히려 정반대였다.

일단 이 12467 포렌식 보고서에서 먼저 이목을 끄는 부분은 표창장 관련 파일들이 발견됐다는 부분이다. 2대의 강사휴게실PC들 중 1호 PC(증거번호 12424-1호)의 하드디스크에서 ‘총장님 직인.JPG, ‘(양식)상장[1].hwt’ 등 총 4개의 표창장 관련 파일들이 발견됐다. 이 파일들이 각각 총장 직인 파일, 표창장 파일 등으로 지칭되는 표창장 관련 파일들이다.

 

대검 포렌식 분석보고서 ‘2019지원12467호’에서 강사휴게실PC 1호에서 표창장 관련 파일들을 발견했다고 서술한 부분.

이 보고서에는 이 파일들에 대해 분석한 내용들을 담고 있고, 파일들의 생성 날짜는 모두 2013년 6월 16일로 되어 있었다. (그 분석 과정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따져볼 것이다.)

표창장은 2013년 작성, ‘주된 사용자’ 근거는 모두 2014년?

그런데 검찰에게도, 또 필자와 변호인 측에게도 이 보고서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결정적 관건은 이 파일들의 존재 자체가 아니었다. ‘누가’의 문제다. 이 파일들을 만든 사람이 검찰이 애타게 바라는 바로 그 사람, ‘정경심’이 맞느냐 하는 것이다.

검찰은 증거 단 하나도, 소환조사도 없이 정 교수를 9월 6일 청문회 당일 밤에 기소부터 해버린 상황이었다. 증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기소를 해버렸으니 검찰로서는 오히려 기소 전보다 더 절박해졌다. 그래서 당시 검찰로서는 이 표창장 관련 파일들을 만든 주인공은 무조건 정경심이어야만 했다.

당시 검찰이 몰아가고 있었던 ‘사문서위조’ 혐의는 당연하게도 ‘권한 없는 자’가 문서를 작성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다. 정 교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성했다면 당시 검찰로서는 거기서부터 문제가 꼬이게 된다.

작성 권한이 있는 사람이 작성했다면 당연히 사문서위조죄가 성립될 수 없고, 또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만들어진 것이라도 비슷한 상황이 된다. 또 설사 작성 권한이 없는 제3자가 작성했고 그게 사문서위조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정 교수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면 역시 정 교수에게 위조죄를 묻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검찰로서는 이 파일들의 작성자는 반드시 정경심이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면, 이 보고서는 과연 이 표창장 관련 파일들을 만든 사람으로서 정 교수를 특정할 수 있었을까? ‘특정 비슷하게’ 하기는 했다. 그런데, 그 결론은 진실과 거리가 멀었다.

이 보고서의 작성자 이승무 분석관은 네 가지 근거를 내세워 정 교수를 이 강사휴게실PC의 ‘주된 사용자’로 특정했다.

 

대검 포렌식 분석보고서 ‘2019지원12467호’에서 정경심 교수를 작성자로 특정한 결론.

그런데 이 보고서의 전체 내용을 살펴보면 이 네 가지 근거 모두가 피의자 특정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사실관계다.

  • 먼저, 보다시피 이 PC의 사용기한은 4월 11일부터, 또 ‘정경심’ 계정이 PC용 카카오톡 프로그램을 사용한 시점이 2014년 5월부터라고 되어 있다.
  • 다음으로, 한국투자신탁 HTS 프로그램을 설치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했는데, 같은 보고서의 내용에서 적시된 그 설치 일자는 2014년 4월 14일이다.
  • 또, 이 보고서 내용에서 특정한 학교 웹사이트 흔적들 중 시기가 확인되는 것들은 모두 2016년 이후의 흔적들이다.
  • 윈도우 바탕화면 등에서 ‘정경심’ 관련의 파일들이 많이 발견됐다는 서술은, 단지 2014년 4월 이후 흔적이 발견된 여러 사용자들 중에서 ‘주된’ 사용자는 정경심이라고 본 것이다.

보다시피 이승무가 이 PC의 ‘주된 사용자’를 정 교수라고 지목한 네 가지 근거는 모두 2014년 4월 이후의 흔적들이다. 따라서 2014년 4월 이후 PC 주 사용자를 정 교수라고 지목하는 데에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승무가 스스로 간과한 결정적 문제가 있다. 이승무 스스로 보고서 곳곳에 명시해 놓은 표창장 관련 파일들의 생성 일자가 모두 ‘2013년 6월 16일’이라는 것이다. 보다시피 시기가 전혀 맞지 않다.

 

대검 포렌식 분석보고서 ‘2019지원12467호’에서 이승무가 확인한 표창장 관련 파일들의 날짜가 모두 2013년 6월 16일이었다.

이 근거들 모두가 2014년 4월 11일보다 이후의 흔적들인 데에는 매우 단순한 이유가 있다. 바로 그 날짜가 해당 PC에 윈도우 OS가 재설치된 날짜이기 때문이다. 강사휴게실PC 2대는 그 이전까지 윈도우XP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윈도우XP에 대한 공식 지원이 2014년 4월 8일에 종료됐다. 이 PC에는 그보다 며칠 뒤늦은 4월 11일에 윈도우7을 설치된 것이다.

추후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두 대의 강사휴게실PC들은 원래 다른 기업에서 사무용으로 사용하던 것을 2012년에 정 교수가 지인으로부터 중고로 얻어온 것이다. 또 그 이후로도 여러 위치를 이동해가며 여러 사람에 의해 사용됐다. 즉 이 PC에서 나온 2014년 4월 이전의 흔적들은 정 교수의 흔적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표창장 파일 작성자’ 특정 근거 없는 포렌식, 허위 결론

지극히 당연하게도, 2014년 4월 이후의 주 사용자를 누구라고 지목하든, 그건 2013년 이전 시점의 ‘주된 사용자’를 추정하는 근거가 될 수가 없다.

같은 보고서에서 이승무 스스로 표창장 파일들의 날짜를 ‘2013-06-16’이라고 여러 번 반복해서 기재해 놓았고, 동시에 위 네 가지 근거의 각 시기 역시 같은 이승무가 같은 보고서에서 명확히 기재해 놓은 만큼, 이런 엉터리 특정이 단순 실수일 리는 없다.

그는 국내 수사기관들 중 디지털 포렌식 역량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검찰, 그 안에서도 정점인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의 포렌식 분석관이며, 그 중에서도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팀장급 분석관이었다. 심지어 보고서 표지 하단 지면에도 자신의 화려한 경력들과 자격증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즉 이승무는 스스로 명확히 기재해놓은 일시들의 치명적 모순점들을 놓치고서는 황당무계한 엉터리 결론을 내놓을 정도의 어설픈 초보자가 아니다. 이승무가 의도적으로 정 교수가 표창장 파일 제작 시점에도 이 PC를 사용한 것처럼 들리도록 결론을 꾸며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설사 정 교수가 이 PC에 대해 전 기간에 걸쳐 ‘주된 사용자’라고 가정하더라도, 표창장 파일들의 작성자가 정 교수라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승무 스스로도 PC의 사용자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라고 추정했기 때문이다. 이승무가 이 대목에서 ‘이 PC 사용자’ 혹은 ‘유일한 사용자’라고 하지 못하고 ‘주된 사용자’라는 흐리멍덩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나아가서, 이승무의 결론에는 이보다 한층 더 심각한 함정도 있다. 이 PC에서 표창장 파일들이 작성된 것이 아니라 다른 PC에서 작성된 후 단순 복사된 것일 가능성이다. 당장 필자의 PC에도 필자가 아닌 사람들이 작성한 수많은 문서가 저장되어 있고, PC를 사용하는 다른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표창장 파일들이라도 그것들을 작성한 당사자가 정 교수가 아닌 다른 어떤 사람이라면 문제의 양상은 완전히 뒤집어진다. 정당한 작성권자가 작성했을 수도, 합리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작성 경위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정경심이 표창장을 위조’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결론이 이 포렌식 단계에서 내려지는 것은 전혀 불가능했다.

이 ‘복사된 파일 가능성’ 문제는 이후 1심과 2심 재판 과정에서 필자를 포함한 변호인 측과 검사 측 사이에서 첨예하게 다투게 되는 쟁점들 중 하나가 된다. (이승무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들에서 이 ‘복사된 파일’ 가능성을 제외하려 나름의 기술적 근거를 제시했는데, 그 논리에도 허무할 정도의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이어서 자세히 따져볼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경심 표창장 위조 혐의’ 수사의 일환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서 실제로 중요한 핵심 관건은, 표창장 파일들의 발견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파일들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그런데 강사휴게실PC에는 그 ‘행위자’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핵심 결론을 크게 왜곡해놓고 그것을 대대적인 언론플레이의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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