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기사는 의문문 "실권 잃은 윤, 왜 체포 못하나?"

'버팀목' 박종준·최상목·우익세력 거론

경호처, 적법한 체포영장 무력 저지

"최상목 대행, 물러나라 지시했어야"

한국 정치,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

2025-01-04     이유 에디터

"탄핵 소추된 한국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왜 그토록 힘든가?" 영국 BBC는 3일 한국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윤석열 체포에 나섰다가 한남동 대통령관저에서 경호처 요원들과 장시간 대치하다가 '철수'한 사실을 전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탄핵 지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2025.1.3 연합뉴스

"윤석열 체포는 왜 그토록 힘든가"

'버팀목'은 박종준·최상목·우익세력

BBC는 기사에서 이날 아침부터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진행됐던 윤석열 체포 반대 집회를 소개한 뒤 "그 우익 지도자에겐 여전히 강한 지지 기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BBC의 질문은 따로 있다. 윤석열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됐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직 파면 여부 결정을 기다리는 "이제 실권을 잃은 지도자"인데도, 무슨 연유로 한국 수사당국이 적법한 영장들을 갖고도 그를 체포하지 못하느냐는 게 질문의 초점이다.

먼저 대통령경호처와 박종준 경호처장의 역할에 주목했다. BBC는 "윤석열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이후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권한을 빼앗겼을지라도 그는 여전히 경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3일 체포를 저지하는 데 그 사람들이 핵심 역할을 했다"라고 보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대통령 경호처 인원들이 철문 앞을 차량으로 막고 있다. 2025.1.3

경호처, 적법한 체포영장 무력 저지

"최상목 대행, 물러나라 지시했어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가 강력하게 저지하고 나선 배경을 두고 메이슨 리치 한국 외대 부교수는 BBC에 두 가지 가능성을 거론했다. 경호처가 윤석열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에서"였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법적, 헌법적 역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리치 부교수가 보기에, 대통령으로서 윤석열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경호처는 최상목 권한대행으로부터 지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3일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것을 보면 경호처가 "최 대행에게서 물러나라는 지시를 못 받았거나, 아니면 물러나라는 최 대행의 지시를 거부하고 있다"라는 게 그의 견해다.

BBC는 "몇몇 전문가는 경호처 요원들이 대통령실 자체보다 윤석열에 무조건 충성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윤석열이 지난해 9월 박종준을 경호처장에 임명한 점을 주목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임 경호처장이 12·3 계엄령 선포를 윤석열에게 조언한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돼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를 두고 미국 변호사이자 한국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주민 리는 "윤석열이 바로 이런 사태에 대비해 경호처에 강성 충성파들을 심어 놓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5.1.3 연합뉴스

"실권 잃었는데 왜 못 체포?" 의문

"최상목 지시, 가장 간단한 해결책"

체포 및 수색 영장 기한인 6일까지 공수처가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물리적 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경호처 요원들 역시 무장하고 있어서 '충돌 위험성'이 있는 만큼 경호처 요원들을 체포하는 것도 추가적 상황 악화를 막는 방법이란 견해도 있다. 그러나 리 변호사는 "경찰이 경호처 요원을 체포하고자 추가적 영장을 지니고 나타나고, (경호처는) 그 영장들을 역시 거부한 다음 총기를 휘두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리 변호사가 보는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때 최상목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물러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리 변호사는 "최 대행이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국회의 탄핵 사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입건한 상태다. 이들은 출석요구에 불응했으며, 4일 경찰 특별수사단은 각각 7일과 8일 출석하라는 2차 요구서를 발송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개최한 5차 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4 연합뉴스

BBC "윤석열 책임 두고 의견 갈려

한국 정치,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

BBC는 "이런 정치적 교착 상태는 또한 윤석열과 그의 계엄령 선포 결정을 지지하는 세력과 그것을 반대하는 세력 사이에 존재하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반영한다"라 풀이했다.

신미국안보센터의 김두연 선임연구원이 보기에 한국인 절대다수는 계엄령 선포는 잘못됐고 윤석열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는 이견이 있다. 김 연구원은 "관련된 행위자들은 과정과 절차, 그리고 그 법적 근거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고, 이것이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BBC는 "그 불확실성은 또한 3일 윤석열의 대통령관저 안팎에서 전개된 것과 같은 긴장된 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선 그의 지지자들이 며칠간 진을 지치고 있었으며, 격렬한 발언과 심지어 경찰과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현재 미지의 영역으로 얼마나 멀리 진입했는지를 감안할 때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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