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위한 광화문광장, 자기 것 만들려는 오세훈 시장

시민 소통의 장소를 정치적 목적으로 훼손하지 말라

2025-02-26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

광화문광장을 활용한 국가상징물 조성을 둘러싼 논란은 24년 4월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국민의힘 김형재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하 ‘광장 사용 조례안’)을 발의했고 찬성자로 같은 당 소속 시의원 39명이 이름을 올렸다. 제안 요지는 ‘시민들의 애국심 함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광화문광장에 게양대를 설치하고 국기를 연중 게양한다’는 내용이었다. 2015년 국가보훈처에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광화문광장에 국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는 방안이 무산된 이후, 약 10년 만에 시대를 역행하는 조례안이 발의된 것이다.

결국 ‘광장 사용 조례안’은 24년 5월 3일에 있었던 제32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그에 따라 서울시는 ‘태극기 게양 100m 높이 대형 조형물’과 ‘꺼지지 않는 불꽃’ 설치 계획을 24년 6월 25일에 발표했다. 발표 이후 여러 반대의견과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설문을 한 달여(24.7.15.~24.8.15.) 실시했다. 이후 24년 8월 20일 국가상징공간 조성 기자설명회를 통해 의견수렴 결과와 함께 추진 방향을 발표했는데, 접수된 의견 522건 중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308건(59%), 반대는 210건(40%), 기타 4건이었다. 국가상징공간에 적합한 상징물로는 태극기 215건, 무궁화 11건, 나라문장 및 국새 각 2건, 애국가 1건 등이 꼽혔다고 밝혔다.

 

광화문 태극기 게양대 조감도

그로부터 약 6개월 뒤인 25년 2월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태극기 게양대’ 대체 조형물로 6·25전쟁 참전국의 공을 기리는 조형물인 ‘감사의 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비민주적 형식적 과정 거쳐 ‘감사의 정원’ 밀어부쳐

2015년에 있었던 광화문광장의 국기게양 논란 이후, 현재 시점에 ‘국가상징물’이란 단어가 누구에 의해 왜 다시 등장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시민들의 정치적 행위가 집합적으로 표출되는 공간이자 시민성이 표출되는 공간인 ‘광장’을 통제하는 문제이고, ‘국가상징’이라는 기호가 지니는 국가주의와 전체주의를 통해 시민들을 국가 권력에 충성하게 만들려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공간인 광장을 지금 누가 지배하고 통제하려 하는지의 문제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24년에 실시한 설문은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됐다.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찬성 및 반대 –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한다면 적합한 상징물은 무엇인지’ 묻는 말 자체가 조성을 전제하고 있다. 조성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광화문광장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다양한 시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공공행정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치밀한 숙의 과정을 제시해야 함에도 오세훈 시장은 본인의 제안과 부합하는 의견만을 중점에 두고 편향적으로 사안을 결정했고 그 결과가 ‘감사의 정원’인 셈이다. 이는 결단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세훈 시장의 중점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알리바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과정이다.

특정 상징조형물 조성은 ‘보훈’이 아니라 치적쌓기 목적 아닌가

광화문광장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중첩되고 교차하는 곳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이기에 특정한 기억을 집약하여 강제하는 공간이 아니라, 광장 자체로 비어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개방된 공간이어야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 세대와 이념을 관통하여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6ᐧ25전쟁 참전국의 공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을 건립한다는 것은 광화문광장의 가치에 비춰 볼 때 꼭 필요한 조형물이라 할 수 없다. 이미 존재하는 기념관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었을 텐데 서울의 가장 중심부에 특정한 방식으로 상징조형물을 조성하는 것은, 현재 서울시장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치적쌓기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감사의 정원’ 조성 계획 발표

 

6ᐧ25전쟁은 수많은 국가가 참전하여 국제전 성격 또한 존재한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또한 ‘보훈’에 대해서도, ‘보훈’의 주요한 세 가지 가치인 ‘독립, 호국, 민주’ 사이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사회 전반적인 공론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자주독립, 국가 수호와 안전보장,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가치들이 과거-현재-미래를 포함하는 차원에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재조명되어 ‘보훈’의 개념을 다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대적 환경 속 서로 다른 상황에서 중요시되었던 가치들을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더욱 유연하고 포용적인 ‘보훈’의 개념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광장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두어야 한다

광장은 정치적 소통의 마당으로써 시민들의 민주적 정치참여의 무대다. 특히나 광화문광장은 한국 사회에서 시민들의 의지가 가장 잘 스며들어있는 공간이자, 정치적-사회적-문화적 현상이나 문제들을 등장시키고 논의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키며 민주주의의 성취와 가치를 재확인했고, 애도와 추모 등의 공통 경험과 집단적 기억을 축적하며 교류와 공감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따라서 광장은 권력의 독점물일 수 없으며, 정치인·공무원의 전유물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적 공간·사유물로 쓰여서는 안 된다. 광화문광장은 소통의 공간, 열린 공간,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화합의 공간으로 시민들이 언제든지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행위, 자발적 참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광화문광장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광장이라는 공간이 누구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고 그러한 공간에서 함께 모여 공공의 일을 논의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징공간 조성 계획은, 행정 권력이 광장을 독점하는 행태임을 분명하게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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