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프레임에 제대로 걸려든 '4등' 한동훈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 겨우 6.9%

검찰이 '오세훈' '홍준표' 등 수사 중인데도

여론조사 하위권 맴돌며 전혀 지지 못 얻어

박근혜조차 "개인 행동"이라고 우회 비판

홍준표 "한동훈 돌아오면 나한테 죽는다"

과거 유승민이 겪은 일 그대로 재현 중?

내란동조 세력도 아직 못쳐내는 한동훈

우유부단하면 결국 하위권서 끝날 운명

2025-03-04     김민주 기자
두 달여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극장에서 제2연평해전을 다룬 연극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를 관람하기 위해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3.2. 연합뉴스

검찰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잠재적 대선 경선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음에도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이른바 '박스권'에 갇혀서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 전 대표에게 찍힌 당내 '배신자' 프레임이 작동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가 한동안 박스권에서 갇혀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서 3일 공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46.3%,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에 이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순으로 나타났다. 한 전 대표는 여권에서 비주류로 평가받았던 김 장관과 격차가 오차범위 밖인 12%p나 차이났다.

'차기 대선 양자 가상 대결' 역시 한 전 대표에게는 처참했다. ▲이재명 50.0% 대 김문수 31.6% ▲이재명 50.3% 대 오세훈 23.5% ▲이재명 50.0% 대 홍준표 24.2% ▲이재명 49.7% 대 한동훈 20.3%로, 특히 이 대표와 한 전 대표의 양자 가상 대결에 두 사람의 격차는 29.4%p나 벌어졌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이 대표에게 가장 큰 격차로 밀렸다. 한 전 대표가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양자 대결에서도 전혀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 전 대표가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두 달 만에 복귀해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고 해도 본인 입장에서는 암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차기 대선 가상 양자대결 [리얼미터 제공]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대표를 하던 시절 한때 '정권의 황태자'라고 불릴 정도였으며, 지난해 6월만 해도 차기 대통령감 선호도에서 이 대표에 이어 2위를 하기도 했다. 그랬던 한 전 대표가 최근 활동을 재개하며 저서를 발간하고, 조선일보 등 극우·수구 언론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주고 있음에도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겨우 '6.9%' 지지율을 받는 것은, 한 전 대표 입장에서 처참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검찰은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수사의 칼날을 돌리며 사실상 대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다. 그간 검찰은 야권의 무수한 요청에도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올려보내지 않고 창원지검에 묶어뒀다. 그러다가 12·3 내란 사태 이후에야 서울중앙지검으로 올려보냈다. 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검찰이 대선판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주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대납 의혹 등과 관련해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자, 오 시장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27~28일에는 창원까지 내려가서 명태균 씨에 대해 수사하며 오 시장뿐만 아니라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수사를 펼쳤다. 이번 주에도 미래한국연구소 관계자인 강혜경 씨와 김태열 씨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오 시장과 홍 시장에 대한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고 수사 방향을 확대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 청사에서 투자·출연기관 규제철폐 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2.13. 연합뉴스

그러나 검찰이 사실상 대놓고 한 전 대표의 경쟁자들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는 모양새인데도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혀 오르지 않고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검찰 정권' '검찰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윤 대통령에서 한 전 대표로 '바통'을 이어가도록 한 전 대표의 경쟁자들 수사를 지속할 거란 분석이 나오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이유는 한 전 대표에게 이미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졌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의 배신자 프레임의 직접적인 원인은 12·3 내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2월 4일 새벽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때부터 사실상 한 전 대표에게 '배신자'라는 프레임이 완성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한 대표를 위시한 이른바 '친한계'는 대통령 탄핵 소추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다만 한 전 대표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이 내란이라는 일회성 사건에서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 이미 누적된 사건들의 총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내란 이전에도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명품백 수수'를 사과해야 한다고 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나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친한계였던 김경율 변호사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지난해 총선부터 윤석열 극렬 지지층들은 한 전 대표의 배신설을 제기하며,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내란은 그들의 예상을 확인한(또는 확신하게 만든) 하나의 사건일 뿐이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5.3.3. 연합뉴스 [국민의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 전 대표의 배신자 프레임은 당 안팎에서 점차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는 지난 3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1시간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개인의 소신이 항상 있을 수 있지만, 집권당 대표가 소신이 지나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힘을 합쳐야 한다. 개인행동이 지나치면 상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라고도 밝혔다. 이어 "집권 여당 의원들이 소신을 내세워 개인행동을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것은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근혜 씨가 '소신이 지나치다'고 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한 말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한 전 대표가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출간한 것을 두고,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등은 '섣부르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한 전 대표가 이제 물러난 지 2개월이라 (복귀가) 섣부르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빨리 피는 꽃은 빨리 시들기 마련이라고 꾸준히 한 전 대표에게 말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은 한동훈 책임"이라며 "하든 말든 관여하지 않겠다. 대신 돌아오면 나한테 죽는다"고 말했다.

친윤계 인요한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도 원래 우리 당의 정말 소중한 자산이나, (대표직에서) 떠날 때 좀 아름답지 못했다"며 "지금 입장에서는 좀 타이밍이 시기적으로 굉장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친윤계와 국민의힘이 입을 모아 한 전 대표의 복귀를 비판한 것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일 대덕특구 연구소가 밀집된 대전 유성을 선거구를 찾아 이상민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그는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삭감으로 상처받은 주민들에게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2024.4.1. 연합뉴스

이런 상황은 과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연상케한다. 유 전 의원은 첫 당·정·청 회의에서부터 쓴소리를 쏟아낸 인물이었다. 이에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하면서 평생 '배신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대통령이 노골적인 비판을 하자, 압박을 느끼던 유 전 의원은 결국 2015년 7월 8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156일 만의 일이었다.

한 전 대표가 검찰과 수구언론 도움에도 하위권에서 허둥대면서, 유 전 의원이 겪었던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을 거쳐 결국 국민의힘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과거 '배신자' 프레임에 발목잡히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 전 대표에게도 유 전 의원과 비슷한 선택지가 주어질 가능성이 보인다. 그러나 한 전 대표가 배신자 프레임을 탈출할 묘수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헌정질서 파괴 세력, 내란동조 세력, 폭동 세력에게 붙어서 결국 중도와 거리를 두는 극우·수구 정치인으로 쪼그라들 것이냐, 배신자라는 욕을 먹더라도 헌정질서를 옹호하고 윤 대통령과 확실하게 선을 그을 것이냐 하는 아주 기본적인 두 가지 질문부터 한 전 대표는 답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 발도 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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