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골든 돔' 구상, 이재명 외교에 걸림돌 될라

실패한 레이건의 '스타워즈' 재연

비현실성·전략적 불안정성 지적

우주 군사화에 군비경쟁도 걱정

남북 긴장완화 방해 안되게 해야

2025-06-14     이대연 시민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왼쪽 두 번째) 등과 함께 '골든돔 미사일방패'의 설계 확정 및 필요 예산을 발표하고 있다. 배경에 40년 전 '스타워즈'를 시작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2025.5.20. UPI 연합뉴스 

2024년 대선 유세 당시 미국 뉴햄프셔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미국 전역에 최첨단 미사일 방어 체계인 아이언 돔을 미국에서 제작해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이 주변의 테러단체나 이란 등 적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단거리 미사일이나 로켓 같은 공중 공격을 요격하기 위해 설치한 미사일 방어 체계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7일 만인 2025년 1월 27일  ‘미국을 위한 아이언 돔’(The Iron Dome for America) 행정명령 제14186호(EO 14186)에 서명했다. 4개월 뒤인 5월 20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를 통해 3년 안에 드론을 포함해 '세계 반대편이나 우주에서 발사되는 미사일'(극초음속 미사일, 탄도미사일, 첨단 순항미사일)을 100% 요격해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영원히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이런 야심찬 계획은 여러 현실적·전략적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낮추려는 이재명 정부에 주는 함의가 있다.  

 

1983년 3월 23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략방위구상(SDI)'에 대해 공식 발표하고 있다. Wikimedia Commons 제공

레이건의 ‘전략적 방위 구상’

트럼프의 ‘골든 돔’ 구상은 처음 제안된 것이 아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 3월 23일 제 40대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은 TV를 통해 ‘전략적 방위 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을 발표했다. 이 구상은 대규모 핵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체계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층 기술을 활용하여, 탄도 미사일의 발사 단계(Boost Phase), 비행 단계(Midcourse), 목표물 접근 단계(Terminal Phase)에서 탐지하고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단순히 안보적 이유뿐만 아니라 레이건 대통령은 핵무기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간주했고, 이 구상의 옹호론자들은 이 방어 체계의 완성으로 냉전이 종식될 수 있다는 믿음이 반영되었다. 

이런 희망에도 불구하고, 미 국무부 아카이브에 따르면 이 구상은 여러 도전에 직면했다. 첫째, 지나치게 높은 연구·개발 비용과 당시 기술로는 이 구상을 현실화하기 어려웠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비현실성을 꼬집기 위해 ‘스타 워즈’라는 별명을 붙였다. 둘째, 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미국의 억제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소련은 자국의 핵공격(선제공격 혹은 보복공격)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보고, ‘전략적 방위 구상’이 현실화되기 전에 미국에 먼저 핵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셋째, 미국의 책임성 문제다. ‘전략적 방위 구상’은 1972년 미·소가 체결한 ‘탄도요격미사일조약’(The Antiballistic Missile Treaty)을 위반한다는 지적이다. 이 조약은 양국 간의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 공격용 미사일뿐만 아니라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개발 또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레이건의 ‘스타 워즈’를 통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개발은 이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 도전들로 인해 ‘전략적 방위 구상’이  완성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발표한 골든돔 개념도.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발 각종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무기를 방어하는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DIA 보도자료]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의 ‘골든 돔’

레이건의 ‘스타워즈’가 실패로 끝나고 40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가 ‘미국을 위한 골든 돔’을 만들려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처한 안보 환경의 변화다. 1월 발표된 행정명령 제14186호(EO 14186)에 따르면, 미국은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순항 미사일, 그리고 첨단 공중 공격'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중국, 러시아, 북한은 이러한 차세대 미사일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고도화해 오고 있는 반면, 미국의 미사일 기술은 이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된다. 

그 밖에 레이건의 ‘스타워즈’가 실패한 이후 40년간 기술이 발전한 점과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탄도요격미사일조약’에서 탈퇴함으로써 우주기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만드는데 제약이 줄어든 것도 ‘골든 돔’ 구상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골든 돔' 구상은 '힘을 통한 평화 추구'라는 목표 아래 세 가지 정책적 목표를 담고 있다. 첫째(a), 미국은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을 배치하고 유지함으로써 자국민과 국가를 방어한다. 둘째(b), 미국은 본토에 대한 외국의 공중 공격을 억제하고, 자국민 및 핵심 기반 시설을 방어한다. 셋째(c), 미국은 안전한 보복 능력(second-strike capability)을 보장한다. 특히,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골든 돔'이 기존의 핵 및 비핵 전략 공격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골든 돔'은 400~1000개의 위성을 통해 적의 미사일 움직임 – 발사 전 단계(pre-launch), 발사 단계(Boost Phase), 비행 단계(Midcourse), 목표물 접근 단계(Terminal Phase) – 을 감시·추적하여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우주 기반 센서 및 요격 체계는 기존의 지상·해상 기반 요격 방어체계와 통합되어 상호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미국 북부사령부(USNORTHCOM), 그리고 우주사령부(USSPACECOM)와 긴밀히 협조할 계획이라고 행정명령 제14186호와 헤그세스 국방부장관이 밝혔다.

트럼프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우주군 부참모총장 마이클 게틀린(Michael A. Guetlein) 장군을 임명했고, 총 1750억 달러(234조 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026년 예산안에 ‘골든 돔' 관련하여 250억 달러(33조 5000억 원)를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The One Big Beautiful Bill)에 포함해 상원에 제출한 상태다.

정부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들이 참여할 예정인데 스페이스엑스(SpaceX), 팔란티어(Palantir), 안두릴(Anduril),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 중, 스페이스엑스의 일론 머스크에 대한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제기됐고, 최근 불거진 트럼프-머스크 갈등으로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행정명령 제14186호(EO 14186)의 제4항 ‘동맹 및 지역 미사일 방어 검토’(Sec 4. Allied and Theater Missile Defense Review)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a) 미사일 방어 기술 개발, 역량, 운용에 대한 양자 및 다자 협력 확대
(b) 전진 배치된 미군과 동맹국의 영토, 병력,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 미사일 방어 능력 향상
(c) 동맹국과 파트너국가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 역량을 확대, 신속하게 제공

현재까지는 캐나다와 일본 두 동맹국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의 발표가 있은 하루 뒤인 5월 21일,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Mark Carney)는 '골든 돔'에 대한 투자 및 파트너십 참여를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동맹국인 일본 역시 '골든 돔' 구상 참여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6월 3일 자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를 나누었으며, 일본은 '골든 돔' 구상 참여를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두 국가를 제외하고 나토를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골든 돔'이 이들 국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틀란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의 레오니 알라르(Léonie Allard)와 장루 사만(Jean-Loup Samaan)에 따르면,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저마다 다른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골든 돔'이 그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미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이 주요 위협이지만,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한 단거리 순항미사일이나 드론을 이용한 공격에 노출돼 있으며,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은 미사일과 로켓 등 단거리 미사일 공격 무기를 중요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상이한 방어 체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골든 돔'에 대한 비판 

‘미국을 위한 골든 돔’이 아직 구상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언 돔은 로켓이나 단거리 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는데 비해 '골든 돔'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미국 전역을 탄도미사일같이 빠른 장거리 미사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 이에 대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톰 카라코(Tom Karako) 국장은 '골든 돔'을 미국 전역에 설치하는 것은 비용을 감당할 수 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비용도 트럼프의 계산과는 달리 미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향후 20년간 5420억 달러(726조 3000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사일 방어 체계 자체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조 시린시온(Joe Cirincione) 국가안보 및 핵정책 전문가는 미사일 방어 체계는 이미 오래된 개념이며, 그 효과가 제대로 입증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1962년 최초의 미사일 요격기를 배치한 이후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됐지만, 방어율이 기대에 못 미쳤다. 예를 들어, 현재 장거리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할 수 있는 확률은 55%에 불과하다. 

'골든 돔'의 실전배치가 이루어지더라도,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방어 체계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National Public Radio)의 수석 편집자인 제프 브럼필(Geoff Brumfiel)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우주 궤도에서 지구로 재진입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요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디코이(실제 탄두의 요격률을 낮추기 위해 실제 미사일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가짜 탄두)가 섞여 있을 경우 요격 성공률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보았다. 요격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주에 수천 개의 요격기를 띄울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참여 과학자 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소속 물리학자 로라 그레고(Laura Grego)는 동시에 여러 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로 날아오거나, 우주에 있는 미국의 위성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골든 돔' 시스템이 무력화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골든 돔’ 구상의 정책적 모순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앙킷 판다(Ankit Panda) 선임연구원과 셀리아 맥도웰(Celia McDowall)은 ‘골든 돔’을 통한 미국 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확장이 세계 군비 경쟁을 부추겨 트럼프가 희망하는 러시아·중국과의 삼자 핵군축을 통한 방위비 감축을 실현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러시아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종료를 1년 남긴 상황에서 ‘골든 돔’ 구상이 자칫 전 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핵군축협정의 재연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우려를 낳는다. 

'골든 돔'으로 인한 전략적 안정성이 위협받고 우주가 군사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전문가뿐 아니라 미국의 적대국으로부터도 나오고 있다. 앙킷 판다와 셀리아 맥도웰은 '골든 돔'이 완성되기 전 적대국들이 자신들의 공격이 무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공격을 감행하거나, '골든 돔'을 무력화하기 위해 더 강한 공격능력을 개발하면서 군비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억제력은 약화되고, 전략적 안정성이 유지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5월 8일 전승절을 맞아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동성명을 통해 '골든 돔'이 세계 전략 안정성을 위협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또한, 군비 경쟁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5월 21일 중국 외무 대변인 마오닝은 '골든 돔'이 우주를 전쟁터로 만드는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며 우주를 군사화 하려는 '골든 돔' 구상을 비판했다. 6일 뒤, 북한 또한 “우주 핵전쟁 각본”이라며 비난에 가세했다. 

 

6월4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 연합뉴스.

한반도 긴장을 낮추려는 이재명 정부에 주는 함의 

트럼프의 '미국을 위한 골든 돔' 구상이 레이건의 ‘스타 워즈’ 시즌2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년 동안 훼손된 주변국과의 외교·안보 관계를 회복하고 남북한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계획을 가진 이재명 정부에게 이 '골든 돔' 구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미사일 위협국가로 간주하는 나라 중 이란을 제외한 세 국가(중국, 러시아, 북한)는 모두 한반도 주변에 있다. 이 국가들이 '골든 돔'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자국의 핵 개발과 핵 확장을 위한 정당화의 근거로 삼을 경우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네 국가 간의 핵 군비 경쟁으로 인해 한반도 지역의 전략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추구하는 중국·러시아와 외교관계 회복과 북한과 긴장완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당장의 남북 대화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인정하고, 그에 앞서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한 적이 있다. 이는 북미 대화를 통해 남북 간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같은 선상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의지는 경제와 외교 목적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북한과의 친밀성을 남북 관계 회복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신냉전 구도 고착화를 경계해야 한다.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한미 정상간의 통화가 이루어졌고, 두 정상은 빠른 시일내에 정상회담을 갖자는 의견을 나누었다. 현재 관세, 방위비 분담금, 한미 및 한미일 협력 등 우선순위가 높은 의제가 있지만, 실제 회담에서 '골든 돔' 참여 문제가 거론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에 미칠 외교·안보적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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