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집행 임박…55경비단 “협조” 경호처 “매뉴얼대로”
공수처15일 5시 한남동 관저 진입 예측
입장 엇갈린 대통령실과 윤 법률대리인
대통령실 "최 권한대행 지휘에 따를 것"
법률대리인 "합의하고 발표한 내용 아냐"
경찰 '3차 작전 회의' 공수처 '3차 회동'
경호처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이르면 15일 오전 5시로 예측되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대통령경호처, 경찰, 공수처 등 관련 기관들의 움직임이 종일 분주하게 이뤄졌다. 다만 이 와중에도 대통령실은 극우수구세력 집결하고, 수사기관의 정당한 영장 집행에 여전히 반발하면서 우려를 자아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4일 오전 6시 10분부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2000자가 넘는 호소문을 발표하며 "자유 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무가 중지됐다 해도 여전히 국가 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정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에게 특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며 "사실을 호도하는 정파적 선동, 수사기관의 폭압으로, 자연인 윤석열의 입을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듭 "방어권 보장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보장돼야 하는 권리"라고 했다. 그는 "공수처와 경찰의 목적이 정말 수사인가 아니면 대통령 망신주기인가"라며, 경찰과 공수처의 정당한 영장 집행까지 폄훼했다.
정 비서실장은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를 두고 '대통령 망신주기'라고 주장했지만,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새벽부터 호소문을 낸 것은 윤 대통령 극렬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메시지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윤석열의 자기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발표해 내란수괴 피의자를 두둔하고 나섰지만, 대통령 변호인단은 대국민 호소문은 의논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 핵심 측근들 간에도 불협화음이 생긴 모습이다. 마치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는 대통령 경호처와 비슷한 양상이다.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대국민 호소문에 대해 "지금 상의 되거나 검토된 바가 없다"며 단칼에 선을 그었다. 윤 변호사는 정 실장이 제안한 '방문 조사'나 '제3의 장소' 주장에 대해서도 "검토한 것이나 상의 된 바가 없다" "정 실장이 충돌을 피하자는 마음에서 개인적으로 의견을 낸 것 같다"면서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했다.
윤 대통령 쪽 인사들이 새벽부터 호소문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체포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경찰도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한 3차 작전 회의를 열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및 서울·경기 남부·경기 북부·인천청 형사기동대장 등 광역수사단 지휘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모여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3차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차벽, 철조망 등으로 요새화가 이뤄진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히 집행 저지를 시도하는 경호처 직원과 경호처에 파견된 군경 등에 대한 진압, 관저 수색 및 윤 대통령 체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가 500명 안팎의 인원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찰에서는 형사 1000명 안팎을 대동하는 대규모 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작전 회의에서는 경호처와의 충돌을 최대한 방지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대통령실이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에 대해 반발하고, 경호처는 무력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유혈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수처 역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 관계자들은 이날 아침 여분의 옷 등이 담긴 쇼핑백을 든 채 출근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공수처는 이날 체포 집행을 계획하고 점검하는 한편,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앞두고 경찰, 공수처와 함께 3자 회동을 가지며 체포영장 집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총격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만 어떤 결론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대통령 경호처와의 3자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회동에서) 평화적인 영장 집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오갔고, 어떤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라며 "논의 내용이 집행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영장 집행 계획과 관련해서도 "전면 재검토하거나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경찰 측과의 집행계획 협의가 상당 부분 진전돼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 시점에서 영장 집행계획을 중단하거나 재검토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호처가 회동에서 입장을 밝힌 게 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평화적으로 영장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후 고출력 확성기와 액션 카메라인 고프로 충전기 및 여분 배터리, 액션캠 전용 셀카봉 등을 배송받아 구비하는 등 영장 집행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앞서 현장 소통과 채증, 상황 기록 등에 필요한 장비를 추가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에는 대통령 관저 외곽 경호를 담당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이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관저 출입을 허가하면서 한층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55경비단은 관저 울타리 경호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출입을 허가한 것은 수사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통령경호처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적인 집행'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경호처는 오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관저를 포함한 특정경비지구는 경호구역이자 국가보안시설, 국가중요시설,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출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책임자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며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기존 경호 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호 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한다는 것은 체포 영장 집행 시 무력을 사용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경찰과 공수처가 '평화적 영장 집행'을 강조했지만, '유혈 사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특히 대통령경호처 '김건희 라인'이자 '강경파 3인방' 중 한 명으로 알려진 김신 가족부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경찰 소환 요청을 받았지만 불응했다. 경찰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오전 10시까지 김 부장에게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부장은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 부장에게 다시 출석을 요구할 계획이다.
경찰은 김 부장을 비롯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경호처 간부 5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중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이진하 경호처 경비안전본부장은 조사에 응했으나, 나머지 강경파 3인방 중 2명인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은 출석 요구에 3차례씩 불응했다.
경찰은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향후 집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김 차장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작전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작전 초반에 김 차장에 대한 체포부터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기관간에 무력 사용으로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경호처 내 강경파 수뇌부를 조기에 분쇄하기 위해 김 차장에 대한 신속하게 구금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