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의 정치풍자가 불편하고 불쾌한 이유
내란수괴 윤석열, 어퍼컷 휘두르며 의기양양
동조자 한덕수·김문수도 떳떳한 후보로 묘사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국민에겐 '2차가해'
우스운 재현 아닌 꼬집을 때 비로소 풍자 코미디
그에 이르지 못한 쇼…배우 명연기가 아깝다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방송하는 코미디쇼 ‘SNL코리아’에는 정치풍자 코너가 있다. 케이블방송채널인 tvN이 이 프로를 방송했던 2012년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이정희 등 대선 후보들을 풍자한 ‘여의도 텔레토비’가 화제가 됐다. 이후에도 박근혜, 홍준표, 조국, 유승민, 심상정, 트럼프, 아베 등 여러 국내외 정치인들의 외모와 말투를 재밌게 모사하고 날카롭게 풍자해 인기를 끌었다.
정치풍자하기가 쉽지 않은 권위주의 정권시기에도 SNL코리아의 정치풍자 코미디가 중단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대통령 윤석열과 민주당 대표 이재명을 흉내 낸 배우가 쇼에 출연해 티격태격하는 연기를 보여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무능·무도·무개념 대통령 윤석열을, 속이 후련할 정도로 신랄하게 비판하지는 않았지만(못했겠지만)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리라. 비판언론에 법적 재갈을 물리면서 ‘입틀막’으로 겁박한 검찰독재 정권에서 이 정도의 풍자 코미디가 어디인가?
그런데 6.3 대선을 앞둔 요즘 SNL코리아의 정치풍자를 보면 뭔가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든다. 이것이 무능·무도한 최고 권력자와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를 조롱하고 비판하는 정치풍자인지, 그저 정치를 웃음의 소재로 삼은 코미디 쇼인지 아리송하다. 지난주 이 프로의 ‘맥도날드 트럼프쇼’ 코너에 등장한 내란수괴 ‘윤석열’의 패러디(김민교)가 그랬다. ‘윤석열’은 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권혁수) 앞에서 ‘어퍼컷’ 주먹질을 날리고 팝콘을 든 채 만면웃음, 의기양양, 기세등등한 모습을 연기했다.
감옥에 갔거나 그렇지 않다면 숨죽이며 재판을 기다려야 할 내란범죄자 윤석열을 여전히 ‘당당한 전직 대통령’으로 묘사하는 것은 어떤 의도였을까? 12.3 내란 이후 많은 국민들은 다섯 달 가까이 광장에서 밤낮으로 추위와 싸우며 윤석열 탄핵과 구속과 처벌을 외쳤다. 내란진압의 지연으로 계속되는 혼란과 불안, 속수무책 무너져 가는 민생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내야했다.
SNL은 마땅히 감옥에 있어야 할 내란수괴가 팝콘을 사들고 영화관을 활보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비꼰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풍자에 앞서 생각해 보아야 할 훨씬 위험한 현실이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지지하는 광기의 극우 세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SNL에등장한 ‘윤석열’의 어퍼컷 연기는 조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격려이고 응원이었을 것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최근 행보와 발언은 아직도 그가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이유이기도 한 ‘부정선거 망상’을 다룬 영화를 보러 가는가 하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전략을 논의했다고 한다. 태극기를 든 극우세력들은 윤석열의 복귀와 부활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의 ‘어퍼컷’ 장면은 그의 복귀를 갈망하는 극우 세력에게 결집과 망동의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2차 가해나 다름없다. 윤석열의 웃음과 어퍼컷은 단순히 정치풍자의 소재로 삼기에는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폭력이고 악몽인 것이다. 내란 수괴가 사형이든 무기징역이든 하루속히 처벌받고 끔찍한 내란 상황이 종식되어 ‘내란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일상의 삶 복귀를 학수고대하는 국민들이 이 장면을 보고 느낀 것은 풍자의 통쾌함이나 후련함이 아니라 내란 수괴의 건재함이 불러온 불안감과 불쾌감이었을 것이다.
SNL이 국힘당 한덕수와 김문수 후보(정성호)를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나란히 등장시켜 패러디한 것도 문제다. 이번 6.3 대선은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 사태 때문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일부 주류 언론이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 후보 대접을 해주고 있으나, 내란 가담자 한덕수와 내란정당 국힘당 출신 김문수는 후보 자격이 없다.
그런데 SNL에서는 후보자격 없는 내란 가담자·내란 동조자가 마치 떳떳한 후보인 것처럼 등장해 정치와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SNL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풍자를 하려 했다면 이들의 말투나 표정을 흉내내고 말 것이 아니라 출마 자체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 꼬집었어야 했다.
정치풍자란 무엇인가? 권력의 무능함·무도함이나 정치현실의 잘못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조롱하면서 웃음과 통쾌감을 주는 것이다. 풍자의 미덕은 무엇인가? 풍자의 대상이 아프도록 찌르고 꼬집는 데에 있다.
SNL의 정치풍자에 웃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권력과 정치인을 아프도록 찌르고 꼬집는 통쾌함은 없다. 나라를 나락으로 몰고간 무능·무도의 내란 권력과 여전히 진압되지 않은 내란 세력들을 찌르고 꼬집지 못하니 국민들은 웃음과 통쾌함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정치풍자가 아니라 정치를 소재로 한 코미디 쇼일 뿐이다. 출연 배우들의 명(名)연기가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