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 성장률 1.8% 전망…1분기 지켜봐야겠지만"

대외 신인도 추락 계속 땐 마이너스 성장 우려

기재부 "과거 탄핵 등 경제 영향 제한적“ 강변

노무현·박근혜 사례 내란 사태와 어거지 비교

1분기 전망 못하고 "추후 경기보강방안 강구”

정부 스스로 위기 관리 능력 없음 시인하는 꼴

2025-01-02     유상규 에디터

정부 스스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잠재성장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번 정부 전망치는 최근 비상계엄 내란 사태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어서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통령 탄핵과 내란죄 처벌의 상황 진전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성장까지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새해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1분기 경제 상황을 살펴서 추가 경기보강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줄곧 부인해 오던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포함할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이다. 정부가 불과 2~3개월 뒤 경기 결과를 재점검하겠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얼마나 크고 정부의 경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땅에 떨어진 대외 신인도를 회복할 대응책을 내놓기는커녕 정부 스스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꼴이다.

 

마이너스 성장(PG) 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8%로 전망했다. 지난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내놓았던 전망치(2.2%)를 6개월 만에 0.4%p나 낮춘 것이다. 한은 추정한 잠재성장률 2%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기재부가 이날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연말까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제시한 전망치보다도 낮다. 지난해 12월 올해 한국 성장률을 한은은 1.9%,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2.0%와 2.1%로 전망했다. 이보다 한 달 먼저인 11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KIF) 등이 모두 2.0%를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4.9%)과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0.7%)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성장률이 1%대 이하였던 해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와 부자감세 등 억지 정책이 본격화 됐던 2023년(1.4%) 두 해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2년 여 만에 두 차례나 연간 성장률 1%대를 기록하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주요 기관 2025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비교

기재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으로 우리나라 주력업종들의 경쟁 심화, 미국 트럼프 새정부의 통상정책에 따라 수출 둔화, 건설투자 부진 지속 등을 꼽았다. 하지만 기재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내란 사태의 영향을 이번 전망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김범석 1차관은 설명회에서 "과거 사례들을 볼 때, 계엄·탄핵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관리된다는 전제에서 전망했다"고 밝혔다.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이유다.

기재부의 이런 태도는 과거 두 대통령의 사례와 비상계엄 선포 등 내란 사태를 같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 시장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신속하고 명쾌한 해결이 없으면 언제든지 한국은 떠날 태세다. 따라서 대외 신인도를 회복한 확실한 대책이 없으면 올해 성장률은 얼마나 더 떨어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계에서는 탄핵 및 내란 사범에 대한 사법처리가 미진하거나 지연될 경우 성장률이 1%를 밑돌거나 아예 마이넌스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1.2. 연합뉴스

정부 스스로도 올해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금융·외환시장에 대해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국내 정치상황 등으로 최근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2025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2025년은 어느 때보다 확대된 대내외 불확실성이 성장경로, 금융·외환시장과 민생여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대외 신인도와 경기 회복을 위해 가용재원을 총동원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1분기 경제 상황을 재점검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경기보강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추경 편성까지도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1분기 전망을 유보하고 경제 여건을 다시 살피겠다는 것은 불과 3개월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에 대해 정부 스스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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