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머스크 퇴출' 시위…"내 돈 손대지 마, 파시스트야!"
재무부 결제시스템 접근권 장악에 반발
"신상 염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해"
"데이터 도둑질 막아 달라" 제소
대규모 부자 감세 위한 '성동격서'
"모든 조직이 머스크 처분에 달려"
"내 돈에 손대지 마, 너 파시스트야!" "머스크를 추방하라" "공무원들 아닌, 일론 머스크를 해고하라".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 청사 앞에서 진행된 항의 집회에서 몇몇 참석자들이 들고 있던 손팻말에 적힌 글귀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를 성토하고 그의 퇴출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재무부 청사 앞서
머스크 퇴출 요구 대규모 항의 시위
5일 미국 좌파 매체 '피플스 월드'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세계 1위 부자'인 머스크와 그의 측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허가를 받고 연간 6조 달러(약 8700조 원) 규모의 미국 연방 예산 지출을 통제하는 재무부 결제시스템 접근권을 손에 넣은 데 반발해 4일 수천 명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였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 재무부 결제시스템에는 연방정부로부터 연금이나 세금 환급, 급여 등과 같은 미국인 수천만 명의 금융 정보와 함께, 정부 공무원들의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SSN), 집 주소, 급여 등급, 근속 기간 등 방대한 개인 정보가 담겨 있다. 이런 개인 정보의 민감성 때문에 지금까지는 재무부 결제시스템 접근권은 매우 엄격하게 통제해왔다.
그러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1월 31일 머스크 등에게 해당 권한을 부여해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이다. 20명 정도로 알려진 머스크팀에는 실리콘밸리 기업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의 톰 크라우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는 노동가족당과 여러 진보적 단체들이 주도했다. 참석자들은 "쿠데타를 멈춰라!"라거나 "누구의 돈? 우리의 돈!"이란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 연설자는 "소수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강조했으며, 트럼프와 머스크를 겨냥한 듯 "그를 감옥에!"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워런 등 민주 의원 항의 집회 동참
"신상 염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해"
피플스 월드는 "이 나라의 누구도 머스크와 20명 남짓한 테크 독재자들이 트럼프의 승인 아래 자신의 신상을 염탐하는 데서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머스크와 DOGE팀은 "뭘 봤는지, 뭘 찾는지, 또는 당신의 데이터를 확보한 다음에 어떻게 활용할지, 당신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설상가상으로 다음에 머스크가 장악할 계획을 세운 곳이 노동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청사들 쪽으로 향한 시위대는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기관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장악해 연방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수고 자신의 배를 채우는 데 활용하도록 머스크 팀에게 "무제한의 재량"을 주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도 집회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 코네티컷) 발언을 통해 최근 '트럼프 쿠데타'의 하나로 머스크가 모두의 데이터와 돈을 장악하는 걸 중단시켜야 한다면서 "민주주의 파괴를 막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몇 년, 몇 달이 아니고, 단지 며칠뿐이다"라고 말했다.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민주, 캘리포니아)은 "우리는 머스크에게 누구도 너 같은 녀석을 선출한 적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참석자는 DOGE를 'Dangerous Oligarchs Grab Everything(위험한 소수가 모든 걸 장악한다)'는 것으로 의미를 바꿔 비난하기도 했다.
항의 움직임이 워싱턴D.C. 재무부 청사 앞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날 전미서비스노조(SEIU)와 미국공무원연맹(AFGE), 그리고 미국은퇴자연맹(ARA) 소속 멤버들은 보스턴지방법원으로 행진해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팀의 직권 남용을 설명하고 즉각적인 중단 명령을 촉구하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항의 시위 이어 보스턴 법원에 제소
"데이터 도둑질 신속히 막아 달라"
이들 단체는 소장에서 "연방법들은 민감한 개인 및 금융 정보를 부적절한 공개나 남용으로부터 보호한다.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아닌 개인들에게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무부 장관은 이런 제한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규모는 엄청나고 유례가 없다. 수백만 명이 연방정부와의 금융 거래를 피할 수 없고, 그래서 민감한 개인 및 금융 정보가 정부 기록에 남는 걸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DOGE 관련 개인들에게 시간을 정하지 않은 채 그런 정보에 완전하고 지속적인 접근을 허용하는 건 은퇴자, 납세자, 연방공무원, 기업, 그리고 각계각층의 다른 개인들이 연방법의 보호를 받을 거란 보장이 없다는 걸 뜻한다"라고 비판했다.
리처드 피에스타 ARA 위원장은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DOGE 스태프에게 법을 어기고 미국 노인 수백만 명의 민감한 개인 및 금융 데이터에 접근하는 걸 허용한 것에 분노하고 놀랐다"면서 "노인들은 이미 사기에 가장 취약한 미국인이다...법원이 우리 데이터에 대한 이런 불법적 도둑질을 중단하도록 신속히 행동하길 법원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클래런스 켈리 AFGE 위원장도 "트럼프 행정부가 선출되지 않은 억만장자들과 그들의 졸개들에게 미국인들의 개인 및 금융 정보에 대한 무제한 접근을 허용해 수치스럽다. 우리 모두 미국 시민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런 침해를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부자 감세 위한 '성동격서' 전술
"모든 조직 이제 머스크 처분에 달려"
에이프릴 버렛 SEIU 위원장은 이번 평지풍파를 일으킨 트럼프와 머스크의 '또 다른 동기'에 주목했다. 이들이 미국 시민의 '데이터 장악'이란 소동을 일으켜 모든 사람의 시선을 붙잡아 두고 억만장자들과 기업가 계층에게 추가적인 대규모 세금 감면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성동격서 전술이라는 얘기다. 버렛은 "트럼프는 후보자일 때는 노동 계층을 대변한다고 주장했지만, 노동자들 앞에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들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버렛은 "머스크와 몇 줌의 친구들은 이제 그 (재무부 결제) 시스템에 있는 여러분의 개인 및 금융 정보에 완벽히 접근한다...머스크는 이제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모든 정보를 빨아들일 권력을 지녔다"며 "이제 돈을 불릴지 정치권력을 불릴지는 모두 머스크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교량 건설 프로젝트에 연방 예산을 쓰는 주정부로부터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동네 어린이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이 이제 일론 머스크의 처분에 달렸다"면서 "한 사람이 돈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젠 현실이다"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