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승복 않고 '마지막 사과' 기회마저 내친 윤석열

반성 없이 '민주당 탓'만 하는 윤석열·국힘

권성동 "민주당의 의회 폭주를 막지 못해서"

윤석열 "응원해준 분들 기대에 못미쳐 죄송"

끝까지 '경고성 계엄'이란 주장 굽히지 않아

이재명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

2025-04-04     김민주 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산책하는 윤석열. 2025.4.4. 연합뉴스

윤석열은 대통령직 파면에도 이에 대한 승복도, 국민들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한 것이 모두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로 여전히 민주당 탓만 하고 있다. 민주당은 파면이 결정 났으니 민주주의 회복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4일 헌법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로 대통령 윤석열 파면을 결정했다. 윤석열은 텔레비전을 통해 헌재의 파면 결정을 들은 이후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의 입장문에는 12·3 비상계엄에 관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합니다"라며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습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자신의 실정에 대해 단 한 번도 국민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시민들이 지난해 12월 3일 목숨을 걸고 계엄군으로부터 국회를 밤새 지키고,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았으며, 123일 동안 밤을 새우며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파면'을 당한 날이 국민들에게 사과할 마지막 기회의 날이었는데 이마저도 놓친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이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는 것은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경고성 계엄'이라고 한 것을 끝까지 주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끝내 헌재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 발표되자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4.4. 연합뉴스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 씨는 윤석열의 파면이 결정 난 뒤 핸드폰을 꺼서 연락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역시 윤석열의 파면을 두고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후 4시 윤석열 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한 대통령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3실장·1특보·8수석·3차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파면 결정을 승복한다고 했지만 '내란 공범 정당'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끝까지 '민주당 탓'을 했다. 국민의힘이 잘못한 것은 민주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지도부 책임론도 불거졌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파면 결정에 대해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헌법재판소 판단은 헌정 질서 속에서 내린 종국적 결정"이라며 "이 결정은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국가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먼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여당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의회 폭주와 정치적 폭거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며 "이번 사태로 많은 국민들이 느꼈을 분노와 아픔에 대해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이 주시는 비판과 질책 모두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국힘 강민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문형배의 선고 판결을 방청석에서 들어보니 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며 "편향된 지식인이 이 사회에 얼마나 큰 흉기가 되는지. 오늘부로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다. 현 지도부가 전원 사퇴 하는 게 최소한 도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5.4.4. 연합뉴스

윤석열의 탄핵을 반대해 왔던 윤상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결정 그 자체가 쇼크"라며 "민주당 입법 독재에 헌재가 굴복한 것 아니냐, 그래서 기각을 강탈당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광장에서, 국회에서 좌파 사법 카르텔, 부정부패 선거 카르텔, 종북 주사파 카르텔 3대 어둠의 세력과 맞서 싸웠지만 우리가 분열돼 있기 때문에 역부족이었다"며 "세상에 우리같이 분열돼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하는 어리석은 집단이 어딨느냐"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은 앞으로 없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헌법을 파괴해 국민이 맡긴 권력과 총칼로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협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됐다"며 "위대한 국민이 위대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되찾았다. 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져간 제주 4·3 사건과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영령들이, 총칼과 탱크 앞에 맞선 국민들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장병들의 용기가 오늘 이 위대한 빛의 혁명을 이끌었다"고 말하며 국민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된 것은 다시는 없어야 할 대한민국 헌정사에 비극"이라며 "나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된다. 더 이상 헌정 파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가 국민의 힘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서 "역사상 국민들이 평화롭게 무도한 권력을 제압한 예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촛불혁명에 이어 빛의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극적으로 부활시켰다. 세계는 우리 대한민국을 재평가할 것이고 K-민주주의의 힘을 선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며 "국민과 함께 대통합의 정신으로 무너진 민생, 평화, 경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성장과 발전의 길을 확실하게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