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인사 참사 끝판왕’ 입에서 나온 ‘그렇게 심한 말’

반노동 노동부 장관이 대통령 된다면 무슨 일 벌어질까?

2025-05-20     안종주 진단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안종주 보건학 박사

경악했다. 한 코미디언이 유행시킨 ‘그렇게 심한 말을’이란 말이 생각났다. 김문수 후보(이하 김 후보 또는 김문수) 이야기다. 김 후보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 참석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과연 소규모 중소기업까지 적용하는 게 맞냐. 제가 결정권자가 되면 이런 악법은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게 고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중대재해처벌법과 함께 18일 열린 대선 후보 1차 방송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도 악법’이라고 강조하며 심지어 “헌법에 위배되며, 민법상의 모든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라는 비뚤어진 시각을 드러내 비판을 받고 있다.

필자가 경악한 까닭은 김문수 발언 내용이 시대착오적이며 그가 비록 짧기는 했지만 ‘일국의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인사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한때 노동운동 투사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15일 발언은 최근 며칠간 각종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 블로그 따위에서 주로 비판적 관점에서 큰 논란이 됐다. 또 ‘노란봉투법’ 관련 발언은 18일 합동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한테 호된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패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희생자와 가족들 피눈물의 결정체

그가 한 말을 살펴보면 김문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언제,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제정·시행 이후 이 법이 안착해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대기업·중소기업에서 일터 안전을 위해 어떤 전략으로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 역사와 실태를 장관 시절 조금이라도 파악했더라면 결코 이런 경악할 발언은 하지 않았을 터이다.

한마디로 그는 대통령 자격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 자격도 없으며 노동부 장관 자리에 단 하루도 앉아 있을 만한 깜냥이 안 되는 인물이다. 왜 윤석열이 이런 인사를 장관 자리에 앉혔는지 윤석열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윤석열은 그를 장관 직전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했다. 그가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있을 때 한 일은 사실상 없기에 그 발탁 이유 또한 아무도 모를 일이다. 경사노위 위원장 시절 그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 의원한테 뭇매 맞기에 바빴다. 업무 일이 아니라 극우 성향 발언으로 말이다. 물론 장관 때도 이는 죽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 3년 가까이 필자는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환노위에 함께 참석해 곁에서 이를 지켜보면서 참 한심하고 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일터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를 막기에 역부족이란 판단과 산재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피눈물 나는 투쟁 끝에 나온 결정체이다. 특히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제정돼 2022년 1월부터 5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일터 안전보건 시스템 구축과 안전보건 관리 소홀로 중대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그리고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노동자를 포함한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었다.

중소기업 생각하는 마음에 노동자 안전 외면한 노동부 장관

대한민국을 흔히들 산재 공화국이라고 말한다. 산재 후진국이라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며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연간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사고 사망이 800명이 넘고 직업병 등 업무상 질병으로 숨지는 노동자가 1200명이 넘는다. 산재보험 사망 통계에서 제외되는 공무원, 광산노동자, 일부 선원 등을 모두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생명권을 보장하고 국격을 높이는 법이다. 결코 악법이 아니다. 노동자의 생명을 갈아 넣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헌법적이며 반노동적이다. 국가 존립 이유를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일터 안전이 곧 이익이며 기업 경쟁력이다. 한데 김문수는 일터 안전은 기업 경쟁력의 걸림돌이라고 한다. 헛웃음만 나온다.

그가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 자리까지 꿰찬 것은 노동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윤석열의 내란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나 홀로 버티는 반민주 행태를 온 국민에게 보여 극우 보수 성향 당원의 지지를 등에 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와 언행을 하는 인물이 국가를 이끌겠다는 것은 윤석열 못지않은 반동이다. 그는 지난 3년여 동안 수많은 정부·공공기관의 인력과 기업의 민간 인력, 전문가를 동원하고 막대한 예산과 비용을 쏟아부어 이제 산재 예방의 뿌리가 서서히 일터에서 활착하려는 때에 맞춰 반동의 언행을 보인다. 김 후보가 그토록 중소기업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다면 노동부 장관이 아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를 달라고 윤석열한테 매달려야 하지 않았을까.

그는 무엇이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위하는 것인지를 분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법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김문수와 필자가 장관과 중대재해 예방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유일한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동거한 기간은 6개월가량이다. 그와 대면한 적은 딱 한 번이다. 김문수의 전임 장관과는 한 달에 두어 번, 많게는 서너 번씩 일선 현장과 회의 등에서 만나왔다. 하지만 김문수는 산재 문제에 관심이 없었는지, 장관을 발판으로 대통령 후보 행보를 하느라 바빴는지 얼굴 보기는커녕 전화 통화조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악법’ 운운 말고 법이 있음에도 산재 끊이지 않는 이유 직시해야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한다. 김문수는 장관 지명될 때부터 온갖 비난과 비판에 시달려야만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포함한 각종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로부터 “반노동 극우 김문수, 인사 참사 끝판왕”이란 매우 험한 말을 귀에 따갑도록 들었다. 그래서 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악법이라는 그의 발언에는 놀라는 이가 많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은 결이 좀 다르다. 윤석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그토록 반대해 온 ‘노란봉투법’과 달리 중처법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악법’ 운운한 적은 없었기에 김문수의 언행에 생뚱맞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 문제와 관련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엉뚱한 말을 하거나 실제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쏟아낸다. 김문수가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에서 한 말 “소규모 중소기업 사장이나 회장이 현장을 모르거나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가 이를 방증한다. 소규모 중소기업 사장이나 회장이 현장을 모른다면 그는 사장이나 회장 자격이 없는 경영인이다. 기업 경영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노동자를 마구 죽일 사람이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무조건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적이 없으며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다. 김문수 표 상상의 영역이다. 한 블로거는 “그러면 소규모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인권과 안전할 권리는 없어도 된다고? 이게 말 되나?”며 비판한다.

현실은 김문수가 말한 것과 완전히 반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업안전보건법이 악덕 산재 기업주를 제대로 처벌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탄생했다. 여기에는 수사 당국과 정부의 책임도 있다. 하지만 사법부의 책임이 더 크다. 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훌쩍 지났지만 비슷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무책임한 산재 예방 경영을 하다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최고 경영자를 그 무게에 걸맞게 단죄해야 함에도 사법부는 이전처럼 여전히 솜방망이로 처벌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단체와 유가족들이 크게 불만을 느껴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8. 연합뉴스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먹었는지 모를’ 인물이 대통령 한다고?

‘노란봉투법’. 정식 이름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다. 노동조합의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관계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정안을 두고 1차 후보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권영국 후보가 맞붙었다.

김 후보는 “노란봉투법은 헌법에도 안 맞고 민법에도 안 맞는 법이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없다. (노조의) 쟁의 요구가 계속 벌어질 것이다. 반드시 재고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인정한 법안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인정했다. 노란봉투법은 당연히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권 후보가 “김 후보는 예전에는 노동운동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어찌) 헌법 33조, 노동3권이 보장하고 있는, 진짜 사장에게 교섭할 권리인 단체교섭권이 악법이라고 하느냐. 이 법이 악법이라니, 도대체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 먹었느냐”라고 비판하면서 공방이 가열됐다. 언론은 ‘노동부 장관을 어디로 해 먹었느냐’라는 말을 제목으로 뽑았다. 뇌리에 각인될 만한 표현이다. 윤석열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격노’했을 것이 분명하다.

권 후보에 대한 이런 비판은 앞서 필자가 “노동부 장관을 하루라도 맡아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평한 것과 일치한다. 노란봉투법도 알고 보면 일터 안전과도 연결된다. 장시간 노동 허용 여부도 일터 안전보건과 관련이 있다. 장시간 노동은 업무상 질병 사망률을 높인다. 사업주나 경영 관리자의 생산 제일주의 사고방식도 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관계가 있다.

대통령 잘 뽑아 더 이상 ‘그렇게 심한 말’ 듣지 말아야

일터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일터 안전은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일터 안전, 즉 노동자의 생명 보호 없이 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대한민국의 미래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를 생각하지도 깨닫지도 못하는 후보는 미래 한국을 이끌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그렇게 심한 말’을 들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유권자들의 인내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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