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안서는 트럼프, 금리인하 압박에도 연준 동결 불보듯
임기 남은 파월 후임 물색…금리인하 독촉
스스로 벌인 관세전쟁이 물가 상승 가능성↑
이달 FOMC는 금리 동결할 가능성 95.6%
파월 의장 해임하면 시장 불안 극대화 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재차 재촉했다. 심지어 트럼프가 임기가 남은 파월의 후임 물색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까지 나왔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파월을 해임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파월의 목을 조르는 사이 시장에선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소비자물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됐다. 또한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의 영향으로 이달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만약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하는 초강수를 둔다면 시장의 불안정성은 극대화될 전망이다.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은 연준의장의 후임 물색하는 트럼프
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결정이 곧 발표될 것”이라면서 “좋은 연준 의장이란 금리를 인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고 답했다. 워시 전 이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연준 이사를 지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경제부처 수장 후보자로 거론된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은 파월 의장을 두고 새 연준 수장을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처음 연준 의장에 오른 파월의 임기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재지명을 받아 2026년 5월로 연장됐다.
트럼프와 파월은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줄곧 맞섰다. 트럼프가 임기가 한참 남은 연준 의장을 해임하겠다는 취지까지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파월에게 기준금리를 내리라는 명시적 압박이다. 앞서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연준이 너무 늦는 것은 재앙"이라면서 "유럽은 금리를 10번 내렸는데, 우리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잘하고 있다. (연준은 금리를) 1%포인트 내려라(Go for a full point). 경제에 동력이 될 것(Rocket Fuel)"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게시물에서 "만약 '너무 늦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우리는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의 장단기 금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대부분 단기(국채 발행을)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없지만, 만약 다시 돌아온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매우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파월 연준 의장)는 우리나라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차입 비용은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소비자물가는 상승해?
역설적인 건 연준의장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의 적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건 인플레이션의 부활 가능성 때문인데 인플레이션이 살아날 연료를 제공한 것이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물가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오는 11일 발표 예정인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며, 전달인 4월(0.2%)보다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2.9%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수치가 오는 12일 발표되는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17~18일 FOMC 회의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흐름과 관세 효과를 최종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물가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CPI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최근 가구와 전자제품, 의류 등 일부 수입 소비재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부분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95.6%라고?
트럼프의 거듭된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달 17~18일 열릴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5일(현지시각)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지역 회사들을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관세가 기업들의 가격 정책과 운영 방식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오는 18일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4.25~4.50% 수준에서 그대로 둘 확률을 95.6%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한 달 전 72.4%에서 크게 오른 수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너무 느리다"고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을 무색케한다.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 데에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물가가 상승하고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든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허핑턴포스트는 또한 "연준은 관세가 물가상승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 금리를 내리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며 "중앙은행에게 믿음직함이 가장 중요하며, 돈줄 정책에서 엇갈린 신호를 보낼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파월 해임은 최악의 자충수가 될 것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했고 그 때문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여력이 대거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파월 탓만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혼돈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만약 트럼프가 파월을 희생양으로 삼는 결정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미 연준의 수장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해임하는 트럼프의 결정에 시장은 크게 불안해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