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은 친환경도, 미래도 아니다
삼척석탄화력 반대투쟁위원회를 만나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외치는 투쟁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선언하고서도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나라에서 석탄화력 건설 반대투쟁은 기후투쟁의 상징이다. 삼척석탄화력은 2.1GW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시간당 약 400톤(20톤 트럭 200대분)에 가까운 석탄을 태우고 연간 1300만 톤(우리나라 총배출량의 1.8%)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더욱이 발전소의 최대 주주는 2021년 만에도 7800만 톤(동 11.4%)의 온실가스를 내뿜은 탄소기업 포스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양대 산맥은 석탄발전과 제철이다. 이제는 제철기업 포스코가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치명적인 반환경 조합까지 이뤄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지난 9월에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이뤄졌으며 국회 앞에서는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피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그 투쟁의 중심엔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반투위)가 있다. 새해 1월 4일,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전자정보통신공학)를 만나 궁금했던 점들을 물었다. 동해역에서 만나자마자 삼척시청으로 차를 몬다. 멀리 굴뚝이 보인다.
"저게 삼척화력 연돌(굴뚝)이다. 여기는 석탄화력발전소 반경 5Km 지역이다(발전소 반경 5 Km 지역은 법에서도 인정한 발암물질 피해지역이다). 보다시피 삼척은 분지형 지형이라 삼척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탄소와 오염물질은 고스란히 삼척시에 쌓인다. 이 뿐이 아니다. 시청 뒤 북쪽으로는 5Km도 안되는 거리에 북평석탄화력이 있다. 거기서도 하루 1만 톤의 석탄을 땐다. 삼척은 두 석탄화력발전소의 영향권이 중첩되는 지역이다. 삼척시민은 그야말로 온실가스 안에 든 쥐 신세다.”
삼척발전소는 건설되더라도 30년에 이르는 설계수명을 보장받기가 어렵다. 게다가 가동율 전망도 손익분기점인 85%에 훨씬 못 미치는 2030년 62%~ 2050년 10%로 예상된다(기후솔루션). 그런데도 포스코가 건설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척석탄화력을 짓는데 건설비만 4조 9천억 원이 든다. 그런데도 기업이 투자하는 데는 손해보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면 총괄원가보상제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 건설비는 감가상각비를 통해 회수되고 투자보수(적정수익)까지 보장된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송전망이 부족해 송전을 하지 못하면 용량요금을 정산받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자본의 놀이터를 만들어준달까, 자본으로서 석탄발전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 탈핵의 성지에서 탈석탄의 최전선으로
오랫동안 묻어뒀던 질문은 또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석탄발전소가 건설됐고 이웃 강릉에서는 석탄발전소 건설이 마무리 중이다. 그런데 왜 유독 삼척에서만 반대투쟁이 활발할까. 성대표는 “지역에서 반대투쟁을 하지 않으면 현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삼척에서는 30년 가까이 탈핵운동이 있었고 그것이 탈석탄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삼척에서는 세 차례에 걸친 탈핵운동이 있었다. 1982년, 삼척이 핵발전소 건설 예정구역으로 고시됐지만 92~98년 투쟁으로 고시를 해제했다(당시 근덕면민 8000명 가운데 7000명이 모여 총궐기대회를 가졌다. 원전백지화기념탑이 있는 8·29 공원은 이를 기념한 것이다). 2005년에는 핵폐기장 유치신청을 철회시켰다. 2010년에는 시장이 핵발전소 유치신청을 했지만 시장소환운동(투표율 미달)과 탈핵 희망 국토도보순례(2013.6~2019.8), 반핵 시장 선출(2014), 주민투표를 거쳐 유치신청을 철회했고 이는 최종적으로 2019년 고시해제로 백지화됐다. 2020년 7월 14일, 삼척우체국 앞에서 탈석탄 투쟁을 시작했다. 평일 5시~6시 사이에 집회와 거리행진(우체국-시청-우체국)을 하고 있다. 탈핵 멤버들이 탈석탄으로 옮겨왔는데 오늘(2023.1.4.)이 667일째다. 월화수목금,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맹방해변에는 천막농성장을 꾸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거점이 되어 연대가 만들어졌다. 녹색연합이나 기후솔루션과 같은 환경단체들과 상맹방1리 현안 대책위원회와 같은 주민조직이 결합하고 있다.”
연대는 삼척으로 모였고 삼척으로 모인 연대는 다시 전국으로 뻗어나갔다. 투쟁이 ‘삼척에서, 삼척을 넘어’ 진행되면서 삼척은 탈핵·탈석탄 투쟁의 거점이 됐다.
“투쟁과정에서 삼척 승리의 역사가 전파됐다. 한 도시가 깨어나니까 반핵 시장이 선출되고 반핵 도시가 만들어지고 그곳을 거점으로 탈핵운동, 탈석탄운동, 탈송전탑 운동이 번져간다. 우린 그걸 ‘탈탈탈운동’이라고 부른다. 탈핵 도보순례 중에는 지나가는 곳마다 지역단체와 연대해 탈핵 학교를 열고 탈핵 조직을 결성하는가 하면 큰 도시에서는 기자회견을 했다. 송전탑 반대 순례는 송전선로인 울진에서 가평을 지나면서 지역 송전탑 반대조직과 만났다. 삼척석탄 반투위와 지역 송전탑 반투위 사이에 연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다시 대선 유권자운동으로 번지면서 대선 후보들이 탈핵을 공약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탈핵을 선언한다(2017.6.19.). 힘이 막강했을 때 좀 제대로 하고 법도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삼척핵발전소 백지화는 약속을 지켰다.”
◇ 삼척석탄화력 반대투쟁은 생명운동, 현재의 투쟁에 집중해야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했다. 지난 9월,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입법을 청원했다, 하지만 산자위는 개점휴업이고 청원심사소위도 열리지 않고 있다. 탈석탄법이 제정될 수 있을까.
“입법청원의 경과를 보자. 8월 31일에 시작한 청원이 9월 27일에 겨우 2만 명을 갓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8일에는 3만 명을 돌파하고 29일에는 불과 하루만에 2만 명이 동의해 5만 명을 달성했다. 그만큼 절박했다는 이야기다. 절박함이 있으면 된다.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믿은 일들이 이뤄지는 경우는 많다. 삼척에서 반핵 시장의 당선도, 5만 명의 입법청원도. 탈핵 대통령을 뽑은 것도 다 그렇다. 투쟁은 미래 예측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관중이나 평론가의 역할이지 선수가 할 일은 아니다. 선수가 할 일은 골을 넣는 것이다. 우리는 뛰는 선수다. 현재 우리가 집중할 것은 탈석탄법의 제정이다.”
현재로서는 삼척석탄화력이 상업운전에 들어가는 걸 막을 시간적 여유는 없어 보인다(제1호기는 올 10월, 그리고 제2호기는 내년 4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탈석탄법의 제정도 제정이거니와 제정되더라도 보상협의나 발전설비의 활용 등 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삼척석탄화력이 가동되면 국면은 조기 폐쇄투쟁으로 바뀐다. 신규 발전소를 폐쇄하자고 나서면 노후 발전소를 먼저 폐쇄하자고 나서지 않을까. 그게 탄소배출을 줄이는 길이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보상금을 줄이는 방안이지 않을까.
“삼척석탄화력을 짓지 않으면 제2송전선로를 짓지 않아도 된다. 송전선로를 짓지 않는 게 노후발전소를 폐쇄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다. 삼척 시민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시내에, 그것도 5Km 반경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다(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삼척석탄화력을 가동했을 때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318~1081명에 이른다). 석탄하역장 건설로 맹방해변도 초토화된다.”
이제 그도 더 이상 젊은 투사는 아니다. 탈핵과 탈석탄운동으로 청춘을 건너온 나이 든 투사이자 28편의 전공논문이 검색되는 원로 교수다. “나에게 반투위 운동은 신앙활동이다. 그러니 지칠 일도 없다”고 말하는 카톨릭 신자이기도 하다. 그가 생각하는 삼척석탄화력 반대투쟁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일까.
“삼척석탄화력 반대투쟁은 에너지전환투쟁이자 생명운동이다. 기후위기를 막아내는 세상을 만들려면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하나의 투쟁이 중요하고 삼척투쟁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석탄발전소 하나를 줄이는 게 투쟁의 전부는 아니다. 탈탄소가 핵발전으로 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핵위협과 기후위기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생명운동이다. 우리가 투쟁을 통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이것이다. 석탄화력발전은 친환경도, 미래도, 경쟁력도 아니다.”
※ 본 칼럼이 게재(2023.01.13.)되고 나서 인터뷰를 가졌던 성원기 삼척석탄화력 반투위 공동대표로부터 최근 전력요금체계가 바뀜으로써 삼척석탄화력의 사업환경은 크게 나빠졌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동안 한전은 발전소가 송전용량의 부족으로 100% 가동하지 못하더라도 정부의 귀책사유로 봐 예상수익의 100%를 보상했다(제약비발전정산금). 하지만 지난해 9월 1일부터 실계통기반 하루전시장이 도입되면서 실제 송전한 전력만큼만 정산이 이뤄진다.
2022년 11월 현재 동해안 일대 발전소의 발전설비용량은 12.6GW인 데 반해 송전가능용량은 그 90% 수준인 11.4GW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에는 신한울 2호(원전, 울진)와 강릉안인2호, 삼척화력 1호 등이 가동됨에 ‘따라 설비용량은 16.1GW로 늘어난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 신한울 2호가 가동을 시작하면 삼척석탄화력과 같은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은 3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도입하였다. 지금까지는 가장 비싼 발전기의 비용으로 전력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상한제의 도입으로 한전이 민간발전사로부터 구매하는 전력도매가격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어서 민간기업의 영업환경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척석탄화력의 경우 SMP 상한제의 도입은 하루전시장의 도입과 겹쳐 적자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2023.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