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4.3조 그쳐 어닝쇼크…"아직 바닥 아냐"
연 매출 300조원 역대 최대 실적 불구
분기 영업이익 전년 동기보다 70% 감소
인플레·금리 영향 시장전망치 크게 미달
올 2분기엔 반도체 부문 적자 전환 예상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간 매출액 301조 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4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수요 감소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7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부문의 4분기 실적충격(어닝쇼크)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6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4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3조 8000억 원)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분기(10조 8000억 원)에 비해서도 60% 넘게 감소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지난 분기 영업이익은 한국투자증권(6조 9500억 원), 연합인포맥스(6조 2400억 원), NH투자증권(5조 8900억 원) 등 기관들의 전망치를 38~27%나 밑도는 수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 600억 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코로나 특수가 사라진 데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경기 침체가 지속돼 전자 완성품 소비와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전업계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4분기에 이런 실적을 낸 것은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반도체 주력인 메모리 사업의 경우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4분기 구매 수요가 크게 줄어 들었다. 또 재고 증가에 따라 메모리 가격 하락 폭도 당초 전망보다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특히 반도체 부진이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4분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을 1조 4000억 원대로 추산했다. 3분기보다 70% 넘게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실적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올해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은 2분기에 영업수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301조 7000억 원으로 전년(279조 6000억 원)보다 7.9% 증가했다. 삼성전자 연 매출이 3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덕분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0조 원으로 전년 동기(76조 5000억 원)보다 8.5%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4분기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에서는 어닝쇼크에 따른 실망 매물보다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히려 강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