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국민이 주인되는 국민주권의 나라를 만들자

헌법 '국민주권' 규정 사문화돼 있는 현실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국민주권 구현돼야

2025-06-06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바로 ‘국민주권주의’ 규정이다. 하지만 이는 허울 좋은 규정일 뿐이다.

윤석열 정권 하에서 검찰은 김건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했다. 지귀연 판사는 유례없는 ‘시간 계산법’으로 내란수괴 윤석열 구속을 취소시켰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러한 어이없는 행태를 견제할 수단이 전혀 없다.

권력 행위의 책임성(accountability)과 투명성(transparency)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이다. 이러한 책임성과 투명성은 치자와 피치자로 구분되는 현대 국가체제에서 각종 권력행위가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최우선적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란 대중들이 단순한 참여의 범주를 넘어서 지배자를 통제, 지배할 수 있다는 것, 즉, 대중들이 권력행위를 감시하고 평가하며 그에 상응하는 판단과 행동을 내릴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주 법원 판사를 대부분 주민의 직접 선거로 뽑는다. 기소는 민간인으로 구성되는 대배심(Grand Jury)이 결정한다. 국민들은 대배심, 혹은 기소를 하지 않는 검사에 대한 직무집행명령제도(mandamus)를 통하여 검찰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한편 기소배심과 양형기준법 및 삼진아웃법 등을 통하여 법원을 견제한다. 지방 검사장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며, 지방 감사원장 역시 그렇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임기를 시작함에 따라 사법부는 물론 수사기관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관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4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때 미완으로 끝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에서 완성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모습. 2025.6.5. d연합뉴스

그간 사법부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명분 위에서 일종의 성역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사법부 법관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무원일 뿐이다. 반드시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오늘날 사법부 법관 선출이나 사법행정에 대한 시민과 의회의 관여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미국에서 법원 행정은 각급 법원 법관을 비롯하여 법조 직역 종사자와 의회 의원은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포함되어 구성되는 사법협의회가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프랑스 법원행정의 경우, 법원 예산과 설비는 법무부가 관할하고 사법관의 임명과 징계는 최고사법관회의, 승진은 승진심사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최고사법관회의와 승진심사위원회는 외부의 압력과 사법부 내 조직의 압력을 차단하기 위하여 직급별 대표로 구성하여 다수결로 결정한다. 일본은 국민들이 국회에 판사와 검사에 대한 탄핵 신청을 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인근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긴급 수요 촛불문화제에 수많은 시민이 참석했다. 2025. 05. 07 이호 작가

이 나라 검찰은 독점적인 기소권을 행사한다. 국민들은 검찰의 기소-불기소 처분에 대한 견제 수단이 없다. 일본은 국민들이 ‘검찰심사회’라는 기구를 통해 검찰의 처분을 뒤집을 수 있다.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검찰조직 내부가 아니라 지방법원이나 그 지부 소재지에 설치된 기구로서 총 165개소의 검찰심사회가 설치되어 있다. 각지의 검찰심사회 구성원은 20세 이상인 공직선거법상 유권자 중 무작위로 선출한 11명으로 구성되며, 같은 수의 후보 인원(보충원)도 선출된다. 임기는 6개월이고, 1948년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59만 명 이상의 시민이 검찰심사원 또는 보충원으로 활동하였다. 연간 약 7300명이 검찰심사원으로 선발된다. 검찰심사회는 11명의 심사원 중 8명 이상의 동의로 의결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기소를 강제할 수 있다. 또한 검찰심사회는 검찰 사무의 개선에 대한 건의와 권고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검찰에 검찰시민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

'국민의 방송' KBS 역시 국민주권과는 거리가 있다.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인 KBS를 철저하게 자신의 나팔수로 악용해왔다. KBS는 나팔수 오명을 벗어나 진정한 공영방송,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이 명실상부한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 국민 직선으로 KBS 사장을 선출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도 전국민적인 사안임에도 국민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된 점에서 타산지석이다. 미국의 경우, <생활음용수안전법(Safe Drinking Water Act, SDWA>을 두어 식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때 신속하게 국민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수질과 수원 관련 정보를 주민에게 매년 제공하며 식수 시스템에 대하여 연도별 종합보고를 사회에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원(水源) 평가계획 제정 및 음용수 공급시스템 개선 기금 운용 계획 수립, 관련 업무 근무자 인증계획 등에 민간인을 반드시 참여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주권 정부 출범은 어둡고 긴 대장정이었다. 12.3 계엄 당시 맨몸으로 총부리에 맞서고, 이후 엄동설한 거리집회, 노숙투쟁 등 장장 반년에 걸친 항쟁의 결과물이다. 그런 만큼 국민주권의 헌법 규정을 실질적으로 작동시켜내야 한다. 그러한 토대 위에 비로소 우리는 이땅에 내란과 계엄과 독재가 다시는 존재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를 구축해낼 수 있다. 이 길이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의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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