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윤 탄핵 난기류…성난 시민들 "헌재 앞으로!"
"5대3 설에, 윤석열 복귀 프로젝트까지 언급돼"
야당도 한덕수 최후통첩…헌법재판소법 개정
문형배·이미선 퇴임 사태 막고 윤석열 파면 유도
100만 시민들 이미 헌재 앞으로 분노의 대행진
4월 1~2일 헌재 인근서 24시간 철야농성 돌입
정의구현사제단도 1년 여만에 시국미사 봉헌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 심판이 중대 기로에 섰다. 당초 3월 중순쯤 마무리될 것이라 전망됐던 윤석열 탄핵 선고가 4월로 넘어간 가운데, 헌법재판소(헌재) 내부 기류가 심상찮다는 분석이 흘러 나온다. 이에 야당은 한덕수·최상목 '쌍탄핵'과 헌재법 개정안 처리 등 탄핵 선고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도 '마지막 고비'인 헌재를 에워싸고 최대치 압박을 하기로 했다. 31일 저녁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이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의 '윤석열 파면 촉구 행진'이 추진된다. 아울러 비상행동은 오는 1일과 2일 헌재 앞에서 24시간 철야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시민들은 하나둘 헌재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 사회의 운명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헌재 5대3설에, 윤석열 복귀 프로젝트까지 언급"
지난달 25일 윤석열 탄핵심판 최종 변론이 종결될 때 만해도 헌재 내부 분위기는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탄핵 선고가 4월로 미뤄지면서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날로 12·3 내란이 발생한 지 119일째,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108일째, 윤석열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끝난 지 35일째를 맞고 있지만, 헌재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선고를 내리지 않고 있다. 헌재가 주저하고 있는 사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법조 카르텔의 비호 속에 구속취소라는 전무후무한 특혜를 받고 석방됐다.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로 인해 한때 탄핵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부 물거품이 됐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기각 결정(3월 24일)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3월 26일)에도 헌재가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으며서 더욱 혼란만 가중됐다.
헌재 안팎에서는 막바지 쟁점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탄핵 인용을 할 정족수 6명에 미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을 가진 '일부' 재판관이 탄핵에 반대하고 윤석열 복귀까지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 내부에서도 지난주 후반부터 이러한 기류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날인 3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헌재 선고가 비정상적으로 지연되는 현 상황은 윤석열 복귀와 제2의 계엄을 위한 총체적 지연작전 때문"이라며 "한덕수·최상목의 '마은혁 임명 거부'라는 노림수 위에 시간 끌기가 진행됐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다음 달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이다. 만일 4월 중순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이들 재판관들이 결론을 내지 않고 퇴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탄핵 선고는 무기한 연기되고 사회적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야당도 한덕수에 최후통첩…헌법재판소법 개정
민주당 등 야5당은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없애고,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할 수 있도록 총력을 동원해 압박하기로 했다. 더 이상 헌재에 대한 호소만으로 비상한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복귀' 프로젝트를 멈추고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4월 1일까지 임명하라"며 "헌법수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발언이다.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최후 통첩에도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을 하지 않을 경우,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묶어 '쌍탄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에 따라 한 대행 등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내각 줄탄핵'까지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동시에 헌재법 개정도 함께 추진된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의 후임자가 임명되지 못한 경우 기존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헌재법 개정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헌재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이들 2개 법안들을 상정했다.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헌재가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갖추는 셈이다. 여기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 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과 마 재판관의 임시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신청도 헌재 재판관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도 지정하지 않으면서 권한쟁의 내용만 따질 경우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입법부를 주도하고 있는 야권이 여러 통로를 가지고 헌재를 압박하고 있지만, 내란을 옹호하는 국민의힘 발악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시 국무위원 연쇄 총탄핵을 경고한 데 대해, 내란음모죄와 내란선동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행정부를 완전히 마비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반역"이라며 "초선의원들의 의회 쿠데타 배후에는 이재명과 김어준이 있다. 김어준 지령을 받고 이재명 승인을 받아서 발표한 내란음모"라고 궤변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쿠데타를 선언한 민주당 초선 의원 전원과 수괴인 이재명, 김어준 등 72명을 내란음모죄·내란선동죄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본회의 개의도 가로막고 있다. 여야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협의했으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부터 '상시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필요시 합의에 따라 개최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이 '필요시 합의'를 강조하는 것은 쌍탄핵과 헌재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본회의 일정을 회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여야의 원내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절대 다수인 야당의 입법 추진과 여당의 의도적 파행을 두고 크게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못참겠다" 시민들, 헌재 앞으로 분노의 대행진
헌재가 탄핵선고를 미루고 여야가 극강 대치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이미 지난 주말 "마지막 고비인 헌재로 향하자"고 외치기 시작했다. 지난 29일 17차 범시민대행진에 참가한 시민 100만 명(주최 쪽 추산)은 헌재 인근 안국동 사거리 차벽 앞으로 몰려가 "윤석열 파면을 즉시 선고하라"고 외쳤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번주 4차 긴급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비상행동은 31일과 다음 달 3일, 4일 오후 7시 30분부터 광화문 농성장에서 헌재 앞으로 "헌재를 에워싸자! 윤석열을 파면하라"라는 구호를 걸고 시민 대행진을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비상행동은 헌재 인근 안국역에서 다음 달 1일 오후 9시부터 2일 오후 9시까지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회 앞, 남태령, 한남동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투쟁 열기를 헌재 앞으로 끌고 오겠다는 구상이다. 시민들은 철야 집중행동이 시작되는 2일 오후 광화문 농성장에서 집회를 가진 뒤, 안국역 앞으로 행진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 밖에 출근길 곳곳에서 가두 캠페인을 벌이고 윤석열 파면 촉구 100만 명 긴급탄원 서명도 받는다. 긴급탄원 서명은 이미 개시한 지 24시간 만에 39만 명을 돌파했다. 긴급행동은 헌재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 수위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행동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대응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행동과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은 이날 오전 광화문 농성장 앞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을 위한 비상행동 - 제정당 전국긴급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주권자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려왔다. 참을 만큼 참아왔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궤변과 반복되는 거짓선동에 끓어오르는 울분과 탄식을 억누르며 숱한 불면의 밤을 지새워 왔다"며 "오늘부터 전국에서 일제히 헌재의 직무유기를 규탄하고 당장 윤석열 파면을 선고할 것을 촉구하는 72시간 범국민긴급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직무유기는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노골적인 내란동조 행태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면서 "이미 주권자들이 회수한 권좌를 탈취하려고 온 나라를 망치는 일을 서슴지 않는 불의한 권력을 더는 용납하지 말자"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행동할 때"라며 "우리의 힘으로 지금 당장 정의와 평화를, 상식을 바로 세우자"고 외쳤다.
종교계도 윤석열 조기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31일 오후 6시 안국역 인근 서울 열린송현녹지광장 입구에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파면선고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한다. 사제단이 시국미사에 나선 것은 1년여 만이다. 그만큼 현 상황이 엄중함을 의미한다. 앞서 천주교 사제·수도자들은 전날인 30일 사순절 제4주일을 맞이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며, 8명의 헌법재판관들의 '교만'을 비판했다. 사제단은 이날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헌재를 에워싸자! 윤석열을 파면하라' 대행진에 합류해 헌재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한편 헌재의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시민단체들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날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을 직권남용과 내란방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변론 종결 후 2주 정도 후에 선고된 것과 다르게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은 변론 종결 후 한 달이 넘도록 선고되지 않아 국가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고발인들은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은커녕 결정 선고 자체를 고의적으로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만료일까지 지연해 파면결정을 무산시키려고 시도한다"며 "이는 재판관 5인의 권리 행사를 심대하게 방해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