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 떨어질 판에…최상목 '김밥 터지는 소리'
3대 신용평가사 “정치적 불안 장기화 우려”
최상목 “헌법·법률 시스템 정상 작동” 딴청
윤석열 체포·내란 특검에는 협조하지 않고
국제투자협력 대사 임명 같은 한가한 일만
한국은행·KDI도 “정치 불확실성 해소 시급”
12.3 내란 사태가 장기화하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탓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서 즉시 계엄이 해제되고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등 한국 민주주의가 빠른 회복력을 보이자 내란 사태 초기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의 기대와 달리 국민의힘을 비롯한 내란 동조 세력이 공공연하게 윤석열 체포와 탄핵을 방해하며 국내 정치적 불안과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그러자 신용평가사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아직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향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국가 신용도 강등을 막는 가장 빠르고 간단한 방법은 불확실성의 근원인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을 앞당기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키는 일이다. 이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정치적 불안과 불확실성이 장기화할수록 한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상목의 안이한 인식과 의도된 부작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말로는 대외 신뢰도를 높이겠다면서 그와 상반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과 시장이 요구하는 윤석열 체포와 특검 임명에는 협조하지 않고 한가한 일만 하며 ‘대통령 놀음’에 빠져 있는 것이다. 최 대행은 10일에도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와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를 만나 경제 외교 활동 계획을 논의했다고 기재부가 밝혔다. 두 대사는 외국인 투자 확대와 한국 경제 대외 신뢰도 제고를 위해 최 대행이 임명했다.
그의 안이한 인식과 동문서답식 행보는 지난 9일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들과 만났을 때도 드러났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날 최 대행은 무디스의 마리 디론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 피치의 제임스 롱스돈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 S&P 킴엥 탄 국가신용등급 아시아-태평양 총괄과 연이어 화상 면담을 하며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의 헌법과 법률 시스템이 정상 작동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이다. 경제 분야와 비경제 분야를 아울러 한국의 모든 국가 시스템은 관계부처 협의 하에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
하지만 3대 신용평가사의 시각은 최 대행과 달랐다. 예의상 한국 정부의 신속하고 투명한 소통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진짜 하고자 했던 뼈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현재로서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이것이 장기화하면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최 대행에게 가장 먼저 정치적 불확실성부터 제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사태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관련 지수가 보여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제불확실성지수(EPU Index)는 523.99까지 치솟았다. KDI가 이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을 반영한 지난해 11월 지수 246.41의 2배가 넘는다.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으로 직전 최고치를 찍었던 2019년 8월에도 EPU 지수는 300을 넘진 않았다.
KDI는 지난 8일 발간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도 국내 정치 상황이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경기 하방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내란 사태로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는 제한적이지만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어 향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KDI는 그 증거로 지난달 급락한 소비심리지수와 기업심리지수 등을 꼽았다.
한국은행 총재도 “정치적 리스크가 신용등급에 영향”
이창용 한은총재도 올해 신년사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 번 내려간 신용등급은 다시 올리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현재 3대 신용평가사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정치 불안을 빨리 해소하지 못하면 ‘부정적’으로 낮출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부정적 전망은 추후 실제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와 한국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가 높아져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린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국내 직접 투자도 감소할 확률이 높다. 정부가 올해 발행할 예정인 국채가 200조 원에 육박한다는 점에서도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치명적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최 대행의 인식과 행태가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로서는 시민의 힘으로 최 대행을 포함한 내란 동조 세력을 압박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종식시키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