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매각 추진에 최태원 ‘사익편취’ 논란 재소환

최 회장 29.4% 처분하면 1조 원대 수익

SK실트론 지분 확보 과정서 특혜 받은 의혹

공정위 과징금에 행정소송…대법원 계류 중

최 회장 “개인적 이득 보려 취득한 것 아냐”

시민단체 “사실이면 SK㈜에 지분 증여해야”

2025-04-10     장박원 에디터

배터리 사업에서 고전 중인 SK그룹이 사업 재편 차원에서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계열사인 SK실트론의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익편취 논란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SK실트론을 매각하면 최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방식으로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 29.4%를 계속 가지고 있을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분을 매각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막대한 수익이 발생해 사익편취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발언하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연합뉴스

SK그룹, 기업가치 5조 원대 SK실트론 매각 검토

SK실트론은 지난해 매출이 2조 원이 넘었고 매년 수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이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가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한다. 이 회사의 지분 70.6%를 보유한 최대 주주 SK㈜는 지난 9일 SK실트론 매각 관련 보도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해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확정된 사항은 없으나 ‘매각 추진’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만약 SK실트론이 시장 예상대로 5조 원대 매각되면 최태원 회장은 개인적으로 2조 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최 회장의 지분 매입 가격이 약 2500억 원이었으니 1조 5000억 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자금의 성격이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SK㈜로부터 부당하게 사업 기회를 제공받는 ‘사익편취’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월 고등법원은 최 회장 손을 들어줬으나 공정위가 상고하며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SK실트론 [SK실트론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SK㈜ SK실트론 잔여 지분 포기…총수에 사업기회 제공 

이 사건은 201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K㈜는 LG로부터 SK실트론 지분 51%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모펀드가 보유한 나머지 49% 지분 중에 19.6%를 TRS 계약을 통해 취득했다. TRS는 회사 지분 등 자산을 증권사 같은 금융업체를 끼고 확보하는 투자 방식이다. 자산 가격 변동으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총수익 매수자)에게 귀속되는 대신 총수익 매도자인 금융업체는 수수료와 이자를 받는다. 

SK실트론 잔여 지분 29.4%는 최 회장이 TRS 계약을 통해 확보했다. 바로 이 대목이 논란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을 조사한 끝에 최 회장이 취득한 SK실트론 잔여 지분은 SK㈜가 합리적인 이유로 포기한 사업 기회가 아닌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3월 시정명령과 함께 SK㈜와 최태원 회장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처벌을 내렸다.

최 회장은 공정위 제재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SK㈜는 SK실트론 잔여 지분 29.4%에 대한 처분권이 없다는 점을 들어 공정위 패소판결을 내렸다. 부당한 사업 기회를 최 회장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재판부 논거를 수긍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업 경영상 사업 기회의 제공은 제공 객체의 사업 참여를 묵인하는 소극적인 방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며 “공정위 심사 지침에도 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사실관계 확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자의적 법 해석으로 향후 공정거래법 집행에 큰 부담을 가져올 원심을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도 법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청사

최 회장 “회사 이익 가로채거나 위법한 행위 없어”

최태원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인수가 ‘사익편취’라는 의심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그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출석해 “회사 이익을 가로채거나 위법한 행위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밝혔다. SK실트론 잔여 지분 인수가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나름 개인적인 위험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고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 이익을 가로채려는 행위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당혹스럽고 좀 억울한 심정”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K㈜에 해를 끼친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의 이런 생각이 실현될 수 있도록 2022년 8월 말 TRS 계약 만료 전에 SK실트론 지분 전량을 SK㈜에 매도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TRS 계약을 연장했다.

사익편취 의심 해소하려면 SK실트론 지분 SK㈜에 증여하라

SK㈜가 사업을 재편하려면 SK실트론 지분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이참에 최태원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처분할지는 미지수다. 만일 그가 나중에 SK실트론 지분을 처분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면 공정위 심판정에서 한 발언은 거짓말이거나 빈말이 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0일 발표한 논평에서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처분으로 이득 얻는다면 큰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주주대표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SK실트론 지분을 SK㈜에 양도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최 회장이 그동안 여러 문제를 고민하다가 SK실트론 지분 처분을 망설여왔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SK㈜에 자신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을 증여(TRS 계약에 따른 채권자 지위 양도)하는 게 문제없이 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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