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서면 세월호 진상규명 꼭 해달라"

유가족·시민 1,500여명 서명, 국회 기자회견

이재명·권영국·김재연 후보에 요구문 전달

윤석열 정부, 부실조사 왜곡발표해 진실 은폐

김준혁 의원 "민주정부에서 반드시 진상규명"

2025-05-07     김성재 에디터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야당 대선 후보들에게 세월호 침몰 진실을 규명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시절 세월호 진실을 덮고 책임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뒤 부실한 조사 결과를 발표해 또다시 참사 원인을 은폐했다며 새 정부에서 진상규명 작업을 재추진해 줄 것을 촉구했다.

세월호 유가족 박요섭 씨(시찬 아빠), 이상규 전 진보당 의원, 세월호를 다룬 다큐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시민배급위원 등 10여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준혁 의원 주최로 기자회견을 연 뒤 민주당 이재명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 등 3인에게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서를 전달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다큐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시민배급위원, 제작진 등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김준혁 민주당 의원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언론민들레 사진.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지, 아이들을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유가족도, 국민도, 아무도 모르고 있다”면서 “진상규명은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노력이라는 더하기와 진실을 원치 않는 세력의 은폐와 방해라는 빼기가 결합되어 제로가 되어버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말) 해수부 산하 해심원의 발표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조사결과를 왜곡하고 호도한 것”이며 “민주주의를 어지럽힌 윤석열의 12.3 쿠데타처럼 세월호 진실을 어지럽히기 위한 또다른 쿠데타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민주주의이며, 국가의 의무이고 책임”이라면서 대선 후보들에게 “당선 뒤에 추가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약속하고, 임기 내 진상규명을 완수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다큐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시민배급위원 1,500여명이 서명한 진상규명 요구문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진상규명 다큐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시민배급위원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시민 1,500여명이 서명한 진상규명 요구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시민언론민들레 사진. 

기자회견 직후 현장에 있던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요구문을 전달받고 “저는 진상규명에 대해 줄기차게 약속해왔고 그 약속은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이 안 되고 아무도 처벌 안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대선 후보로서 세월호 문제는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반드시 진상규명을 하고 그 속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1. 세월호 침몰원인과 구조방기 이유, 지금도 모릅니다.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올해로 1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그날 국가에 물었던 질문을 지금 여기서 다시, 그때와 똑같이 하고자 합니다. 세월호는 왜 침몰했습니까? 국가는 왜 구조하지 않았습니까? 

정부는 답을 아십니까? 이곳에 계신 국회의원 여러분, 기자 여러분은 혹시 아십니까? 국민들은 답을 알고 계십니까? 모르실 겁니다. 왜냐? 답이 밝혀지지 않았으니까요! 세월호의 진실이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유가족도, 국민도,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304명의 목숨이 구조받지 못한 채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TV 생중계를 통해 속절없이 지켜봤던 국민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국가의 부재와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끔찍한 국가의 존재에 몸서리쳤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국민들이 유가족들과 함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밝히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수차례의 조사와 수사는 그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영화 <침몰10년, 제로썸>의 제목처럼, 진상규명은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노력이라는 더하기와 진실을 원치 않는 세력의 은폐와 방해라는 빼기가 결합되어 결국 ‘제로’가 되어버린 상태입니다. 

2. 박근혜~문재인 정부는 덮었고, 윤석열 정부는 왜곡했습니다. 

가장 최근 활동을 마친 진상규명 기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조사 결과는 ‘사고원인 모름’, ‘구조를 방기한 것은 사실이나 그 이유는 모름’이었습니다. 

국가는 이대로 끝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아무 것도 밝히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참위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느닷없이 검찰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오히려 진실을 덮어버렸습니다. 한 점 의혹 없이 수사로 밝혀내겠다던 윤석열의 검찰 특수단은 결국 책임자들 전체를 무혐의 처리한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해수부 산하 목포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전, 무려 10년 넘게 미뤄왔던 세월호 침몰원인을 갑자기 이른바 ‘내인설’로 결론 내려 발표했습니다. 

해심원의 이 발표는 도무지 근거도, 논리도 없는 발표입니다. 사참위 조사관들이 주장한 ‘높은 외력 가능성’은 물론이고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최종보고서 결론까지도 아무 설명 없이 배격했습니다. 대신 사참위가 기각한 ‘조타장치 고장설’(이른바 내인설)을 되살려놨습니다. 

사참위는 또 ‘구조하려다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방기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다만 조사의 한계로 인해 그 이유는 밝히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침몰원인을 사참위가 기각한 ‘내인설’로 멋대로 확정하고, 구조하지 않은 이유를 ‘해경의 무능·무책임’ 탓으로 돌리며 구조 방기를 음모론이라고 매도 한 것입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해심원의 발표는 하나같이 사참위의 조사결과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입니다. 해심원은 사참위가 제기한 논란과 쟁점에 대한 검증과 추가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틈을 이용해 기각된 ‘내인설’과 ‘해경 무능’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세월호 진실을 아예 묻어버리려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사참위 조사관들의 힘겨운 조사 성과를 무시하고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노력까지 헛수고로 만든 것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어지럽힌 윤석열의 12.3 쿠데타처럼, 세월호의 진실을 어지럽히기 위한 또다른 쿠데타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3. 세월호 진상규명이 민주주의입니다. 

윤석열 내란수괴가 파면되고 6월3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이 열립니다. 이번 대선은 쿠데타 내란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다시는 흔들 수 없는 상태로 만들 정부를 출범시키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민주주의임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진상규명을 이뤄내지 않고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봉인 상태인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관련 정보, 군(軍)이 갖고 있는 세월호 관련 정보처럼, 국민이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민주적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유가족들과 시민, 즉 주권자 국민의 의혹에 대해 해명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우리는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해경은 선원들만 구조하고 승객들에겐 ‘가만히 있으라’며 탈출 지시를 내리지 않은 걸까요? 왜 3일 동안 구조 인력을 단 한 명도 투입하지 않았습니까? 왜 혼자 탈출한 선장을 수사기관이 아닌 해경의 집에 재우고 구조된 선원들은 모텔에 함께 투숙시켰으며, 심지어 검찰은 그들에 대한 긴급체포도 막은 것입니까? 박근혜 탄핵 시 계엄을 획책했던 기무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방첩사’로 이름을 바꿔 내란의 최전방에 재등장했습니다. 참사 당시 기무사는 처음부터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하고, 선체 인양 대신 수장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해심원이 발표한 ‘조타장치 고장’(내인설)과 ‘해경 무능으로 인한 구조 실패’로 설명이 됩니까? 

4. 21대 대선후보에게 요구합니다.

최근 개봉한 <침몰 10년, 제로썸>은 진실규명을 위해 더하기의 편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최초의 세월호 다큐 영화입니다. 사참위 조사관들의 조사 성과, 그리고 그동안 유가족·민간잠수사·데이터전문가·시민들의 증언에 근거해 ‘외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의혹을 제기한 영화입니다. 

영화계에서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 관객 1만명을 넘기면 상업영화 1천만 관객이 본거나 다름없다는 말을 합니다. <침몰10년, 제로썸>은 5월6일 현재 1만3,000여명이 넘는 관객들이 관람했습니다. 배급사가 나서지 않았지만, 1,500여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배급위원으로 참여해 직접 영화배급을 도왔습니다. 오로지 시민들의 노력으로 100여 차례 전국 그리고 해외 공동체 상영을 이어왔고 매번 만석을 이뤘습니다. 전국 극장에서도 개봉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거의 모두가 이렇게 말합니다. 전국민이 봐야할 영화다! 진상규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우리 <침몰 10년, 제로썸> 다큐 배급위원 1,500여명은 대통령 후보들에게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에 함께 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그 서명을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하고 답변을 듣기 전에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합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은 국가의 의무고 책임입니다! 당선 뒤에 추가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하십시오. 임기 내 진상규명을 완수할 방안을 내놓으십시오. 우리는 후보들이 이를 약속하고 이행하도록, 유가족 그리고 시민들과 멈추지 않고 나갈 것입니다. 

- 세월호 침몰원인과 구조 방기 이유를 규명하라!

- 대통령기록물 포함 모든 세월호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

-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라! 

2025. 5. 7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다큐 <침몰10년, 제로썸> 시민배급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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