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치인은 왜 전광훈을 찾는걸까?

또 전광훈이다

2024년 12월 29일 믿기 어려운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다.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착륙 도중 폭발했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재난의료지원팀을 투입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신속한 사고 대응에 나섰다.

이 와중에 전광훈 씨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는 무려 사고 당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방송을 통해 이번 참사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이 지금 좌파 문화, 주사파 문화, 북한 문화로 넘어갔다”며 이번 참사가 좌파 문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번 사고는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이라는 패륜적 발언까지 했다. 사고 발생 하루 만에 스스로를 ‘목사’라고 지칭하는 그가 이런 말을 내뱉은 것은 사탄조차 고개를 저을 만한 일이다.

왜 언론은 그의 목소리를 키우는가?

전광훈 씨의 발언을 대한민국 언론은 ‘논란’이라는 키워드로 보도했다. 미친 사람이 미친 소리를 한다고 치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은 왜 그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며 목소리를 키워주는 것일까? 설령 비판적 논조로 다뤘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보도하지 않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하지만 언론사로서는 전광훈 씨의 극언을 전달하는 것은 장사가 되는 보도다. 선정적인 보도는 뉴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는 클릭 수와 광고 수익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전광훈 씨의 발언은 ‘보도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며, 언론은 그의 발언을 자극적으로 확대 재생산한다. 결국, 전광훈 씨는 국가적 참사 앞에서도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발언을 쏟아내고, 이를 받아쓰는 언론의 콜라보는 혼돈의 2025년 대한민국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전광훈, 우리 공동체의 해악

전광훈 씨는 우리 공동체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인물이다. 그의 막말은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팬티)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
“15% 좌파 빨갱이가 100만 민란을 조직해 국민을 선동하고 정부를 전복하려고 한다.”
“세월호 사고 난 건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하더라. 추도식 한다고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야.”

그뿐 아니다.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나는 메시아 나라의 왕이다” 같은 신성모독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발언들로 인해 그는 2019년에 대한예수교장로회 교단에서 쫓겨나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전광훈은 여전히 극우적 발언을 이어가며 대중의 귀를 강제로 점유하고 있다.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 강제로 노출되며 살아가는 비극을 겪고 있다. 이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보수 정치와 전광훈의 공생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정신이 아득해지고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 더 큰 문제는 전광훈 씨 개인의 해악을 넘어, 대한민국 보수 정당이 상식의 선을 아득히 넘어있는 전광훈 씨와 거리낌 없이 손을 잡는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광훈 씨가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사죄하며 큰절까지 올렸다.

전광훈 씨와 손을 잡은 보수 정치인들은 수두룩하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진태 강원도지사 등은 그의 집회에 참석하거나 도움을 요청했다. 한때 보수 내부에서도 전광훈 씨와 결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흐지부지되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전광훈 씨를 손절하기 위한 내부적인 움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시 보수 정당은 전광훈 씨와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그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사이의 ‘믿음’이라는 접점

정치와 종교는 특정 지점에서 ‘믿음’이라는 공통된 특성을 공유한다. 정치는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설득하는 과정이지만, 현실 정치는 맹목적 믿음으로 작동할 때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논란에서 바이든으로 들었는지, 날리면으로 들었는지가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진영 논리에 따라 청력 또한 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이는 정치적 신념과 종교적 신념이 비슷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누군가에게 이재명은 전과 4범의 더러운 범죄자이고, 조국은 딸의 입시 비리를 저지른 내로남불의 화신이다. 민주당은 반국가 세력이며, 국권침탈세력이고 북한에 나라를 통째로 넘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신앙처럼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을 대화로 설득할 수 있는가? 예수님이 부활하고, 물로 포도주를 만들고, 호수 위를 걸었다고 믿는 사람들과 그걸 믿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설득과 타협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처럼 이런 측면에서 정치와 종교는 서로 닮은 측면이 있다.

종교인들의 강한 결집력이라는 '유혹'

종교가 가진 강력한 결집력과 동원력 또한 정치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자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결은 곧 권력이다. 많은 지지자를 확보하는 것이 정치인의 생존 조건이다. 전광훈 씨의 한마디에 동원되는 대규모 인파는 정치인들에게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래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들은 선거 운동을 하면 반드시 지역구에 있는 교회,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을 방문한다. 필수 코스다. 그들의 마음을 사서 선거 당일 자신을 찍어줄거라는 기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최소한 이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종교인들의 일가 친척 가족까지 하면, 지역내에 종교인들은 후보자들에게 너무나 큰 ‘조직표’가 된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는 조직의 결집력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원들을 대상으로하는 내부 경선은 본선거보다 선거인단의 수가 적다. 따라서 종교인들이 조직적으로 경선에 참여하고 선동하면 여론을 왜곡하고 나아가 공천 결과까지 바꿀 수 있다. 정치인에게 자신의 공천 결과는 하늘과 땅, 천국과 지옥 차이다. 그렇다보니 정치적 생존을 위해 종교인들의 강한 결집력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인들은 종교인들의 유혹에 너무나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 정치가 전광훈과 결별하지 못하는 이유

대중적 뿌리가 취약한 보수 정치인들에게 종교는 필수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보수 정치인들은 재벌, 엘리트, 수구 세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아 대중적 지지 기반이 약하다. 그들에게는 종교의 강한 조직력이 정치적 공백을 메우는 도구로 작동한다. 무대에서 전광훈과 함께 하는 발언은 정치인 개인의 발언보다 더 많이 보도된다. 즉, 전광훈 곁에서 스피커 파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보수 정치인의 눈에는 노무현의 노사모, 문재인의 친문, 이재명의 개딸 같은 자발적 팬덤이 부럽기만 할 것이다. 그들은 이런 대중적 지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폄훼하지만, 역설적으로 종교적 조직력에 의존한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정치인을 지지하는 수많은 대중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세계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마치 김흥국이 돈 안 받고 집회에 나간다는 말을 이해 못하는 것처럼.

정치와 종교의 결합은 양측에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대중에게는 해악을 끼친다. 특히 보수 정치에서 전광훈 씨 같은 인물은 그들의 대중적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 신뢰를 갉아먹는 선택일 뿐이다. 보수 정당이 전광훈 씨와 결별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퇴행은 계속될 것이다. 근데 결별하지 못할 거 같다. 국민의힘이 이땅에서 사라져야 하는 이유가 추가됐다. 

윤상현, 윤석열과 운명공동체로 여겨 계엄 동조

윤상현이 최근에 최전방에서 윤석열 탄핵을 막아서고 계엄에 찬성하고 내란에 동조하는 이유는 윤석열과 운명공동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22년 3월 중순쯤 녹음된 것으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임명 관련 청탁을 암시하는 명태균 녹취가 공개됐다.

그러니까 윤석열, 김건희의 몰락은 명태균과 윤상현의 관계도 세상에 드러난다고 봐야 한다. 2022년 5월 9일, 윤석열의 육성으로 “김영선이 해줘라”라고 말한 녹취 파일이 명태균이 검찰에 제출한 휴대전화에서 모두 확보되었다. 명태균은 해당 내용에 대해 윤석열과의 통화 직후 김건희 여사와 통화했다고 증언했다. 김건희 여사는 “선생님, 윤상현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 오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녹음 또한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태균에 대한 수사의 칼끝은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을 향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