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시민 길러낼 ‘시민교육’ 힘찬 첫발 내딛다

‘한국시민교육 교원노동조합’ 창립대회

초대 위원장 정유진 선생님 등 임원진 구성

“교사·학생·학부모 서로 존중하는 학교 지향”

민주주의자 양성 위해 공교육 과정 반영해야

2025-02-18     하성환 시민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가운데 22개 나라가 학교에서 시민교육을 합니다. 스웨덴, 핀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 등이 대표 사례입니다. 독일은 시민교육의 역사가 50년을 훨씬 넘고, 가장 짧은 영국도 20년입니다. 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국가 차원에서 인지하고, 시민교육 정책을 제도화한 것은 독일 사민당, 프랑스 사회당, 영국 노동당 등 중도좌파 정당이 집권했을 때입니다. 스웨덴도 극우 세력의 준동을 막고자 2018년 기존 사회 교과를 ‘시민성’(Civics) 교과로 바꿔 시민교육을 강화했습니다. 용접공 출신의 노동운동가 스테판 뢰벤 사민당 총리가 집권했을 때 일입니다.

그럼에도 21세기에 스웨덴은 극우 정당 '스웨덴 민주당'이 제2당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이민자 정책의 부작용으로 복지와 치안이 불안해진 상황을 배경으로 극우 정치세력의 두터운 지지를 받으며 집권을 넘보고 있습니다. 유럽 사회에서 '스웨덴 민주당'도 그렇고 독일 '대안당' 등 2010년을 전후로 극우 정당의 준동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른바 '이대남' 현상입니다. 2022년 대선에서 18~29세 남성의 58.7%가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습니다. 반면에 20대 이하 여성들 58%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습니다. 세대 내 현실 인식의 극명한 차이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탄핵 찬성과 반대에서도 그대로 재연됐습니다.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2030 응원봉 세대의 다수는 여성들입니다. 수십만 명이 운집한 지난해 12월 7일 여의도 탄핵 집회 참가자 중 2030 여성이 29.7%로 1/3에 육박했던 현상은 이를 방증합니다. 반면에 탄핵 반대 집회엔 2030 남성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고, 특히 1·19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 당시 절반 이상이 2030 남성들이었습니다.

오는 봄날 응원봉 시민 혁명으로 세울 민주 정부 4기는 시민교육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전 국민이 밤잠을 설치며 목격한 12·3 비상계엄 해제 과정에는 적극적 시민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있었습니다. 반면, 탄핵 반대 집회를 보면서 높은 시민성을 간직한 민주 시민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깨닫습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원동력은 ‘학교 밖 시민교육’입니다. 참여연대, 인권연대, 정대협(오늘날 정의연) 등 한국 사회 대표 비정부기구(NGO)가 꾸준히 실천한 시민교육, 노동조합의 조합원 교육, 그리고 역사적인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서 시민의식이 형성되고 민주주의가 성장했습니다.

 

2025년 2월 15일 성숙한 민주시민 양성, 교사의 정치기본권 획득, 시민교과 탄생을 지향하는 학교시민교육노조의 창립대회 기념 단체 사진(출처 : 하성환)

이제는 학교 공교육을 통해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는 시민교육을 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는 바야흐로 교육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 15일 사회 대전환을 꿈꾸는 좋은세상연구소에서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약칭 학교시민교육노조) 창립대회가 열렸습니다. 40대 초반 두 아이 엄마인 현직 교사 정유진 선생님이(수원정보과학고 사회 교사) 초대 위원장으로 추대됐습니다. 같은 40대 초반 세 아이 엄마인 정유숙 선생님(세종시 바른초등학교 교사)이 수석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정유진 초대 위원장은 “학교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서로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 역할을 학습할 수 있는 근로 조건을 확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유숙 수석부위원장은 학교시민교육노조가 가장 중시해야 할 당면 사업 과제를 제시하면서 “더 넓고 더 깊은 시민교육을 ‘교육의 중핵’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우리 노조의 목적이자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원태 선생님(전 모락고 사회 교사)은 북서유럽처럼 ‘시민’ 교과를 만들어 가르치고 평가하는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습니다.

 

2월 15일 열린 학교시민교육노조 창립대회에 참석한 전현직 조합원 교원들. (출처 : 신남호 선생님 제공)

창립대회에서 감표위원으로 봉사한 이은주 선생님(성심여중 음악 교사)은 “교육의 목표는 성숙한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활동이기에 도덕, 사회 교과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에서 시민교육 내용 요소를 가르쳐야 한다”며 “시험을 위해 지식을 암기하도록 가르치기보다 각 교과의 내용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교육자로서 열정을 토로했습니다. 이 선생님은 “음악 수업을 통해 ‘평등’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인간의 존엄과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다"며 "뮤지컬 레미제라블이나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의 내용으로 질문하고 생각하며 토론하고 글쓰기로 자신을 표현하며 마음을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감상하는 음악 수업을 학교 현장에서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살아있는 시민교육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준 이 선생님에게 조합원들은 모두 뜨거운 박수로 응원했습니다.

모쪼록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시민교육이 절실한 시대, 새로 출범한 학교시민교육노조가 교육 대전환의 꿈을 이루어 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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