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총리’ 첫 행보는? 넥타이 풀고 농민 곁으로
송미령 반대 노숙농성 농민 만나 1시간 경청
'대통령 미팅' ' 농민 의견 수렴' 직접 약속
우원식 의장 만나 "민주주의 맏형으로 국회 존중"
김민석 국무총리는 4일 오전 9시 3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직후 대통령실 맞은편의 전쟁기념관 앞 보도에서 농성 중인 농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그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줬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농민단체 대표들에게 김 총리는 "지난 정부 장관을 한분 유임하는 것이 전체 국민통합이라는 흐름"이라고 설득하면서도, '대통령과 미팅' 등의 약속을 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이후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이 대통령은 김 총리에게 임명장 및 위촉장을 수여한 뒤 환하게 웃으며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가벼운 다과와 함께 환담을 나누며 "총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 운명이 바뀐다"며 "장관들이 임명되기 전이라도 차관들과 급한 업무를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총리는 이에 "새벽 총리가 돼 국정 운영의 체감 속도를 더 높이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정의 논의와 집행에 있어 과정과 절차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만약 업무에 착오, 오류가 있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임명장을 받은 직후 오전 11시경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가서 농민단체 대표를 만났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등 8개 단체가 결성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은 지난달 30일부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노숙 농성을 진행 중이며 이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구하고 있다. 농민단체는 송 장관이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을 '농망4법'(농업을 망치는 4개 법)이라고 했다며, 송 장관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김 총리는 농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1시간에 걸친 면담을 하면서 대표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러면서도 송 장관 유임 배경을 납득시키는 데 주력했다. 김 총리는 농성장 깔판에 신발을 벗고 앉아서 수첩과 만년필을 꺼냈다.
농민단체 대표들은 김 총리에게 송 장관 유임 결정에 납득할 수 없는 심정을 말했다. 과거 정부의 농업정책으로 점점 힘들어지기만 하는 농민의 현실에 대해서도 전했다. 김 총리는 농민단체 대표들의 말에 경청을 하고 메모를 했다. 더운 날씨에 양복 상의를 탈의하고 넥타이를 푸는 모습도 보였다.
김 총리는 농민단체 대표에게 "새 정부에서도 지난 정부의 장관을 한분 정도는 유임하는 것이 전체 국민통합이라는 흐름을 봐서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면서도 "100% (농민들의) 마음에 공감이 된다. 충분히 문제 제기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 "대통령이 식량 주권, 식량에 대한 안보, 농업 주권에 대한 인식이 강하고, 또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농정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강하다"며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아직은 불신하지 말아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총리는 또 "송 장관도 아마 유임 선택을 본인이 받아들이고 결심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면서도 "그런 입장에 처한 장관이라면 저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왜 나오는가 이해하고, 표현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저도 (송 장관을) 뵙게 되면 거취 문제와 상관없이 (이런) 말씀을 드리겠다"고 농민단체 대표에게 약속했다.
김 총리는 아울러 "(대통령이) 유임을 한둘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은 누구를 해도 쉽지 않다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내란 과정에서 (송 장관의) 관여 정도가 덜한 것 아니냐는 판단도 작용한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농민단체 대표들은 김 총리가 취임한 첫날인 것을 고려해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2주 안에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고, 대통령과의 미팅을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김 총리는 "총리 공관으로 초대해도 좋고, 청사 집무실로 초대해도 좋고, 차 한잔하면서 얘기를 한 번 더 하자"며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민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 생기면 반드시 농민들과의 대화가 우선순위에 들어가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농민 대표들에게 "가급적 고생의 시간을 줄여주시면 좋겠다"며 "남태령을 넘느라고 그 고생을 한 걸 저희가 아는데, 죄송하다"고 노숙 농성 해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농민단체 대표들은 향후 농성 계획은 내부 논의를 거쳐서 결정하기로 한 상황이다.
김 총리는 이후 오후엔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우 의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 불안정성, 민생의 어려움, 대외적 불확실성 이런 복합적으로 위기가 맞물려있는 참으로 어려울 때"라며 "이제 국정은 흔들림 없이 민생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김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 한 국무위원을 향해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런 마음으로 국무총리도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헌법 기관인 국회를 민주주의의 맏형처럼 존중하는 마음으로 와서 (지금) 앉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또 "앞으로 저희가 함께 걸어왔던 민주주의의 길, 배워왔던 민주주의의 역량 이런 것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별히 지금은 제2의 IMF 위기처럼 어려운 때이기 때문에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올바른 길을 가고 민생을 살리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늘 말씀을 청하고, 듣고,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