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코앞 음모론 기승…세상은 '트루먼 쇼'가 아니다

불안·공포 부추겨 혐오와 차별 퍼뜨리는 극우

집단지성으로 음모론 통한 여론조작 차단해야

2025-06-02     한요나 시민기자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소위 '부정선거·부패방지대(약칭 부방대)가 범죄 수준의 선거방해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뉴스와 커뮤니티에 보이는 저런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날까?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 다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객들이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2025.5.21. 연합뉴스

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 때부터 이미 통하지 않던 해묵은 거짓말을 되뇌고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공산화되고 나라가 망해 버린다는 식의 극단적인 언행이 바로 그것이다.

역대 민주당 계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그들은 매번 그런 황당한 거짓말로 설레발을 쳤지만 그런 일들은 일어난 적이 없다. 앞으로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극우단체의 반공교육을 빙자한 '빨갱이 공포' 마케팅은 대한민국 근현대사 내내 막연하고 위험한 망상을 다수에게 주입해 왔다.

시대가 바뀌어 북한을 이용한 북풍 여론몰이가 잘 먹히지 않자, 이제는 중국과 중국 자본에 대한 혐오로 그 방향을 바꾸었다.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도 시대에 역행하는 미신같은 음모론이 판친다. 극우들의 '빨갱이 공포' 마케팅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가? 

정보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독버섯처럼 퍼지는 각종 음모론이 가랑비 젖듯이 사람들에게 스며들고, 결국 그들의 사상마저 조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좀 이상하거나 웃긴 밈처럼 음모론이 유행하고, 나중에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돼가는 식이다.

처음 음모론이 제기될 때는 사람들이 코웃음을 친다. 1997년부터 대통령 선거마다 등장해 코믹한 언행으로 이목을 끌던 허경영을 기억해보자. 황당무계한 공중부양을 선보이고 허경영을 쳐다보면 행복해진다는 노래가 유행했다. 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다들 대수롭지않게 받아들였다. 

 

본인이 운영하는 종교시설 '하늘궁'의 여성 신도들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19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입장을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19. 연합뉴스

"누가 저런 헛소리에 진짜로 속겠어?"

그러나 실제로 허경영은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에서 28만 표라는 적지 않은 득표를 했다. 기이한 행적에도 불구하고 하늘궁 교리를 진지하게 믿는 신도들이 늘어났다. 각종 사건사고와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무시 못할 수준까지 커졌다.

윤석열을 키워주고 옹호하는 극우교회들 역시 허경영과 같은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그들은 코로나가 발생했지만 방역수칙을 무시해 처벌을 받았다. 사람들에게 종교를 내세워 비과학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욕을 먹기가 일쑤였던 이들이 오랫동안 교회 내부에서 음모론을 키워왔다. '백서스'라는 극우교회 연합 단체는 코로나 백신이 독극물이고 인구말살을 위한 전세계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백신을 맞으면 갖가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해독을 해야 하고, 백신을 맞은 죄(?)를 회개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설파했다.

허경영 사례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손가락질을 받고 무시를 당했으나, 어느새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싸하게 받아들여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전세계가 코로나 방역에 힘을 쏟았는데도 문재인 정권만의 종교탄압인 것처럼 호도하기도 한다.

독일 나치에서 악명을 떨친 요제프 괴벨스의 선전 전략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큰 거짓말(The Big Lie)' 이론이다. 이는 거짓말을 충분히, 자주 반복하면 사람들은 결국 믿게 된다는 주장으로, 한국에서 사이비나 극우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괴벨스는 언론과 대중문화를 이용해 적으로 규정한 대상을 악마화하거나, 나치가 주문하는 사상으로 세뇌했다. 그리고 유대인이나 공산주의자, 나치 이념에 반대하는 집단 등은 독일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지속적으로 선전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혐오를 부추겼다.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혐오 말고는 선전하거나 내세울 것이 거의 없다.

괴벨스의 방식과 한국의 '빨갱이 공포' 마케팅이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논리나 이성이 아닌 불안과 공포를 내세워서 집단을 조종한다. 사이비 교회의 종말론도 완전히 같은 패턴이다. 이처럼 큰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이미 속았던 거짓말들에 다시 속고, 속은 사람들이 또 다른 주변인들마저 속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란잔당 선거공작저지단 단장을 맡은 정성호·박선원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댓글 조작 의혹을 받는 보수성향 단체 '리박스쿨' 관련 국민의힘을 향해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1. 연합뉴스

많은 정보를 접하는 국민들이 분별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나 팩트체크를 제대로 거치게 되면 이와 같은 여러 음모론들은 급격히 그 힘과 영향력을 잃는다. 물론 이를 돕는 법적, 사회적 시스템이나 언론 등의 역할도 필수불가결하다. 

우리는 이와 같은 비극적 사회현상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그 사례들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집단지성으로 이와 같은 음모론을 통한 유해한 여론조작이나 사기극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세뇌가 풀린 사람들이 야기하는 혼란이 다소 일어나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 또한 반드시 극복해낼 것이다.

아직도 음모론을 추종하며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세상은 그대들을 속이기 위해 존재하는 연극이 아니다. 그대들은 결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아니다. 

 

영화 '트루먼 쇼' 포스터. 파라마운트 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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