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망치로 승전" 조선일보의 섬뜩한 무력 예찬

"군사력 사용이 문제해결" 단편-호전적 시각

긴장과 대결 불안과 적대 부추기는 언론

남북 화해 노력에도 딴지 거는 보도와 겹쳐

2025-06-26     이명재 에디터

어느 언론보다도 긴장과 대결, 불안과 적대를 부추기는 보도 태도를 보여온 신문은 조선일보다. 이러한 단면은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한 보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 논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6월 25일 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트럼프의 망치가 휴전을 이끌어냈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는 이란 핵시설 타격을 '한밤중의 망치(Midnight Hammer)'라고 명명한 트럼프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지만, 무력 사용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식의 표현이다. 국제사회의 불안이나 한국에 미칠 파장에 대한 고려 없이 미국의 노골적인 완력 자랑에 트럼프 이상으로 환호성을 내지르는 듯한 조선일보의 반응이다. 

 

6월 25일자 조선일보의 1면 머릿기사 제목. 

핵시설 공습의 성공 여부를 떠나, 마치 승전보를 전하는 듯한 이러한 보도는 국제 문제 해결에 있어 무력 사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복잡한 국제 문제의 복합다면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오직 무력 사용이라는 단편적인 시각만을 부각하는 것이다. 외교적 노력, 단기적 결과가 아닌 장기적인 지역 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를 포괄하지 못하고, 단순한 시각으로 사건을 진단하려 한다. 국제 관계에서 무력 사용은 대개 더 큰 갈등을 야기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단순화는 복잡한 국제 정치의 인과 관계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게 만들고 진정한 문제 해결의 본질을 호도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서도 "의회 승인 없는 공습은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국제사회 역시 여러 나라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 행동을 규탄했다.

트럼프는 "전면적인 승리"를 선언했지만, 실제 성공 여부도 아직 의문이다. 포르도 핵시설이 사전 대피로 피해를 최소화했으며 방사능 누출도 없었다는 이란 측의 주장의 진위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더욱이 이란은 공격 이후에도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4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로 텔아비브, 하이파, 네게브 정유소 등 이스라엘 내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하며 군사적 응전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는 이스라엘 방공망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자 미국이 자랑해온 절대적 무기 우위 신화에도 손상을 입혔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휴전 선언은 승리라기보다는 오히려 한계를 인정하고 후퇴를 택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무력 사용을 우호적으로 보는 것은 물론 마치 승전보처럼 보도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다. 그리고, 이같은 보도 기조는 평소 조선일보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보여온 논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조선일보는 남북 관계에서 화해와 협력보다는 긴장과 대결 구도를 애써 부각시켜 왔다. 트럼프의 이란 공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보이는 국제 관계에서의 강경한 무력 대응옹호 시각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그들의 보도 기조와도 통한다.

특히 이 기사가 실린 날이 6.25 전쟁 발발일이었다는 점은 더욱 그 둘 간의 관련성을 뚜렷이 보여준다. 동족상잔의 비극과 무력 충돌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기억이 살아나는 날에 타국의 군사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여전히 휴전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6.25 발발일의 이 기사는 마치 한반도에서의 무력 사용 가능성도 시사하려는 듯한 의도라고까지 볼 수도 있다.

이는 남북 화해 노력을 보이는 이재명 정부의 남북 관계에 대한 태도와도 연결된다.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조치에 대해 <대북전단, 무슨 근거로 처벌하겠다는 건가?>라는 사설까지 내보내며 "헌법에 위반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불참한 것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참석 시 중·러와 멀어진다는 자주파 말 들었나?”라고 비판했다. 26일자 사설 <나토 정상회의 불참, 국익 손상 우려된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나토 정상회의는 그 성격 자체가 달라졌고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 4국이 초청받아 참석하면서 ‘자유 민주 국가 진영’의 회동이 됐으며 북·중·러나 이란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이 결속해 무력으로 국제 질서를 변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데 3년 연속 여기 참석했던 한국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불참한다는 사실을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보겠나”라고 주장했다. 같은 보수 계열 신문인 동아일보조차 "한미 정상 간 첫 만남에서 여러 부담스러운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은 차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나토 불참을 지지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6월 26일 자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지역 현안 협의를 위해 내려간 것을 두고 "나토 정상회의 대신 호남에 갔다"고 비꼬듯이 지적했다. 또한 미국의 압력에 밀린 나토가 국방비 대폭 증액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안보 무임승차는 끝’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트럼프가 '힘을 통한 평화'를 과시했으며 북핵 등 직접적 위협 판단 시 이번처럼 신속하게 행동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마치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의사를 밝히고 있는 트럼프가 북한에 강경 대응으로 입장을 바꾸기를 바라는 듯한, 한반도에서의 무력 시위와 ‘신속 행동’을 바라는 듯하다.

앞으로도 조선일보의 '대북 강경론' 보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도발과 한반도 긴장 고조' 프레임을 유지하며 북한의 군사 동향과 핵·미사일 개발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위협 수준을 과장하거나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대화·협상론을 비판하는 논조를 지속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대결과 적대를 먹고 사는 조선일보의 생존법에 변화의 가능성은 아직 거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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