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 이어 하마스와 '직거래'…다음은 김정은
한국, 조기 대선 통한 전열 재정비 시급
몇 주간 비밀 협상에 지구촌 '충격'
"이스라엘의 사전 동의 없었다"
"국익 도움 되면 누구와도 대화"
5일 또 하나의 뉴스가 지구촌을 놀라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비밀리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직접 협상'을 해왔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한 것이다.
악시오스는 '미국, 하마스와 비밀 협상'이란 이날 자 단독 기사를 통해 미국의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인 애덤 볼러와 하마스 관리들이 최근 몇 주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회담했다고 전했다. 이들 회담에선 가자지구에 억류된 미국 인질의 석방에 초점을 맞췄지만, 모든 남은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장기적 휴전 달성 등 보다 폭넓은 의제들도 다뤘다고 한다.
미국-하마스 비밀 협상 '충격'
"이스라엘의 사전 동의 없어"
이 보도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지만, "미국인들의 생명이 걸려 있다"면서 자세한 논의 사항엔 답변을 피했다.
지구촌을 놀라게 한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이 1997년 '테러 조직' 지정 이후 단 한 번도 직접 협상을 해온 적이 없는 하마스와 전격 회동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이 이런 거의 전례 없는 행동을 하면서도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협의'는 했지만 '사전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게 다른 하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을 ‘패싱’한 셈이다.
이에 레빗 대변인은 "미국민에 가장 이익이 되게 하고자 전 세계 누구와도 대화하고 협상하는 건, 대통령이 보기에 미국민을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일종의 선의의 노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하마스 직접 대화와 관련해 이스라엘과의 협의는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총리실은 "미국과 접촉"해서 "하마스와의 직접 협상에 대한 자국의 스탠스를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국익 도움 되면 누구와도 대화"
트럼프 접근법, 바이든과 정반대
전후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장악과 소유' 의지를 드러냈던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이 하마스와의 비밀 협상을 공식 확인한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하마스를 향해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인질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불응하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했던 1단계 휴전은 1일 만료됐다. 미국은 양측이 약 50일의 휴전 기간을 연장하고 이 기간에 하마스가 즉시 남은 인질의 절반을, 영구 종전에 합의하면 나머지를 석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하마스는 당초 합의대로 인질 전원 석방과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를 골자로 한 휴전 2단계로 이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휴전 협상차 이번 주 카타르를 찾을 예정이었다가 진전이 없자 취소했다.
악시오스는 하마스에 대한 '위협'과 '미국의 가자 소유' 발언 등을 거론한 뒤 "그(가자) 분쟁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법은 전임 바이든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특히 이스라엘의 승인 없이 하마스와 직접 협상하는 건 역대 행정부가 하지 않았던 또 다른 행보다"라고 지적했다.
미, 푸틴 이어 하마스와 직거래
테러 그룹 지정 28년 만에 처음
미국-하마스 직접 협상은 미국의 이익에 도움만 된다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 '트럼프 외교'의 또 하나의 사례다. 이미 트럼프는 지난달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러 고위급회담 개최를 허용했다. 그 과정에서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직접 이해당사자인 나토와 유럽연합(EU)마저 '패싱'함으로써 거대한 후폭풍을 불러왔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악시오스의 보도가 있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게 하마스와 직접 협상하며 '정신적 동맹'이라는 이스라엘마저 '소외'시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도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 중동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바이든이 당선됐을 때 해외 정상 중 제일 먼저 당선 축하 전화를 한 데 대한 트럼프의 불만과 비난은 컸다"고 소개했다.
인 교수는 집권 1기 때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 골란고원 영유권 확정 △ 이스라엘 위주 이-팔 평화안 마련 △ 아브라함 협정(아랍-이스라엘 국교 정상화안) 등을 해주었던 점을 환기한 뒤 "네타냐후가 배신했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그 기억은 트럼프 장부에 정확히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봤다.
트럼프, 다음 직거래 대상은 북한
조기 대선 통한 전열 재정비 절실
시기의 문제만 남았을 뿐 그다음은 북한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에서 양측 모두 수없는 사상자를 내며 각각 3년과 1년 반을 이어져 온 만큼, 먼저 두 전쟁 문제를 다루고 핵·미사일 등 북한 문제는 일단 미뤄뒀다고 봐야 한다.
지난 대선 기간은 물론, 1월 20일 백악관 복귀 이후에도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고 "나의 복귀를 그가 반길 걸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이 북한과 잘 지내면 "모두에게 엄청난 자산"이라면서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70년 혈맹’인 한국도 '패싱'하고 북한과 직거래를 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를 재편할 북미 협상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현 내란 국면을 신속히 정리하고 조기에 전열을 재정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대통령직 파면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즉각적인 대선 일정 공포, 그리고 대선의 정상적이고 공정한 관리가 절실하다.
특히 현재로선 집권 가능성이 가장 큰 더불어민주당은 출범 즉시 트럼프의 대북 협상 추진에 발맞춰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복원,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 마련 등에 나설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착실히 대책을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