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지지자, 욕하고 유리깨고…전광훈은 "국민저항" 선동
"윤석열이 헌법 위에 국민저항권 있다고 가르쳐줘"
한남동 윤 지지자들 기자 카메라 뺏으며 폭력 행위
헌법재판관 향해 욕설하고 "대통령님" 부르며 통곡
헌재 앞에서는 흥분한 윤 지지자 경찰 버스 파손해
윤석열 직무복귀 퍼레이드 준비한 이들도 망연자실
피켓 내동댕이 치고, 바이케이트 흔들고, 쓰러지고
전한길은 "어떤 결과에도 승복하겠다"며 고개 떨궈
참담한 용산 대통령실…입장발표 없이 봉황기 내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헌재)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에 대해 파면 선고를 내리자, 헌재 인근 안국역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모인 윤석열 지지자들은 일제히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거나 한숨을 쉬는 이들도 있었지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이들은 폭력적이고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부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윤 지지자 1만 5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선고 결과를 듣고 "미쳐 돌았구나" "거짓말하지 말라" "이게 말이 되냐"고 곳곳에서 외쳤다. "아이고, 아이고"라고 통곡하거나 "무효"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야이 ×× 새끼야" 라고 욕설을 하거나 '탄핵 무효'라 적힌 팻말을 땅에 던지고 "대통령님, 대통령님"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취재진에 대한 폭력도 벌어졌다. 윤 지지자들은 기자들 카메라를 뺏으려 하고 "꺼져라"고 욕설했다. 경찰에게까지 "빨갱이"라고 했다.
한남동 관저 앞 지지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극우 개신교 전광훈 목사와 극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신혜식 씨가 무대에 올라 "국민 저항에 나서자"고 선동에 나섰다. 전 목사는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의 배후로도 지목되고 있다.
전 목사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신 씨는 "시민단체, 언론계, 일반인, 전문가를 포함해서 300여 명의 국민저항위원회를 어젯밤에 만들었다"며 "오늘의 사태 대비하기 위해서 국민저항위원회 만들어서 본격적인 국민 저항에 나서기로 했다"고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씨는 "더이상 국회와 사법부를 믿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국민저항위를 만들어 본격적인 국민 저항에 나서야 한다"며 "헌재가 조작된 여론과 조작된 증거에 의해서 대통령을 탄핵했기 때문에, 우린 이거(윤석열 파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자신을 '국민혁명의장'으로 지칭하며 "절대로 대한민국을 북한에 넘길 수 없기 때문에 내일 오후 1시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애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헌재가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면서 "헌재 재판관들은 역사적인 탄핵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 위에 권위가 국민 저항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가르쳐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부터 체포해야 된다"며 "내일 반드시 대한민국을 뒤집어놓겠다"고도 호언했다.
헌재 인근 안국역 앞에서 윤석열 파면 선고를 지켜본 지지자들도 "×× 새끼, ○새끼야, ××"이라고 욕설을 내뱉으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파면 선고를 듣자마자 일부 지지자들은 빠르게 현장을 떠나기도 했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바이케이드를 흔들고 경찰 기동대원들을 향해 욕설을 하는 등 여전히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국역 앞에서는 윤서열 지지자가 파면 결정에 격분해 곤봉으로 경찰 버스를 부순 일까지 벌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헬멧과 방독면 등을 쓴 남성이 오전 11시 28분쯤 헌재 인근 안국역 5번 출구 앞에 세워진 경찰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깼다. 4m 높이 폴리스라인 사이에 세워진 경찰버스를 노린 것으로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이 남성을 만류했다. 주변에 있던 경찰 기동대원들은 남성을 추적해 체포했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공용물건 손상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형 화면으로 선고를 지켜보던 국민변호인단 소속 500명 역시 흥분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욕설하며 "나라가 망했다"라고 외치고 분노를 못 참는 듯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윤 이즈 백'(윤 is back, 윤이 돌아왔다)이라고 적힌 피켓을 내동댕이치며 "우리 어떡하면 좋아"라고 눈물을 보이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한 남성은 오열하다가 기절하는 듯 쓰러졌지만, 주변에서 가슴을 누르며 심폐소생술을 하려고하자 정신을 차리는 듯 일어났다.
국민변호인단은 헌재의 탄핵 기각을 기대하면서 '직무복귀 환영 퍼레이드'를 준비했지만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현장에서 격앙되고 폭력적인 반응과는 반대로 헌재의 파면 선고에 승복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도해 온 학원 강사 전한길 (본명 전유관)씨는 유튜브 방송 중 파면 선고를 듣고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며 두 손을 얼굴을 감쌌다. 전 씨는 윤석열 탄핵 반대 운동에 대해 "모든 국민이 원하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탄핵선고 결과에 대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한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저와 같은 뜻이었던 분들께 탄핵 선고 결과에 대해 같이 승복하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라며, 거듭 "승복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4일 윤석열 파면 결정에 대해 "안타깝지만, 국민의힘은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히 수용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헌재의 선고 직후 입장 발표를 통해 "우리는 이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길임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의회 폭주와 정치적 폭거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많은 국민이 느꼈을 분노와 아픔에 대해서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주시는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불복 운동에 대해서도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또 한 번의 큰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나 극단적 행동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와 질서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치유와 공동체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 대통령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혼란을 수습하고 헌정 질서가 흔들리지 않도록,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저희에게 주어진 헌법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아직 윤석열 파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일부 참모들은 각하 내지 기각 결정을 기대했다가 전원일치로 파면이 결정되자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들은 윤석열 복귀에 대비해 업무보고까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은 대통령 직위에서 파면된 만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옮겨야 한다. 연금, 국립현충원 안장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받지 못한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파면 20여 분만에 집무실 외부에 걸려있던 '봉황기'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