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하버드대 유학생 규제, 주로 중국인 겨냥
지난해 미 유학 중국인 28만 명, 전체유학생의 25%
"중국, 미 명문대서 정보수집 위해 자국 유학생 악용"
NYT “하버드 상대로 대통령 권한 직접 행사한 첫 조치”
“고등교육을 트럼프의 정치적 의제에 맞추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하버드대학에 들어가려는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새로운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겨냥하고 있는 주요 표적은 중국인 유학생들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버드 상대로 대통령 권한을 직접 행사하려는 첫 조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하버드대학 재학 유학생들과 미국 체류 외국인들의 비자 취소 여부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 특별한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이 하버드대학을 상대로 대통령 권한을 직접 행사하려는 첫 사례라면서, 이는 아이비 리그 대학에 최대한의 고통을 가하는 문제가 그에게 얼마나 개인적인 문제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등교육을 트럼프의 정치적 의제에 맞추려는 것”
이에 대해 하버드대학은 대통령의 조치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하버드대학이 트럼프 대통령 조치의 합법성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이 대학이 트럼프 정부가 고등교육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제에 맞추려는 노력에서 그 초점이 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 정부의 노력은 대학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해소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그 문제를 넘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프로그램을 채용하고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를 지원하는 대학들을 겨냥하는 데까지로 확대됐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토안보부가 요구한 “외국인 학생의 불법행위”나 “위험하고 폭력적인 행위” 등에 관한 정보제출을 거부한 데에 따른 조치라며, “하버드대학이 캠퍼스 내에서 일어난 일부 불법행동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4일 서명한 대통령령에는 “하버드대학이 주최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한 외국인의 입국은 중지, 제한된다”고 돼 있으며, 루비오 장관과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이 국익에 합치한다고 인정할 경우에만 입국이 허용된다. 이 조치가 다른 대학들의 유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연장 조치가 없을 경우 이번 조치는 6개월 뒤 효력을 잃게 된다.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 수용은 국익에 반한다”
이번 조치는 하버드대학이 “외국인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부적절한 유학처가 돼 있고, 외국인의 입국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국가 안전보장, 미국 국민의 보호에 연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공유할 때까지 하버드대학에 대한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는 것이 국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명한 대통령령은 “외국의 적대세력이나 경쟁상대가 미국 고등교육에 접속(액세스)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해 기술정보와 제품을 훔쳐서 연구개발에 활용해 자국의 야망을 추구했다”고 단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이슨 뉴턴 하버드대학 대변인은 이번 조치를 담은 트럼프의 대통령령이 “하버드의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부의 또 다른 불법적 보복조치”라면서 “하버드는 유학생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명령은 지난주 국토안보부가 하버드 대학의 유학생 입학을 막으려는 시도를 차단하겠다고 밝힌 매사추세츠 지방법원의 앨리슨 D. 버로스 판사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으로 보인다. 버로스 판사는 아직 공식적인 가처분 명령을 내리진 않았다.
조지타운대학 행정법 전문가인 데이비드 슈퍼는 트럼프 대통령이 버로스 판사의 결정을 그렇게 쉽게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는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든 국가 안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유로 하버드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 구성원들이 하버드의 수정헌법 1조 권리 행사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을 한 것을 고려하면, 법원이 이번 명령에 제시된 혐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 역사학 교수이자 미국대학교수협회 교수회 회장인 커스틴 웰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로 "수천 명의 젊은이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겨냥한 것은 주로 중국인 유학생
<일본경제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대통령령은 중국을 지목해서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령은 “미국의 적대국, 특히 중국은 학생 비자를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미국의 일류대학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학생들을 동원해 고등교육을 악용하려 하고 있다”고 단정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월 28일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 비자 취소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중요 분야 연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그 대상이 된다. 군사, 경제, 기술 등 폭넓은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으로 첨단기술 유출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닛케이>에 따르면, 제1기 트럼프 정권 때인 2020년에도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중국인 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2024년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28만, 전체의 25%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에 따르면, 미국에 유학하는 중국인 학생은 2020년도의 30만 명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인도에 이은 2위로, 2024년에는 약 28만 명이었으며, 이는 미국 유학생의 25%에 해당한다.
트럼프 정권은 지난 5월 22일 하버드대학에 유학생 등록 자격(허가)을 중지한다고 통보했다. 그에 따라 하버드대는 2025년도 이후 유학생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지금 이 대학에 적을 둔 유학생들은 다른 대학으로 전학하든지 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미국 체류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은 “(하버드대가) 캠퍼스에서 폭력과 반유대주의를 조장하고 중국공산당과 공모하고 있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무력공격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 단속을 거부한 하버드대학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하며 적대시해 왔다.
하버드대학의 유학생 등록 자격 정지 조치에 대해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의 연방 지방법원은 지난 5월 23일 조치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라고 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학 유학생 비율을 전체 학생의 15%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거액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데 “외국인 학생들 때문에 입학할 수 없는 미국 학생들이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버드대학은 전체 학생의 25% 정도를 유학생이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