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에 자산·수익 키운 4대그룹, 고용은 인색
삼성 SK 현대차 LG, 직원 수 2년 간 제자리
자산총액 최대치 경신…순이익 30.8% 급증
30대 그룹은 순이익 0.8% 찔끔 늘었으나
전체 직원 수는 8.8% 늘어 4대 그룹과 대조
대기업들 감세 혜택 누리며 일자리 창출 소홀
최상위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실적과 인력 채용, 경영 방식 등은 한국경제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돈을 쌓아두고 기존 사업에만 집중하면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들 대기업에 정부의 재정지원이 쏠리기 마련이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로 대기업 지원을 확 늘렸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1년부터 2025년 조세지출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대기업의 국세 감면액 증가율은 123%에 달했다. 중소·중견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증가율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고용 기여도를 보면 민망할 정도로 낮다.
30대 그룹 중 4대 그룹 쏠림 현상 더 심해져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자산 기준 상위 30대 그룹과 4대 그룹을 대상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자산총액과 매출액, 당기순이익 추이와 직원 수 증감 현황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를 20일 공개했다. 윤석열 정부 2년간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상위 4대 그룹의 자산총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와 30.8% 급증했으나 직원 수는 정체됐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대기업들이 법인세 인하와 각종 세액 감면 등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받아 자산과 수익이 늘었는데도 고용에는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4대 그룹의 자산총액은 2022년 1255조 7050억 원, 2023년 1360조 454억 원, 2024년 1444조 7580억 원으로 2년 새 15% 증가했다. 지난 2019년 1000조 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며 작년에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에 비해 30대 그룹의 자산총액은 부침이 있었다. 2022년 2373조 7230억 원에서 2023년 3074조 3200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다시 2721조 9540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30대 그룹 내 4대 그룹의 자산 비중은 52.9%에서 53.1%로 상승하며 자본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4대 그룹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4대 그룹 매출액은 2년간 1030조 원대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당기순이익은 63조 4350억 원에서 82조 95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과감한 투자보다 확실하게 이익이 나는 기존 사업에 집중한 결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은 전체 당기순이익이 104조 9890억 원에서 105조 8270억 원으로 0.8% 증가한 것에 그쳤다.
직원 수 30대 그룹 8.8% 늘 때 4대 그룹은 제자리
4대 그룹은 자산과 수익이 크게 개선됐는데도 일자리를 늘리는 일에는 소홀했다. 직원 수 증감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4대 그룹의 직원 수는 2022년 74만 5691명에서 지난해 74만 6486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반면 30대 그룹 전체 직원 수는 같은 기간 140만 724명에서 152만 4662명으로 8.8% 증가했다. 리더스인덱스는 “4대 그룹이 많이 벌고도 고용에는 인색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30대 그룹 중 자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진이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자산과 매출이 각각 53.8%, 73.8% 증가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46.2% 줄며 수익성은 악화했다. 한화그룹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자산이 51.4% 증가하고 매출도 12.3%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7.0% 감소했다. 이외에 자산 증가율이 높은 기업은 HMM(29.7%), 에쓰오일(24.2%), 영풍(23.7%) 등이었다. GS와 CJ 같이 자산과 수익이 모두 감소한 기업도 있다. 자산총액은 삼성이 부동의 1위였다. 삼성은 자산이 21.1% 늘고 당기순이익도 11.5% 증가했다.
재정지원 대기업 증가율 123% vs 중소기업 31.6%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위 대기업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1조 6000억 원 이상) 46곳이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1833조 1000억 원으로 GDP 대비 71.9%에 달했다. 상위 5대 그룹 매출액만 1025조 원으로 GDP의 약 40% 수준이었다.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 등 3고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대기업이 성장한 비결 중 하나는 정부 지원에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조세지출 예산서를 분석할 결과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조세지출 규모는 2021년 2조 2000억 원에서 올해 4조 9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123%로 개인과 기업을 망라해 조세지출 수혜자 그룹 중에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조세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9%에서 17.9%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조세지출 규모는 2021년 14조 4000억 원에서 2025년 18조 9000억 원으로 증가율이 31.6%에 그쳤다. 전체 조사지출 증가율 36.8%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세지출은 조세감면, 비과세, 소득공제, 세액공제, 우대세율 적용 또는 과세이연 등 조세특례에 따른 재정지원을 의미한다. 대기업에 조세지출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감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결국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는 대기업들이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수혜를 집중적으로 누렸으면서도 고용에는 인색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