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속 뒤집는 '기자회견'…김용현 쪽 본격 여론전

윤석열 대국민담화와 '복사본' 수준

석동현·전광훈 손잡고 "중요한 건 국민 여론"

윤석열도 SNS '대국민 메시지' 발표할 듯

안철수 "대통령은 피의자, 변호인 통해야 해"

2024-12-26     김민주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인 유승수(오른쪽), 이하상 변호사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26. 연합뉴스

김용현 변호인단이 밝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입장은 '대통령 윤석열의 대국민담화'를 그대로 읊는 수준이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국민들 속을 발칵 뒤집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선 이런 행동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란 범죄 행위'를 덮기 위한 여론전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26일 오전 10시 30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은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 유승수 변호사는 "계엄은 일반적으로 국민에 대한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데, 김 전 장관이 작성한 초안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국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함'이라는 목적대로 계엄은 일반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 삭제 지시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이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국회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선포됐고, 비상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규정된 권한인 만큼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탄핵 발의와 예산 폐지 등 국회를 이용한 '정치 패악질'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다"며 "또 선거관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는 종북 주사파를 정리해 자유대한민국을 미래세대에 물려주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적법하고 정당한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될 수 없다"며 "전면적·실효적 계엄을 이루고자 했다면 병력을 사전 투입하고 국회 경내 진입을 완전히 통제해 새벽에 계엄을 선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실제로 국회와 선관위로 나눠 최소한의 병력만 투입했고, 실탄을 개인별로 지급하거나 휴대하게 하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수사와 탄핵심판을 받게 된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에 참여한 석동현 변호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4.12.19.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대통령의 '12·12 대국민담화'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수준이다. 12·3 내란 사태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란 것과 '야당이 국정운영을 마비시켰다'는 내용 등이다.

인물만 바뀐 똑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석동현 변호사가 '여론전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에서 '여론전'을 신경 쓰는 것으로 해석된다.

개신교회 온라인 뉴스인 <평화나무>에 따르면 석 변호사는 지난 23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서 "제일 중요한 건 국민 여론"이라고 강조했다. 석 변호사는 이곳에서 "나는 우리 목사님께서 선두에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실 거라 본다"며 "법적인 절차와 내용도 잘해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 여론"이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대통령이 수사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대통령은 스스로 내란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이번 사태로 조금 놀란 것 같다"며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따라 선포하고, 헌법 절차에 따라 해제했다. 이걸 내란범으로 몰고 간 것은 대통령의 예상 밖이었던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전 목사의 신도들에게 석 변호사가 '여론전'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까지 한 것이다. 실제로 전 목사 또한 여러 모임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장소에는 석 변호사 역시 참석하고 발언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25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2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2.02.25. 국회사진취재단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습은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올해가 가기 전에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서비스)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채널A>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현시점에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듣고 싶어 하는 층이 분명 있다"며 "올해가 가기 전 첫 메시지가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것에 대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이날 <SBS 김태현 정치쇼>에 출연한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현재 피의자"라며 "변호인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게 맞다. 지금 본인이 직접 나서서 말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이어서 "여러 가지 고민 끝에 계엄을 발동했다는 걸 설명하고 싶은 모양"이라며 "그런데 문제는 사실 계엄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그래서 현재 계엄은 명백하게 헌법 파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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