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극우 폭력…인권위 난동자들을 처벌하라
서부지법 폭동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물리적 충돌 크지 않아도 법치 훼손 같아
엄벌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폭동 이어져
폭력적 불법을 방치하는 민주주의는 없다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윤석열 지지자들과 인권위 직원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인권위의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관련 안건 상정을 앞두고 윤의 지지자들이 회의장 난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 별 일 아닌 것처럼 말할 일이 아니다. 인권을 지키라고 설치한 국가기구가 오히려 궤변으로 폭군을 옹호하는 세계사적 모욕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폭군의 극렬 지지자들이 인권위 직원과 취재기자의 업무를 방해하고 게다가 폭력적 협박까지 자행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유약한 민주주의는 이들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인권위 난동자들에게 형법상 적용할 수 있는 죄목은 많다. 우선 분명한 게 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형법 314조). 또한 인권위 직원들에 대한 행패는 공무방해에 관한 죄(제136-137조)로 가중처벌해야 마땅하다.
특히 회의장으로 가려는 취재진에게 특정 구호를 외치도록 한 행위는 강요죄에 해당한다(제324조).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같은 죄를 범한 경우 처벌한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당연히 주거침입죄도 성립한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였으니 가중하여 특수주거침입으로 다스려야 한다(제319-320조).
외국원수에 대하여 모욕을 가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해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 체재하는 경우(제107조)만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교에 관한 죄는 적용하기 어렵다. 향후 중국 정부에서 외교적 문제를 삼을 경우 발생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손해와 관련하여 인권위 난동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문제만 남는다. 김정은은 대한민국 법상 외국원수도 아니므로 국교에 관한 죄도 적용될 여지가 없다.
유약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폭력적 언행 엄단해야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의 엄정한 운영을 통해 유지할 수 있다. 인권위원회를 점거하고 물리적 실력 행사를 벌인 극우 패거리의 행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단순한 정치적 갈등의 표출로 보는 순간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욱 더 위험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번 인권위 난동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불법 행위이며, 강력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서부지방법원 폭동과 비교하며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고 착각한다. 서부지법 폭동은 명백한 폭력이었고, 이번 인권위 점거는 물리적 충돌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둘 다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민주적 절차를 방해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극우 패거리들은 교묘하게 유약한 민주주의의 헛점을 파고들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동을 정당화하려 한다. 법으로 다스려지지 않으면 제2, 제3의 인권위 난동이 발생하게 된다. 서부지법 폭력은 폭력적 언행 수준의 불법을 제대로 엄단하지 못해 발생한 직접적 폭력행사가 아니라고 누가 확언할 수 있는가? 명백히 불법인데도 검찰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편파적인 선별 기소를 통해 권력의 앞잡이로 전락한 지 오래인 검찰이 나서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가?
처벌되지 않은 극우 패거리의 폭력은 반복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 앞에서 ‘폭식투쟁’이라는 망동을 저지르고도 단죄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유가족들의 단식농성 맞서 벌인 폭식투쟁에 대해서도 모욕죄, 신용훼손죄,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 등 적용할 수 있는 형법 조문은 충분히 있다. 그런데도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유약한 민주주의는 그들을 방치했다. 당시 극우 패거리는 희생자 유가족의 목소리를 조롱하며 오히려 피해자를 공격했다. 법의 틈새를 적극 악용했다. 법적 대응이 미흡하자 극렬한 폭력적 ‘표현’은 오늘날 더욱 대담해졌다. 이번 인권위 난동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며, 법치가 무너지면 민주주의 역시 위태로워진다. 민주주의 원칙을 악용한 폭력 점거와 불법 행위를 방치하면, 공적 기관과 시민 사회는 점점 위축되고, 정상적인 의사 결정 과정은 마비된다. 12.3 비상계엄 이후 아직도 종결되지 않고 있는 내란 사태가 극우 패거리의 작은 불법이라도 엄단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유약한 민주주의의 틈을 악용하는 세력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 어떤 민주주의 원칙도 민주주의 자체를 공격하는 극우 패거리가 법 위에 군림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자체를 위협하는 불법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법치는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그 숭고한 이름을 악용하는 자들에게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고려나 관용이 아니라 엄정한 법치의 확립과 민주주의의 수호다. 민주주의가 유약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자체를 위협하는 불법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단호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