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악마화의 원천 '전과 4범', 사실과 진실 ③
"2004년 음주운전, 변명의 여지없는 잘못" 사과
국힘은 무한 공격…"음주 사고" 등 가짜뉴스도
성남 지역 기자의 이대엽 시장 비리 보도가 발단
시장 고소, 검찰 기소에 이재명이 무료 변론 나서
기자 무죄 밝히려 시장 측근에게 증언 간곡 설득
음주 뒤 귀가했다 연락받고 서둘러 차 끌고 나가
결국 법정 승리 이끌었지만 벌금 150만 원 추가
지하철역 연결 통로서 명함 배포했다고 또 기소
검찰 편파·보복성…법원 "정상 참작" 50만 원형
이후 선거법 개정돼 네 번째 전과는 '무죄' 해당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② 성남시의료원 편에서 이어집니다.
③ 음주운전 (2004년 5월 발생, 2004년 7월 벌금 150만 원 확정)
"제 잘못이니 다 인정" 기회 있을 때마다 반성하고 사과
공직자 되기 전 과오…배경과 경중 들여다보고 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이하 호칭 생략)는 비록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두고 여러 차례 사과했다. 지난 2016년 7월 3일 페이스북에 <부끄럽지 않은 내 전과를 공개합니다…악의적 왜곡 음해는 이제 그만>이라는 글을 올릴 때도 "이 부분은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굳이 밝히자면 2004년 이대엽 시장의 농협 부정 대출 사건을 보도한 권모 기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사건을 무료 변론 중 시장의 측근을 만나 증언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대가는 혹독했지만 그 일로 대출 부정을 밝혀내 기자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고 덧붙이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2021년 8월엔 "변명의 여지 없이 음주운전을 한 사실은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했고, 11월엔 "음주운전 전과자, 잠재적 살인마라고 하는데 어차피 제가 잘못한 거니까 이런 얘기 해도 다 인정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럼에도 정치적 반대편에선 이 문제를 끊임없이 공격 소재로 삼아왔다. 예컨대 지난 20일에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수도권 유세에 찬조 연설자로 나선 유동규 씨가 "음주운전에 정치 초보 이재명이 모는 차를 타겠냐"며 "조용히 운전 열심히 하는 베테랑 운전사 김문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외쳤다. 인터넷상에선 이재명이 음주운전을 여러 번 반복했다거나 음주 사고를 냈다는 가짜뉴스도 떠돈다.
음주운전이 분명한 잘못이긴 하지만 이 또한 내막을 살펴보면 공익적 활동 중에 벌어진 일이어서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있다. 공직자가 되기 전의 과오이기도 하다. 일단 사건의 배경을 가늠한 뒤에 죄의 경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최종 판단은 물론 시민들 몫이다. 이재명이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음주운전을 왜 하게 됐는지 여러 관련 기록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그 시작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이대엽 성남시장의 친인척 비리와 관련한 지역 언론의 특종 보도였다.
성남일보 기자, 이대엽 시장 조카의 농협 38억 특혜 대출 보도
이재명, 기자 무죄 확신…법정서 비리 유착 관계 끈질긴 입증
2003년 10월 성남일보 권모 기자가 이대엽 시장, 이 시장의 조카, 농협중앙회의 3자가 관련된 부정 대출 의혹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의 요지는 이랬다. ☞ 신동아 2005년 7월호 <이대엽 성남시장, 뭣하러 소송했나>
『이대엽 성남시장 취임 이후 성남시는 '제한경쟁입찰'이던 시(市) 금고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바꾼 뒤 2002년 11월 6일 수의계약으로 농협중앙회 성남시지부를 시 금고로 선정했다. 다음날인 11월 7일 농협 성남시지부는 이 시장의 조카가 설립한 회사에 38억 원을 연리 2.35%의 저리로 대출해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장의 조카 회사는 이 돈으로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건물을 신축했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이 시장이 한나라당 시장 후보로 출마한 2002년 지방선거 때 조카가 갖고 온 7억 원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농협 대출 건도 이 맥락에서 봐야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이 시장과 그의 조카, 조카의 동업자 3명은 "허위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손상했다"면서 권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은 채 이 시장 측 주장만을 근거로 권 기자를 재빨리 기소했다. 성남에서 '비리 백화점'과 같은 행각을 벌이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이 시장이 용기 있는 기자 한 사람을 정조준해 입을 틀어막으려 하자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유명하던 이재명이 무료 변론에 나섰다. 이 사건 재판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여덟 차례 공판이 진행됐으며 2004년 11월까지 1년 넘게 계속됐다.
법정에서 검찰과 맞붙은 이재명은 권 기자의 무죄를 확신하면서 이 시장-농협-이 시장 조카의 유착 관계를 드러낼 증거들을 차례차례 제시했다. 관련 금융 자료들을 끈질지게 입수해 이 시장 조카의 사업체가 설립되기도 전에 농협이 대출 심사를 진행했고, 대출이 이뤄진 시점이 법인 설립 바로 다음 날이라는 기록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조카가 사업자등록증을 위조해 터무니없이 낮은 금리의 엔화로 거액을 불법 대출받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증인으로 출석한 관련 공무원 심문 등을 통해 범죄자는 권 기자가 아니라 이 시장과 조카임이 점점 뚜렷해졌다.
"시장 강제구인 요청" 재판부가 받아들여…이대엽, 소 취하 '백기'
'오보 누명' 전과자 될 뻔한 기자, 막강 권력자 상대 통쾌한 승리
처음엔 권 기자를 '사이비 기자' 취급하는 분위기였던 재판부도 공판이 거듭되자 "납득하기 어려운 대출"이라는 심증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기에 이르렀다. 이재명은 마지막으로 권 기자를 고소한 이 시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현직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황한 이 시장이 출석을 거부하자 이재명은 성남시청에 경찰을 보내 이 시장을 잡아 오자며 재판부에 '강제구인'을 요청했는데, 뜻밖에 재판부가 이마저도 승인했다. 재판부도 기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던 시장과 검찰에게 화가 난 것이다.
결국 이 시장은 강제구인이 예고된 날 하루 전에 고소를 전격 취하했다. 조카와 그 동업자도 마찬가지로 백기를 들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면 재판을 더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치열했던 법정 다툼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마터면 '대형 오보'의 누명을 쓰고 전과자가 될 뻔했던 권 기자는 지역의 최고 권력자를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얻어냈다.
반면 그 대가로 이재명은 또 하나의 전과를 갖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권 기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성남시 내부자의 협조가 필요했는데, 이재명은 어느 날 권 기자와 만나 술을 마신 뒤 귀가했다가 시장의 비리를 결정적으로 밝혀줄 측근의 연락을 받고 그대로 차를 몰고 나갔다. 카카오택시도 없던 시절 심야에 대리 기사를 부르느라 시간을 지체하다 그 측근이 마음을 바꿀까봐 급했던 것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의 약식명령 결정문에 따르면 그는 2004년 5월 1일 오전 1시 21분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자택에서부터 같은 수내동 인근 중앙공원 앞까지 주취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158%)에서 음주운전을 했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분당경찰서에 입건됐고, 같은 해 7월 28일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다. 음주 상태에서 차를 끌고 나간 당시 상황에 대해 <인간 이재명>이라는 책(이재명 본인이 "제가 살아온 과정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검증했다"고 인정한 '이재명 서사의 정본')은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이재명 "진실 밝혀달라" 호소에 시장 측근 망설이다 끝내 침묵
대리운전으로 귀가했다 다시 전화 오자 마음 바뀔까 급히 나가
『이재명은 사실관계의 핵심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시장의 측근 박무창에게 억울한 전과자를 만들지 말자고 도움을 청했다. 상당히 양심적인 편이었던 그 사람이 며칠을 주저하다 이재명에게 연락을 해왔다. 이재명은 만사를 제치고 달려 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열쇠를 내줄 줄 알았던 그는 망설이고 망설이다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며 일어섰다. 이재명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사람이 그럴 수 있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렇게 시간 내준 것만으로 고맙습니다."
시장의 측근인 그는 본성이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괜찮은 사람을 진실과 신의 사이에서 방황하게 만든 시장에게 더욱 화가 났다.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그에게 이재명은 덧붙였다. "그래도 억울하게 전과자가 될 사람을 한 번만 더 생각해봐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여기서 브레이크를 밟아주지 않으면 더 심각한 친인척 비리가 계속될 거고, 결국 터질 겁니다. 지금 진실을 밝히는 것이 시장을 정말 도와주는 거 아닐까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던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온 것은 집에 돌아와 막 옷을 갈아입으려던 찰나였다.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건 얘기를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이재명은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대리운전해서 타고 들어왔던 차를 끌고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머릿속에는 권기자의 무죄를 확정 짓게 됐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다가 음주단속에 걸렸다. 벌금 150만 원, 전과 3범이 되었다.
권 기자는 전과 1범이 되지 않았고 이재명은 전과 1범을 추가했다. 만약 이재명이 다시 대리를 불러서 약속 장소로 나갔다면 시장의 측근은 그 사이에 마음을 다시 바꾸었을까?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어느 경우라 할지라도 음주운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성남시장 조카 농협 특혜 대출 부정 사건은 이재명에게 영광과 상처를 함께 안겨주었다.』
④ 지하철역 연결 통로에서 선거운동 (2010년 4월 발생, 2011년 4월 벌금 50만 원 확정)
'깊이 55m' 산성역 도로 횡단용 지하 통로서 명함 300장 배포
"24시간 개방된 곳, 역 구내 해당 안 돼"…이재명만 고발·기소
이 부분은 중앙선관위 후보자 명부 및 선거 공보물에도 나오지 않는 벌금 50만 원짜리 사안이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점 때문에 침소봉대 되곤 해서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의 마지막 전과는 성남시장 선거에 두 번째 출마하는 과정에서 역시 예상치 못하게 만들어졌다. 2004년 성남시의료원 사건을 계기로 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정치 입문을 결심한 뒤 이듬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그는 2006년 공직선거에 첫 도전했다가 현직 시장인 이대엽 후보에게 더블스코어 차이로 낙선했다. 이후 와신상담 끝에 2010년 6월 지방선거에 다시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는데, 지하철역과 연결된 도로 횡단용 지하 통로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명함 300장을 배포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됐다.
이재명의 오랜 정책 참모인 임문영 전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이 쓴 <이재명의 싸움>에 따르면, 2010년 4월 26일 당시 이재명 예비후보자가 명함을 돌렸던 지하철 8호선 산성역(옛 남한산성역)은 심도가 무려 55.34m로 전국에서 두 번째, 수도권에서는 지하로 가장 깊은 역이었다. 산성역에는 도로 횡단용으로 공용 사용되는 부분과 지하철용으로만 이용하는 부분이 구분되어 있다.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는 시간에는 지하철용 시설은 셔터로 차단하게 되어 있고, 도로 횡단용 통로는 24시간 개방된 곳이다. 성남시 수정구 선거관리위원회가 발간한 선거사무 안내 책자에도 "지하철역 구내는 지하철 이용과 무관한 지하상가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었다.
즉, 오가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준 장소인 지하 횡단 통로는 지하철 운영 시간이 종료되면 셔터로 분리되는 곳인 만큼 공직선거법에서 명함 교부를 금지한 '지하철 구내'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재명을 늘 주시하고 있던 검찰은 기어이 기소한 뒤 6·2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인 그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00만 원을 구형했다. 지하철 구내에서는 물론, 심지어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 지하철에 탑승한 채 명함을 배포한 새누리당 후보들은 눈감아주면서 이재명에게만 편파적이었다. 이재명의 지속적이고 공개적인 검찰 비판에 따른 보복 성격이 짙었다. 애초에 지역 선관위부터 형평성을 잃고 야당 후보인 이재명만 고발 조치했다.
재판부 "선관위 안내 혼동 여지, 다른 예비후보자는 고발도 안 해"
선거법 개정돼 '지하철 구내'는 '개찰구 안'으로 재정의…죄 안 돼
이재명은 갖은 방해 공작을 뚫고 당선되긴 했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곧 시장직을 잃을 수도 있는 불안한 처지였다. 공직선거법을 이용한 검찰의 이재명 제거 시도가 이미 15년 전부터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해당 지하 통로가 지하철역 구내라고 판단하면서도 "선관위 선거사무안내 책자의 지하철역 구내 의미가 혼동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점, 지하철역 구내 등에서 명함을 돌리다 적발된 다른 예비후보자에 대해 선관위가 경고 조치에 그치고 고발까지는 하지 않은 점, 이 사건이 선거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면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이는 2심을 거쳐 2011년 4월 28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경미한 형량이고 시장직도 유지했지만 어쨌든 이재명은 이렇게 또 전과 하나를 추가해 4범이 됐다.
2017년 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지하철 구내'는 '지하철 개찰구 안'으로 재정의됐다. 이로써 예비후보자들은 지하철역 안이더라도 개찰구 밖이면 명함을 직접 주는 등의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게 됐다.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역과 터미널 등의 계단부터 명함 배포가 금지됐었다. 이재명의 네 번째 전과는 지금 기준으로는 죄가 안 되는 것이다. 민주당 중앙선대위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예비후보 신분이었을 때 명함 배부가 금지된 역 개찰구 안쪽에서 명함을 나눠줬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김문수 후보를 기소할지 지켜볼 일이다.
※ 참고로 김문수 후보는 전과 6범이다.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자 명부 및 선거 공보물에 공개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전과는 3건으로 ▲1987년 2월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소요, 국가보안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건(1986년 인천 5·3 시위 참여) ▲2021년 10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퇴거 불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건(2019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저지 규탄대회 참석) ▲2024년 9월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건(2020년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전광훈 목사 현장 예배 참석) 등이다. 이 밖에 폭행치상 등 3건의 전과가 더 있다는 사실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